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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67화

[마이클 케이시] 겐슬러의 SEC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21. 08. 09 by Michael J Casey
게리 겐슬러 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출처=유튜브 캡처
지난주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의 암호화폐 규제 관련 연설로 SEC 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길 거란 바람은 모두 헛된 희망이었음이 드러났다. 출처=유튜브 캡처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지난주는 암호화폐 업계의 이목이 온통 미국 정부에 집중됐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증권법과 관련해 선을 분명하게 그었고, 암호화폐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인프라 지원 법안을 둘러싼 논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겐슬러 위원장의 발언을 다루겠다.

 

겐슬러가 깨뜨린 희망

지난주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암호화폐 커뮤니티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큰 실망감은 무엇보다도 희망에 가득 찬 기대감이 어떻게 현실을 덮어버리는지 보여줬다. 법조문을 들어 대부분의 토큰이 증권법 적용 대상이라고 말한 겐슬러 위원장의 메시지는 완전히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아스펜 연구소(Aspen Institute) 주최로 열린 안보 포럼(Security Forum)에서 겐슬러 위원장이 한 온라인 연설을 듣고 실망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암호화폐 전문 법률 논평가 캐서린 우는 해당 연설이 있은 뒤 “미국 암호화폐 규제와 관련해 지금껏 SEC가 보였던 입장 중 가장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입장”이란 평을 내놓았다).

실은 이를 계기로 삼아 암호화폐에 점점 더 적대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정책입안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제이 클레이튼 전임 SEC 위원장처럼 ‘모든 ICO(암호화폐공개)는 증권’이라는 시각을 지닌 신임 SEC 위원장 겐슬러는 종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의견을 발표했다.

이런 평가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디지털화폐 이니셔티브(Digital Currency Initiative)에서 그와 함께 일했을 당시, ICO가 ‘하위 테스트(Howey Test: 증권 여부를 판별하는 검사)’의 모든 기준을 충족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그가 귀납 추론법인 오리 실험(duck test)을 자주 언급했었기 때문이다.

겐슬러가 SEC의 신임 위원장으로 지명이 됐을 때는 그가 MIT에서 블록체인 강의를 했다는 이유로 암호화폐 친화적인 SEC가 탄생할 거라는 기대감이 과도하게 형성됐었다.

하지만 그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깊은 조예와 관심(그는 이전에 블록체인 기술이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 안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한 지대추구 관행을 해결할 잠재력이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이 결코 감독당국의 노련한 수장으로서 기존의 틀을 엄격하게 지키지 않을 거란 뜻은 아니었다.

겐슬러는 지금도 그렇지만 교수로 재직하다 SEC 위원장으로 지명된 과거에도 SEC의 세계관으론 투자자들에게 토큰을 발행하는 프로젝트는 거의 모든 경우에서 증권의 특징이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감독당국의 관점에서 토큰 프로젝트는 하위 테스트의 4가지 기준 중 3가지 기준에 명백하게 해당한다: ‘공동의 사업’에 ‘돈을 투자’한 것으로서, ‘타인의 노력에 의존해 수익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겐슬러 위원장이 지난 3일뿐만 아니라 MIT 재직 시절 말한 것처럼 혁신적인 신기술이 널리 큰 영향력을 갖기 위해선 공공 정책의 범위 안에 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대부분) 옳다고 본다.

출처=Nathan Dumlao/Unsplash
출처=Nathan Dumlao/Unsplash

 

관대한 정책의 필요성

나와 겐슬러 위원장이 함께 일했던 때 서로 의견을 달리했던 부분이 있다면 혁신을 위해 감독기관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개발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자유재량을 줘야 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였다.

증권법이 얼마나 명확하든, 난 금융 혁신기업들이 일정 기간 동안은 규제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기존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을 기회가 생긴다고 본다.

지난 3일 겐슬러 위원장이 이 문제에 대해 조금의 타협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을 때 나는 특히나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예를 들어, 그는 헤스터 피어스 SEC 위원이 암호화폐 스타트업에 대해 연방 증권법 적용을 3년간 유예해 줌으로써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출시할 시간을 주자고 제안한 ‘규제 피난처(safe harbor)’ 조항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암호화폐가 투자자와 국가 안보에 얼마나 큰 위험을 야기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달했고, 광범위하고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이용해 관련 위험을 설명했다. 물론 암호화폐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을 내비치기는 했지만, 겐슬러 위원장은 암호화폐의 위험에 더 집중하는 듯했다.

나는 아마도 그가 법규를 둘러싼 오해를 바로잡길 원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에서 프로젝트 출범 시 자사가 SEC 신고요건 면제 대상에 해당한다는 잘못된 자문을 들었다.

그리고 겐슬러 위원장은 이번 연설을 통해 이 문제를 명확히 바로잡으며 변호사들이 수임료를 노리고 이상주의에 빠진 프로젝트 창립자들에게 그들이 듣기 좋아할 자문만을 제공하는 행위를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암호화폐에 대한 그의 강경한 입장이 가져올 정치적 영향이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가 교환수단으로 사용될 때 자금세탁 방지와 금융제재, 조세 관련법을 빈번히 피해간다”는 식의 맥락을 고려치 않는 일반화는 미국 정부 내에서 커지고 있는 암호화폐에 대한 회의론을 더욱 키울 수 있다.

미국 정부에서 겐슬러 위원장의 의견은 매우 중요하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 당시 재무부에서 고위직을 역임했고, 오바마 정부 때는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으로서 금융위기 이후 단행한 주요 개혁들을 감독한 바 있다.

겐슬러 위원장의 이 같은 입장은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매우 엄격한 제한을 촉구하는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이나 셰러드 브라운 민주당 상원의원(오하이오주)과 같은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다.

 

무임승차

일각에선 겐슬러 위원장의 ICO 관련 발언은 그리 중요치 않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클레이튼 전 SEC 위원장의 발언과 초창기 SEC가 제기한 소송들이 지난 2018년 당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ICO 붐을 잠잠하게 만들기에 이미 충분했고(이는 대부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거래소들은 미국 투자자들이 위법으로 간주될 만큼 토큰을 대량으로 사지 못하도록 매수 제한을 거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겐슬러는 이전 ICO 문제보다 더 광범위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듯 보였다. 그는 탈중앙화 거래소(DEX)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언급하며, SEC가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와 디파이의 핵심 요소가 되는 여러 거버넌스 토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ICO로 규정이 되든 안 되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성장과 확장을 이뤄나가고 있는 디파이 생태계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암호화폐 회의론자들은 “암호화폐 개발자들의 성공을 어렵게 만든다고 해서 왜 그리 신경을 쓰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내 대답은 “수십억 인구를 소외시켜 자신의 돈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기회를 박탈하고, 지대추구 행위를 반복하는 케케묵은 금융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가 바로 이 ‘디파이’라고 하는 급성장하는 개방형(permissionless) 혁신 분야에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만일 감독당국에서 디파이를 단속한다면 수십 년 만에 찾아온 가장 전도유망한 금융혁신 분야가 무참히 짓밟히게 될 것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지지하는 강경론 옹호론자들은 경쟁자인 은행이나 다른 금융기관들은 이미 엄격한 법규 준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암호화폐 업계 스타트업들만 무임승차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을 펼치는데,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내가 암호화폐 규제를 극렬히 반대하는 입장이어서가 아니라(나는 좋은 정책이 암호화폐 기술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겐슬러 위원장의 생각에 동의한다), 이 둘을 비교한다는 자체가 전통적인 금융기관과 암호화폐 스타트업의 출발선이 다르다는 사실을 완전히 잘못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규 준수를 위해선 막대한 자본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요즘 많은 은행가들이 고액자산가가 아닌 고객들에게 자본을 저렴하게 제공하려 해도 이 부분이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불만을 표한다) 그만한 자금력이 없는 소규모 기업들은 대기업과 경쟁 자체를 할 수 없는 해자(垓子), 즉 진입장벽이 생긴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법규 준수에 필요한 수천만 달러가 수중에 없는데 어떻게 대학을 갓 졸업한 명석한 암호화폐 개발자 팀이 편리한 대출 모델을 개발해 낼 수가 있을까?

하지만 모든 희망이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다. 입법부 차원에서 투자자들을 적절히 보호하고 금융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규제 체계를 마련하면서 그와 동시에 암호화폐 혁신가들의 성장을 도울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현재 발의된 여러 암호화폐 법안들 중에서 의미 있게 그런 시도를 하는 법안들이 있다.

암호화폐 업계에 기존 법을 적용하는 것과 관련해 겐슬러 SEC 위원장이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밝힌 지금, 이제는 미 의회 의원들이 이 법을 활용해 혁신과 규제 사이에서 더 나은 균형을 찾을 방법을 모색할 수 있겠다.

아니면 이 역시 또 다른 헛된 희망으로 남을까?

 

비트코인 거래량이 급증한 이유

참 이상한 일이다.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일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거래된 비트코인(BTC, +3.8%)의 달러 가치가 큰 폭으로 증가해 일일 총 거래 규모가 696억9000만달러로 지난 5월 28일에 이어 사상 두 번째를 기록했다.

(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출처=코인 메트릭스

비트코인 마켓 저널(Bitcoin Market Journal)의 마티 그린스펜이 지난 2일 뉴스레터를 통해 지적한 것처럼, 온체인 거래량이 이처럼 급등한 게 이상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대부분의 거래가 일어나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여름 동안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미확인 거래들이 대기 상태로 보관돼 있는 비트코인 멤풀(mempool)이 완전히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리스펜은 또 전체 온체인 거래 건수가 평균을 훨씬 밑돌았고, 사용된 고유 주소 수도 2016년 이후로 가장 적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거액의 돈을 송금한 몇몇 비트코인 고래가 분명 존재했다. 이유는 모른다. 문제는 이 현상이 시장에서 거래량 증가의 전조 증상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영어기사: 박소현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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