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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82화

[마이클 케이시] 바베이도스의 메타버스 대사관 설립이 왜 중요한가

2021. 11. 22 by Michael J Casey
출처=Anthony Ingham/Unsplash
출처=Anthony Ingham/Unsplash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바베이도스가 세계 최초로 가상 토지를 확보해 메타버스 대사관을 설립하는 정부가 된다는 뉴스를 전한 코인데스크US의 특종 기사는 세간의 많은 관심을 끌었지만 미심쩍은 시선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일각에선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비자나 허가 발급 효율화 같은 문제를 디지털로 해결하고 싶으면 단순히 e-정부 서비스 웹사이트로도 충분할 텐데 왜 굳이 블록체인을 사용하는가? 메타버스라고 이름 붙인 것 자체가 이목끌기용 술책 같다’고 논평했다.

대체불가능토큰(NFT)과 메타버스에 관해 나보다 훨씬 더 정통한 코인데스크 동료 기자 윌 갓세이건은 이와 관련해 “모든 걸 블록체인 상에서 해결할 필요는 없다.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메타버스 대사관은 가상자산 업계에 이해관계가 있는 정부 관료가 내놓은 허황된 광고 캠페인 같이 느껴진다”고 결론 내린 회의적인 칼럼을 내놨다.

여기서 그가 말한 정부 관료는 가상자산 기업 비트(Bitt)의 설립자이자 주아랍에미리트 바베이도스 대사인 가브리엘 아베드다. 아베드는 바베이도스 정부와 블록체인 기반 가상세계 플랫폼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 사이에서 계약이 성사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했다.

갓세이건 기자가 계획의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 바베이도스가 메타버스 대사관 설립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인지는 당연히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할 거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눈에 보이는 것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것들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주권 행사 방식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들을 던진다. 그리고 엄청난 변화의 잠재력 또한 존재한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재산권과 국가 권력이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하며, 먼저 이들이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협약과 재산권

정부가 해외에서 대사관을 설립할 경우, 양국은 국제 협약을 맺어 해당 정부가 주재국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일정 부분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해준다.

이 협약의 기반은 민족국가 정부가 자국 영토에 대한 접근권과 관련해서 합법적으로 행사하는 통제권에 달려 있다. 이 통제권은 치안을 유지하는 보안 부대의 지휘권에서 나오는 권력을 말한다. 주재국은 이 권력을 임의로 행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법에 명시된 재산권은 외국 정부가 주재국의 간섭을 받지 않고 주재국 영토를 사용할 수 있게끔 자유를 부여한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민간 주택 소유주와 매우 흡사하다. 협약이 제공하는 보호 장치와 함께 재산을 소유하고 거주, 사용할 권리가 더해져 대사관이 기능할 수 있는 충분한 주권이 생기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두 가지 모두 주재국의 뜻에 따라서 권리 부여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쿠바에 지난 수십 년 간 그랬던 것처럼, 상호 간에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생기는 혜택보다 각종 지정학적 이슈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될 때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외교 승인을 내주지 않았던 경우가 수없이 많았다.

요는, 국제 외교라는 전체 시스템이 민족국가 정부에서 자국 영토에 대한 통제권뿐만 아니라, 개인과 기업의 행동을 다스리는 법규에 대한 사법권을 가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이런 권력이 있어 정부는 정부 스스로나 자국민들이 어떤 개인이나 기업과 거래하고, 상호작용하며, 외교 관계를 체결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는다.

출처=Waldemar Brandt/Unsplash
출처=Waldemar Brandt/Unsplash

그래서 이게 NFT와 무슨 상관?

앞서 언급한 법적 체계를 메타버스와 연관 짓는 근거는 NFT가 새로운 디지털 재산권 모델의 기본 레이어라는 생각 때문이다. 나는 NFT 기반 시스템이 결국 페이스북(Facebook)이나 구글(Google) 같은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플랫폼들이 가진 권력을 빼앗고, 디지털 자산 사용권에 대한 규칙을 정립할 것이라 본다.

또 다른 근거는 기관이 블록체인 주소 내에서 토큰이나 스마트계약을 관리하는 개인키에 대해 갖는 통제권이 자국 영토에 대한 접근권을 통제하는 민족국가와 비슷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NFT를 파는 사람이 사는 사람에게 해당 자산을 전송할 때, 매도인은 토큰과 모든 온체인 관련 디지털 자산을 매수인의 개인키 통제 하에 둠으로써 NFT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참고로, 디지털 예술작품이나 실제 예술작품 등 오프체인 자산에 대한 권리는 해당 NFT와 관련된 실제 법적 계약을 필요로 하며, 이는 특정 부동산에 대한 소유자 또는 거주자의 권리를 명시하는 자산 증서와 비슷하다).

이 개념을 개인키를 사용해서 메타버스의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접근권을 통제하는 정부에 적용하면 현실 세계에서 정부가 실제 영토에 대해 가지는 권력과의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적국을 상대로 물리적 힘을 휘두르는 국가의 절대 권력과 똑같다고 말할 순 없지만, 외교적 재산권과 협약을 통해 외국 대사관이 얻는 위임된 의존적 권력과 그리 다르지 않다.

결론적으로 이런 기능 덕분에 바베이도스는 디센트럴랜드 주소에서 자국 정부가 관리하는 디지털 자산을 자국민이나 타국 정부가 사용하고 거래할 때 준수할 규칙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회의론자들은 바베이도스를 보며 미화된 JPEG 파일 소유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새로운 디지털 재산권 모델이 진화할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결여 됐음을 드러낼 뿐이다.

예를 들어 디센트럴랜드에 토지를 매입해 바베이도스와 메타버스 협약을 맺는 국가가 나온다면? 그렇게 되면 각국은 사실상 실질적인 주권을 행사해 고유하게 정의된 메타버스 공간에서 자국 개인키에 대한 합법적이고 자율적인 통제권을 서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민족국가 개념을 문서화했던 1648년에 체결된 베스트팔렌 조약의 디지털 버전처럼 보인다. 베스트팔렌 조약은 각 국가가 각자의 지리적 경계내에서 주권을 행사할 것을 상호 인정한 협약이었다. 이 경우에는 개인키 통제권에 따른 권력을 상호 인정하는 것이다.

출처=Jozsef Hocza/Unsplash
출처=Jozsef Hocza/Unsplash

그 다음은?

오늘날 경제 활동 중 상당 부분이 온라인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족국가들은 디지털 시대의 베스트팔렌 조약을 체약해 자국민들을 위한 다양한 상호 호혜적 권리를 만들 기회가 있다. 수백만달러를 들여 실제 외국 영토에 물리적인 대사관을 짓고 유지 관리하는 것보다 확실히 저렴한 방법이다.

바베이도스 같은 작은 국가들이 몰타, 바하마, 버뮤다, 캄보디아, 동티모르 등 가상자산 혁신을 도입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과 함께 이 기회를 잡는 것은 너무나 이해되는 행보다. 코로나19의 불확실성 속에서 주로 원자재나 관광 산업에 의존하는 경제국들은 미국과 같은 규모가 큰 서구 경제 국가들의 경기 순환 사이클에 대한 취약성이 더 커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더욱 엄격해진 은행 준법 규정에 따라 위험회피(derisking)를 하며 피해도 입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 국가들끼리 비용 효율적인 방식으로 지리적 제약 없이, 공통된 경제 이익에 부합하는 디지털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선구적 역할을 하는 국가들이 새로운 디지털 재산권 모델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해낼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바베이도스 정부의 이니셔티브가 실질적인 영향력 없이 흐지부지 끝나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 스마트계약, NFT의 등장으로 폭발적 혁신이 일어난 것을 생각하면 바베이도스의 실험이 거버넌스와 외교 측면에서 큰 변화를 이끌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낳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현실 세계의 국가 주권을 디지털 자산의 힘과 결합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 누가 알겠는가?

영어기사: 박소현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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