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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59화

[마이클 케이시] 엘살바도르가 친환경 비트코인 이끌까?

2021. 06. 14 by Michael J Casey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함으로써 암호화폐가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기회가 생겼다.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의 외곽. 출처=Oswaldo Martinez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함으로써 암호화폐가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기회가 생겼다.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의 외곽. 출처=Oswaldo Martinez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지난 4~5일 마이애미에서 개최된 ‘비트코인 2021’ 콘퍼런스가 늦은 밤 열리는 해변 파티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아니 실은 꽤나 굵직한 뉴스거리를 전해줬다. 코로나19 슈퍼 전파자를 양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뉴스였다. 이번 주 암호화폐 업계는 중미 국가 엘살바도르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국가가 될 거란 뉴스로 한 주간 떠들썩했다.

이번 주 칼럼에서는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정책 발표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 다루려 한다. 특히 각 지역사회에서 비트코인을 지원받아 마이크로그리드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전국에 걸쳐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장려할 수 있는 계획에 대해 중점적으로 말하려 한다.

 

비트코인과 친환경 에너지: 엘살바도르에게 주어진 도약의 기회

이번 주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했다는 뉴스보다 비트코인 투자자들을 더 열광하게 만든 소식은 아마도 이후 그가 밝힌 화산 지열을 활용한 비트코인 채굴 계획이었을 것이다.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중미에서 비트코인을 적극 지지하는 국가가 나온 것을 축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엘살바도르가 ‘친환경’ 비트코인을 위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지열 발전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자연발생 열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인구 640만의 작은 국가이자 서반구의 최빈국 중 하나인 엘살바도르가 화산을 이용한 비트코인 채굴이라는 획기적인 뉴스를 뛰어넘어 그 이상의 역할을 할 기회가 있다고 본다.

작은 제안을 하나 하자면, 엘살바도르 정부에서 채굴업체와 지역사회 리더, 해외 투자자들과 손을 잡고 전력 생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전략적 자금 지원을 하는 방법이 있다.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저렴하고 청정하며 사이버 보안에 뛰어날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권한을 부여해주는 태양광 또는 풍력 마이크로그리드망을 탈중앙화 방식으로 구축하는 방안이다.

최근 엘리자베스 워런 미 상원의원의 발언처럼 “비트코인 채굴을 줄이지 않으면 지구 환경은 파괴되고 말 것”이란 잘못된 이야기를 뒤집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와 정반대되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채굴업체들이 저렴한 친환경 에너지원을 선호하며, 그들이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할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제대로만 실행된다면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프로젝트는 유엔(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여러 개를 한 번에 이행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게 바로 내가 하고픈 이야기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출처=엘살바도르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출처=엘살바도르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친환경 경제 개발을 돕다

워런과 일론 머스크 등 많은 이들이 비트코인 채굴에 소모되는 에너지가 스웨덴 전체 국민이 사용하는 전력량보다 많다는 이유로 비트코인을 비난하지만, 요즘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원이나 어차피 태워 없애야 할 버려지는 천연가스와 같은 쓰일 곳 없는 에너지원을 활용하기 위해서, 그리고 더 넓은 지역사회를 위한 친환경 전력 인프라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전 세계 곳곳으로 이전하고 있다.

채굴 인프라 기업 그리드(GRIID)의 전략 담당 부사장 해리 수독이 얼마 전 ‘돈을 다시 생각하다’ 팟캐스트에 나와 말한 것처럼 풍력, 수력, 태양광 발전업체들의 비트코인 채굴 수요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두 시설을 같은 장소에 배치하면 그만큼 수익이 보장돼 그 수익으로 지역사회에서 신재생 에너지원 개발 규모를 늘려 주민들에게 공급할 전력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수익 보장 없이는 관료주의적으로 관리되고 지급률도 매우 낮은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사업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 발전업체들이 빈번히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즉, 비트코인 채굴이 인프라 프로젝트 실행에 힘을 불어넣을 위험자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 각국은 신재생 에너지 개발로 전환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경제 개발 역시 도울 수 있다. 자본력이 탄탄한 기업 중 이미 그럴 준비가 된 기업들이 있으며, 일례로 온라인 결제서비스 기업 스퀘어(Square)는 비트코인을 채굴해서 태양광 전력을 생산하는 시설을 짓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 개발사 블록스트림(Blockstream)에 5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같은 개발 방식의 사회적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엘살바도르의 지열 발전처럼 중앙화된 방식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에너지 프로젝트를 넘어 지역사회 기반의 친환경 전력개발 프로젝트, 즉 지역 마이크로그리드의 운영 자금을 지원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탈중앙화된 지역 마이크로그리드망은 전력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외성(redundancy)’을 특징으로 하며, 날씨 등의 요인으로 정전 사태가 발생하는 전국 규모의 중앙화된 그리드가 가진 취약성을 상쇄할 여러 개의 백업 그리드가 존재한다. 중앙화된 시스템의 취약성을 이해하려면 미국 최대 송유관 운영사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Colonial Pipeline]에 가해진 단 한 번의 랜섬웨어 공격으로 미국 동부 지역의 수천만 인구가 석유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사건을 떠올리면 쉽다. 해킹 공격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 구조가 탈중앙화돼 있으면 해커들이 얻을 수 있는 대가가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가까운 지역사회 내 그리드에서 전력을 공급받게 되면 이 업체들이 전기 사용료로 지불하는 돈(법정화폐가 된 비트코인)이 지역사회로 흘러 들어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소득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이상적인 마이크로그리드는 협동조합이나 분산형 자율조직(DAO) 형태로 관리돼 수익금을 널리 배분할 수 있어야 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책임 있는 재투자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저렴하고 믿을만하며 보급률이 뛰어난 새로운 에너지원과 함께 재원을 확보하게 된 지역 업체들은 예를 들어 충전소 네트워크를 구축해 해당 지역 내 사업가들이 전기차 운송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도 있다. 또 이 전력을 활용해 농지 관개 시스템으로 농수를 공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휴대폰 서비스를 확대해 라이트닝(Lightning) 기반의 잽(Zap)과 같은 비트코인 결제 앱 운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잽의 CEO 잭 말러는 실제 부켈레 대통령이 비트코인 법정통화 계획을 마련하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열을 활용한 비트코인 채굴 계획도 지금 이 아이디어와 아주 상반된 내용이 아니다. 지열발전 국영기업인 라지오(LaGeo)가 거둬들이는 비트코인을 이용해 마이크로그리드를 통합하는 국가 시스템을 유지, 개선함으로써 시스템 보안을 강화하고 신뢰도를 재고할 수 있다. 아니면 이른바 ‘머니 배터리(money battery)’ 개념을 직접 적용해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정부에 내는 에너지 관세를 타지역의 마이크로그리드를 개발, 유지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논의를 바꿔놓을 기회

비트코인이 검열 저항적이고 프로그램 가능하며,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로서 세계를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이 같은 프로젝트가 여론을 움직일 기회이자, 적절히 관리할 경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킬 좋은 기회라고 보고 있다.

비트코인의 환경적 악영향에 대한 잘못된 논의는 미뤄놓을 때다. 비평가들은 비트코인 채굴에 드는 에너지 소비에 중점을 두지만 이 같은 관점은 잘못된 것이다.

엘살바도르를 비롯한 수많은 빈국들은 경제 번영을 위해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과도한 에너지 소비는 사용량이 한정된 에너지원을 사용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이지 태양광이나 풍력, 지열 발전은 다르다.

결국 문제는 비트코인을 채굴할 때 어떤 에너지원을 사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많은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비트코인 채굴에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가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려 든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탄소 발자국은 결코 작지 않으며,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신중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탄소 발자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논의에 있어 양측 모두를 보다 합리적으로 만들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 다른 라틴아메리카 지도자들이 엘살바도르의 선례를 따르고 싶어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엘살바도르가 앞장서 모범을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발전에 따른 이익을 각 지역사회에 골고루 나누고, 채굴업체와 그리드 운영기업 모두의 이익을 추구하는 공생적 계약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규제는 필요하다. 사용되지 않는 태양광 전력 때문에 발생하는 이른바 ‘덕 커브(duck curve)’ 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피크 시간대에는 최소한의 채굴 활동만 허용하는 법을 만들 수도 있겠고, 지역사회 전체를 위해 생산 설비에 지속적으로 재투자를 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 수도 있다.

문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역 차원에서 확대하려 했던 반부패 척결 노력을 반대했던 전력이 있는 권위주의로 유명한 부켈레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부를 나누려 할지, 아니면 부패한 관료와 낭비를 일삼는 국영 기업들이 비트코인 법정화폐화라는 호재를 독점하려 할지 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의 협상 기회가 있다.

최빈국에 속하는 엘살바도르는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 수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다. 여기서 미국이 큰 그림을 본다면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정책에 지금보다는 우호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지난 10일, 미국이 가장 높은 지분을 보유한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과 관련해 우려를 표했다. 주민들을 위험한 불법 이민 길에 오르게 하는 엘살바도르 지역사회가 이 번영의 기회를 활용하도록 미국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특별한 기회인 만큼 이 기회를 허비해선 안 된다.

출처=Federico Alegria/Unsplash
출처=Federico Alegria/Unsplash

고래는 어디에?

올해 들어 쓴 첫 칼럼에서 나는 지난해 중순에 시작돼 연말까지 지속된 랠리 이전 시점과 랠리 도중에 비트코인 1000개 이상이 든 이른바 ‘고래’ 주소 수가 급증했던 현상을 살펴봤었다. 당시 나는 2017년과 수치를 비교했는데, 2017년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5000달러도 되기 전이었던 중순부터 고래 주소 수가 줄기 시작했었다. 비트코인은 2017년 12월 2만달러라는 고점을 기록한 뒤 이듬해 2월 초 8000달러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이 비교 분석을 통해 2020년 랠리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하는 대규모 기관 투자자들이 이끈 것이므로 잠재적으로 지속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한 번의 큰 조정을 거친 현시점에 고래 지갑의 추이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출처=코인 메트릭스
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출처=코인 메트릭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고래들이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위 차트에서 보듯이 비트코인 1000개 이상을 보유한 고래 주소 수는 올해 1~2월 사이 급증했으며, 같은 기간 동안 비트코인 가격 역시 급등했다. 그러다 3월경 고래 계정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마치 이번에도 소규모 개인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으로 몰리는 현상이 지나친 수준으로 일어난 것임을 말해주는 듯했다.

지난 2017년 랠리/버블 당시엔 고래 지갑 수가 줄기 시작하고 6개월 뒤에야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했는데, 이번엔 고래 수가 줄기 시작한 지 2달여 만에 가격 움직임이 나타났다. 2017년에는 갭 구간 동안 가격이 4배로 뛰었는데, 올해는 50% 이하의 상승폭을 보이며 여전히 크긴 하나 이전보단 못한 움직임을 보였다.

나는 이 그래프를 통해 최근 비트코인 랠리에 대규모 기관 투자자들의 계정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기업의 큰 손들이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했다”는 이야기처럼 그 기관들은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이끈 주역이었다(물론 랠리 막바지엔 개인 투자자들의 유입이 원인이었지만 말이다). 기관 투자자들이 환경에 대한 우려로 비트코인 투자를 꺼리기 시작했을 때 시장은 계속해서 가격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향후 어떻게 될까? 아직 예측을 하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지난달 고래 주소 수가 소폭 증가했다. 그리고 이번 주 코인데스크US가 보도한 것처럼, 고래 주소 수가 늘진 않았어도 기존의 고래 주소에서 매수한 코인 수가 증가해 지난달 19일 3만달러선까지 가격이 폭락한 이래로 기존 고래들이 사들인 비트코인 수가 8만개에 달했다. 적어도 당분간은 하락장에서 매수 기회를 노리는 고래들의 매수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어기사: 박소현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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