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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50화

코인베이스 상장, 암호화폐 대규모 투자 이끌까?

2021. 04. 12 by Michael J Casey
출처=코인베이스 제공
출처=코인베이스 제공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코인베이스가 올해 첫 석 달 만에 지난해 한 해 전체 매출을 뛰어넘는 매출을 올렸다. 이제 관심은 온통 이번 주 진행할 코인베이스의 기업공개(IPO)에 쏠리고 있다. 코인베이스가 성공적으로 상장하면 다른 블록체인·암호화폐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과 수요도 높아질 것이다. 오늘 '돈을 다시 생각하다'에선 코인베이스가 시장에 몰고 올 여파에 관한 이야기다.

 

벤처캐피탈도 포모(FOMO)를?

지난 6일 발표한 코인베이스의 1분기 실적을 보면 코인베이스가 데카콘(decacorn)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허황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시가총액 10억달러가 넘는 스타트업이나 기업을 유니콘이라고 부른다. 데카콘은 유니콘보다 10배 더 큰, 시가총액 10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이나 기업을 뜻한다. 대표적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상장을 마무리하면, 벤처캐피탈을 비롯한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서 '제2의 코인베이스'를 발굴해 투자 기회를 잡으려 할 것이다.

보통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란 단어는 투자자들에게 많이 쓴다. '지금 매수하지 않으면 싼값에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려 큰 손해를 볼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포모라고 하는데, 코인베이스 상장으로 벤처캐피탈을 비롯한 주요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포모를 느낄지도 모른다.

코인베이스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시장에 안착한다는 건 암호화폐 산업이 그만큼 자리를 잡았다는 방증이 된다. 다른 투자자가 일찌감치 가능성을 알아보고 발 빠르게 유망한 암호화폐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전에 서둘러 투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벤처캐피탈들이 앞다퉈 돈을 풀 것이다.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 더 많은 돈이 유입될 테고, 이는 블록체인 기술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이미 눈에 띄는 투자가 잇달아 일어났다.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도 데카콘을 목표로 투자를 유치하고 있으며, 최근 3억달러를 투자받은 블록체인닷컴(Blockchain.com)의 기업가치는 52억달러로 책정됐다. 대체불가능토큰(NFT) 분야의 선구자인 대퍼랩스(Dapper Labs)가 만든 NBA 톱숏도 최근 3억5백만달러를 투자받았다. 마이클 조던과 케빈 듀란트 등 전현직 NBA 레전드들도 톱숏에 투자했다. 이어 주목해야 하는 분야가 바로 디파이(DeFi)다.

지난해 분 디파이 열풍은 여름 한 철을 버티지 못하고 이내 식었다. 암호화폐 분야에 발을 들인 벤처캐피탈들도 부랴부랴 발을 뺐다. 이번에 코인베이스의 상장으로 벤처캐피탈 사이에서 포모가 일어나면 돈이 다시 디파이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 이유는 두 가지 정도가 있다.

■ 코인베이스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한 내용을 보면, "중앙화된 기존 사업 방식에 디파이는 분명한 위협"이라고 쓰여 있다.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된 투자자라면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 탈중앙금융이나 탈중앙화 거래소를 다음 암호화폐 열풍의 주역으로 찍을 수도 있다.

■ 원래 디파이와 NFT는 공생 관계에 있다. NFT가 뜨면 디파이도 같이 뜰 것이다.

출처=Markus Spiske/Unsplash
출처=Markus Spiske/Unsplash

다만 늘 보고 듣던 벤처캐피탈들이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해 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투자를 받아야 성공한다는 건 어느덧 공식처럼 돼버렸다. 반대로 말하면 실리콘밸리를 거치지 않으면 성공적으로 투자를 받기 어렵다는 뜻이다. 기업공개 과정이 독과점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소규모 투자자들은 높은 이윤을 낼 수 있는 잠재력 있는 투자처를 찾기도 어렵고, 찾더라도 투자할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다. 스타트업에 초기에 투자할 기회는 철저히 인맥에 따라 결정된다.

2017년의 ICO와 토큰 판매 열풍은 스타트업과 소규모 투자자들이 실리콘밸리에 든 일종의 반기였다.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기회와 이윤을 독점하던 대형 벤처캐피탈에 맞서 토큰 판매는 투자 기회의 민주화를 이룩했을지 모르지만, 결국엔 미등록 증권 판매로 증권법을 위반했다는 미국 SEC의 제지를 넘지 못하고 실패한 실험으로 끝났다. 막대한 부를 쌓아놓고 그 부로 영향력을 발휘한 오래된 투자자들이 다시 유리한 위치에 섰다.

ICO와 같은 토큰 판매가 아니라도 대안은 있다. 예를 들어 디파이 개발자 안드레 크론제가 주창한 '공정 출시(fair launch)' 개념이 있다. 크론제는 자신과 동료 개발자들이 만든 블록체인 프로토콜 에이브(Aave)의 토큰을 공정 출시 방식으로 배포했는데, 핵심은 창립자나 개발자 몫의 토큰을 사전에 따로 빼두지 않는 것이다.

자연히 창립자나 핵심 개발자가 토큰 가격을 무리해서 부풀린 뒤 처분해 현금을 챙기고 프로토콜은 내팽개칠 유인이 사라진다. 프로토콜에 참여하는 이라면 창립자든 지지자든, 돈이 많든 적든 프로토콜이 출시한 뒤 시장 가격에 따라서만 토큰을 살 수 있으며, 산 값보다 가격이 올라야만 이윤을 남길 수 있다.

아이디오 코랩 벤처스(IDEO CoLab Ventures)의 이언 리는 크론제의 공정 출시 개념에 감명받았고, 아예 공정출시 자금(Fair Launch Capital)을 만들었다. 디파이 투자자와 공정 출시 방식으로 운영하는 프로토콜을 이어주는 건데, 미리 코드는 어떻게 감사받고 버그 신고 제도는 어떻게 운영할지 등을 미리 협의해 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언 리는 공정출시 자금이 정착되면 전반적인 디파이 생태계가 발전하고 그렇게 나눠 가진 토큰의 가치도 더불어 오를 거라고 말했다.

이런 급진적인 접근방식이 새로운 투자 방식으로 자리 잡고 더 많은 투자자에게 이윤을 보장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만약 이런 방식이 작동한다면 코인베이스 상장으로 포모에 빠진 투자금이 대거 암호화폐 프로젝트로 모일 것이고, 이는 실제 암호화폐 기술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술 혁신의 밑거름이 되는 돈이 제때 들어와 돌고, 새로운 기술로 창출한 부를 나눠 가질 기회도 더 공평하게 주어질 것이다.

 

갈수록 완전체를 향해 가는 비트코인

코인데스크US가 펴낸 1분기 암호화폐 연구보고서에 나온 멋진 도표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건 역대 비트코인 발행량을 표시한 다음 도표였다.

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노란 선은 미리 정해진 비트코인 채굴량을 뜻한다. 거래를 기록하는 블록이 21만개씩 쌓일 때마다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halvings)를 거치고, 그래서 노란 선의 기울기는 갈수록 0에 가까워진다. 비트코인은 약 4년에 한 번씩 반감기를 거치도록 설계돼 있다. 처음엔 블록 하나를 채굴하면 보상으로 비트코인 50개를 받았지만, 지금은 세 차례 반감기를 거쳐 채굴 보상이 6.25개로 줄었다.

이번에는 파란 선을 살펴보자. 파란 선은 실제로 하루에 채굴된 비트코인의 양을 기록한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실제 채굴량의 일간 편차가 줄어들었다. 이는 비트코인 채굴 시장의 효율성이 점점 더 커졌고, 자연히 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뜻이다.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의 위상에도 좋은 일이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려면 복잡한 수학 퍼즐을 풀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컴퓨터 연산력을 동원해야 하는데, 비트코인 프로토콜은 약 10분에 하나씩 블록이 채굴될 수 있도록 퍼즐의 난이도를 조정하게 돼 있다. 

여기서 핵심은 비트코인 프로토콜의 채굴 난이도가 채굴에 투입되는 컴퓨터 연산력의 총합을 뜻하는 해시파워에 따라 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프로토콜은 2016개 블록마다 쌓인 해시파워를 측정해 그에 맞춰 퍼즐의 난이도를 조정한다. (약 2주에 한 번씩 난이도가 조정되는 이유)

10분마다 블록이 채굴되지만, 채굴 난이도는 2주에 한 번씩 조정되다 보니 채굴자들은 그사이에 해시파워를 늘려 더 많은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도 있다. 채굴기를 더 가동해 더 많은 연산력을 들이면 남들보다 더 빨리 퍼즐을 풀어 더 많은 채굴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게 나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채굴자들도 이윤을 좇아 연산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비용이 커져 잠재적인 추가 이윤은 사라진다.

하루에 실제 발행하는(채굴되는) 비트코인의 양이 갈수록 균일해졌다는 건 추가로 채굴에 나설 기회가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이는 충분히 많은 숫자의 채굴자들이 프로토콜에 참여하고 있다는 뜻이며, 그만큼 비트코인 거래는 안전하게 기록되고 있고, 비트코인이 점점 더 완전시장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오늘 이야기가 가진 함의는 상당히 중요하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고, 이용자가 많아지고, 채굴에 드는 해시파워도 높아져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성장하면, 거래를 안전하게 기록하고 관리하기 위해 고안된 경쟁 시스템이 점점 더 효율적인 상태로 진화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정교한 인센티브 제도가 어떻게 참여자의 행동을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탈중앙화 시스템의 기능을 개선하는지에 관해 훌륭한 선례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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