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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다시 생각하다
마이클 케이시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52화
도지코인과 돈의 새로운 의미
2021. 04. 26 by Michael J Casey
출처=Anastasiia Krutota/Unsplash
최근 도지코인의 인기는 소셜 미디어와 두 차례 금융위기로 인해 권력 이동이 크게 일어난 작금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돈을 다시 생각함에 있어 현재 도지코인의 가격 급등 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고 코인데스크US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말한다. 출처=Anastasiia Krutota/Unsplash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암울한 장세가 계속되던 지난 한 주간, 주류 언론은 지난 17일 새벽 고점 대비 24%나 떨어진 비트코인(BTC) 관련 뉴스가 아닌 주 초반 폭등했던 도지코인(DOGE) 소식을 훨씬 더 비중 있게 다뤘다. 이번 주 ‘돈을 다시 생각하다’에서는 말 그대로 장난삼아 만들어진 도지코인 열풍을 가벼이 볼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다. 도지코인 투자세력이 보여준 막강한 영향력은 디지털 시대에 권력이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에 관해 많은 시사점을 준다.

 

도지의 시대

도지코인을 주제로 칼럼을 쓰겠다고 했을 때 한편으론 걱정이 됐다.

코인데스크US 편집국 내에서도 도지코인에 관한 기사를 쓰는 것은 최근 열풍에 편승해 조회수를 쉽게 올리려고 이미 버블이 형성돼 있는 기술상 내재적 이점이 전혀 없는 코인에 투자를 부추기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단 우려가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주 뉴욕 매거진(New York Magazine)의 맥스 리드가 돈의 미래를 주제로 쓴 기사를 읽게 됐다. 이 기사 때문에 “내 주식을 NFT에 스팩 투자할 수 있을까?(Can I SPAC my Stonks With NFTs?)”란 표지도 탄생했다. 그렇게 나는 돈을 다시 생각함에 있어 현재 도지코인의 가격 급등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아래 차트 참조)

실제론 이뤄지지 않았으나, ‘전국 대마초의 날’과 관련된 04/20/69 밈(meme)을 기념하면서 지난 20일 도지코인 가격을 개당 69센트 이상으로 폭등시키려 한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움직임에서도 알 수 있듯, 도지코인 열풍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아니 실은 여기엔 어마어마한 돈이 걸려있다.

그런 면에서 도지코인의 가파른 가격 움직임은 인류 역사에 있어 중대한 순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돈에 관한 기존의 전통적 “이야기”는 무너지고,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과 대체불가토큰(NFT)라는 새롭고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들이 인기를 얻는 시대이자, 재미와 게임, 개미군단의 집단 매수세가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대다.

도지코인 역시 돈의 세계에서 돈의 의미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코인 중 하나로, 21세기 들어 두 번의 금융위기와 소셜미디어 네트워크의 부상을 경험하며 권력 이동이 크게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그럼 이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Sabrinna Ringquist/Unsplash
Sabrinna Ringquist/Unsplash

이야기의 결말

돈은 곧 이야기라는 발상에서부터 시작해보겠다.

내 칼럼을 매주 읽는 독자라면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나는 유발 하라리의 팬이다. 유명 저서 ‘사피엔스(Sapiens)’에서 그는 “인간에게는 상상 속 개념들에 관한 통상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대상을 조직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인류 문명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런 개념의 예이자, 인간이 복잡다단한 사회를 만들 수 있었던 요인으로 특히 ‘기업’과 ‘민족 국가’를 들었다. 하지만 하라리는 “역사상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인 이야기는 다름 아닌 돈”이라 말했다.

화폐엔 어떤 내재적인 핵심 가치도 없다(금 찬양론자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종이 돈이나 암호화폐처럼 금도 예외는 아니다). 화폐의 가치란 그 가치를 둘러싼 많은 이들의 공통된 믿음에서 생겨난다. 비트코인은 ‘건전화폐(sound money)’고 도지코인은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어떤 돈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만한 이야기적 특성이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믿음이 없을 때 모든 화폐는 가치를 지닐 수 없다.

지난 2000년 동안 우리는 과세 권한이 있는 국가가 돈의 진정한 목적인 ‘사회적 회계 기능’을 최적화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는 이유로 돈의 가치란 국가에서 정하는 것이라 믿었다. 이후 법정화폐 시대에 이르러서는 정부의 ‘선의와 신용(고정된 금 공급량이 아닌)’이 가치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으며, 여기에 정치적 독립성을 띤 중앙은행에서 사회를 위한 최상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화폐 공급량을 관리함으로써 화폐의 가치를 유지할 것이란 관점이 더해지게 됐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화폐가 비트코인, 도지코인 같은 탈중앙화된 형태의 암호화폐나 가상화폐 디엠(전 리브라)이나 스타벅스(Starbucks) 포인트 같은 기업화폐와 경쟁을 하는 시대에 접어든 오늘날, 앞서 말한 좁은 의미의 정의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탈중앙화된 암호화폐의 경우, 그 역사가 불과 10여년 남짓이다.

 

위기의 순간

리드는 기사에서 금융위기의 정점이었던 2009년 당시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가 CBS방송의 ‘60분(60 Minutes)’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했던 인터뷰를 심도있게 들여다봤다. 연준이 부도 위기 은행들에게 공급하는 자금의 출처가 납세자들이 낸 혈세 아니냐는 질문에 버냉키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컴퓨터로 은행의 연준 계좌 규모를 늘리는 방식으로 은행에 돈을 빌려준다”고 답했다.

그는 마치 연준이 은행들의 보유 자금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돈을 찍어내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닌 듯 발언했지만, 금융위기 여파로 고군분투하던 대중에게는 화폐의 근간을 이루는 이야기 자체가 흔들리게 된 계기였다.

화폐가 희소성이라는 신성한 원칙에 따라 발행되는 게 아닐뿐더러, 집단의 상상 속에서 대표적 가치 단위로 자리하고 있는 동전이나 지폐와는 거의 무관하단 사실까지 드러내는 발언이었다. 버냉키의 말에 따르면 돈이란 디지털 회계 시스템으로서, 하나의 기관이 컴퓨터로 클릭 몇 번이면 조정할 수 있는 문제였던 것이다.

시간을 빠르게 돌려 지난해 3월로 가보면,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온다. 바로 코로나19다. 글로벌 경제가 어려움에 봉착해 달러 확보를 위한 경쟁이 심화되자 연준은 양적완화(QE) 기조를 최대한 가동해 달러를 필요한 만큼 컴퓨터로 찍어냄으로써 금융붕괴를 막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상한선도 없었다. 매입하는 자산의 종류도 회사채, ETF(상장지수펀드), 기타 민간 상품 등 다양하게 확대했다.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살 기세였다.

한편 ‘무제한 양적완화’의 시대에 수조 달러가 시중에 풀리게 되자 블룸버그(Bloomberg) 칼럼니스트 제러드 딜리언은 지난봄, 급기야 “돈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돈이 의미를 잃으면서 사람들은 돈이 가진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게 됐으며, 자연스레 다른 자산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이나 게임스톱(Gamestop) 주식, NFT, 그리고 도지코인까지 비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는 이런 자산들의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도지코인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도지코인 열풍에 기여한 또 다른 요인인 소셜 미디어에 대해 말해보겠다.

 

리더가 없는 온라인 커뮤니티

인터넷 이전의 사회가 중앙화된 조직 구조를 가졌다면, 소셜 미디어는 이 같은 구조에 이의를 제기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인터넷이 부의 불균형을 해소하진 못했지만, 누구나 익명으로 게시물을 게재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그 민주화 효과 덕에 커뮤니티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생산해내고 조직화할 수 있었다.

이런 것을 ‘밈 문화’라 한다. 소셜 미디어는 밈을 매개체로 이야기를 크라우드소싱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믿음과 목적의식, 동지애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탄생한 커뮤니티들은 기존 체제에 맞설 수 있다.

일례로 올해 초 게임스톱 사태에서 우리는 밈 문화를 보았다. 700만명에 달하는 레딧(Reddit)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게임스톱 주가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판단 하에 공매도를 시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리려고 했던 헤지펀드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겨다 줬다.

도지코인 현상도 이와 유사하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면, 도지코인은 규제기관이나 영향력 있는 월가 자산 매니저의 견제가 불가능하다. 이는 게임스톱과 매우 다른 양상인데, 게임스톱 사태 때는 규제기관과 사모펀드들이 사실상 공모를 해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 토론방 이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주식 거래앱인 로빈후드(Robinhood)에서 게임스톱 주식 거래를 막아서 결국엔 주가를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도지코인의 경우, 총괄하는 책임자도 없을뿐더러 거래 역시 거래소 수십 군데(그중 일부는 탈중앙화된 거래소임)에서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거래의 분산성이란 특징이 있다.

과연 어떤 규제기관에서 무엇을 빌미로 도지코인에 제재를 가할 수 있을까? 도지코인은 말 그대로 장난삼아 만들어졌고, 코인 개발자는 이미 해당 프로젝트뿐 아니라 암호화폐 산업 자체에서 손을 떼고 떠났다. 비트코인처럼 창립자들을 위한 사전 채굴이나 ICO(암호화폐공개) 사전 판매도 없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또는 다른 이들의 희생을 담보로 코인 실적을 조작할 리더 집단도 아직은 없다.

마케팅이 밈을 만나다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적어도 당분간은 광범위하고 열성적인 도지 커뮤니티에서 밈과 입소문을 만들어 내면서 투기를 조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가 만들어낸 별난 특성의 브랜드 이미지와 눈길을 사로잡는 시바견 로고에 매료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독특한 기회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재미와 부조리주의적 아이러니, 공동의 이익이란 이미지를 가진 도지코인은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이끄는 인터넷 시대에 굉장히 적합한 브랜드다. 브랜드들이 고가치 참여라는 도지 커뮤니티의 특성을 활용하려 하면서 공생관계에 기반한 새로운 마케팅 모델이 탄생할 것이다.

실제로 슬림 짐(Slim Jim)은 도지코인을 차용한 창의력 넘치는 소셜 미디어 마케팅 캠페인으로 최근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봤다. 하지만 코인데스크US가 최근 보도한 것처럼, 도지코인 커뮤니티가 생겨난 초창기부터 코인이 인기를 끌길 원한 열성적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다양한 마케팅 캠페인을 벌여 그 토대를 다진 바 있다. 2014년에는 미국 자동차 경주인 나스카 드라이버를 후원하기 위한 캠페인도 있었고, 자메이카 봅슬레이 팀의 올림픽 출전을 위한 기부금 모금에 도지코인이 사용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나왔었다.

도지코인은 비트코인처럼 가치저장 수단이나 글로벌 준비통화, 탈중앙화된 경제의 미래 교환수단이 될 수도 없고, 그러길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밈과 유머러스한 브랜드 이미지, 강력한 커뮤니티의 형성, 마케팅 분야에서의 막강한 영향력이라는 도지코인만이 지닌 고유한 특성을 보며, 21세기 디지털 미디어 경제에서 돈의 정의가 어떻게 다시 쓰여지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다.

도지코인에 투자하란 말이 아니다. 단지 도지코인 현상의 중요성을 말하는 거다.

 

도지와 골리앗

이번 칼럼에서는 월가의 몇몇 유명기업 주식들과 도지코인의 가격 변화를 차트로 비교해보았다.

출처=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출처=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불과 2주 전만 해도 도지코인의 시가총액은 83억달러로 하얏트 호텔(Hyatt Hotels) 시총에 약간 못 미쳤다. 하지만 이내 상승 곡선을 타고 하얏트 호텔을 따라잡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엔지니어링 대기업 핼리버튼(Halliburton)과 거대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 보험사 애플랙(Aflac)의 시총을 앞질렀다. 그러던 지난 주말, 도지코인의 시가총액은 450억달러를 넘어섰고, 330년 역사를 지닌 영국 은행 바클레이스(Barclays)를 시총 규모에서 이겼다. 급기야 19일에는 539억8000만달러라는 역대 최고점을 기록하며, 스위스 대형은행 UBS 마저 근소한 차로 앞서게 된다.

그 후 도지코인 시가총액은 다시 하락해 22일 오후 400억달러 아래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것 마저 대형 자산운용사 티 로우 프라이스(T. Rowe Price)의 시총과 맞먹는 수준이다.

장난삼아 만든 코인 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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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규 2021-04-28 14:00:22
도지코인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