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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다시 생각하다
마이클 케이시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45화
투기가 꼭 나쁜 말인가?
2021. 03. 08 by Michael J Casey
Марьян Блан | @marjanblan/Unsplash
투기란 미국 자본주의의 근간이자, 암호화폐 기반 경제에 해가 되는 장애물이 아니라 발전을 돕는 요소다. 출처=Marjan Blan/Unsplash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돈을 다시 생각하다를 찾아주신 모든 분께 환영의 인사를 보낸다.

지난 2주간 미국 금리 전망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 변화로 인해서 암호화폐 시장은 큰 폭의 등락을 거듭했다. 당국에서는 비트코인 등 토큰에 대한 투기가 심각하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잇따라 쏟아냈다. 이번 주 칼럼에서는 ‘투기’라는 단어를 자세히 분석해보고,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이 단어의 이면에 어떤 다른 뜻이 숨어 있는지를 살펴보겠다.

 

투기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투기 열풍이 일고 있다는 이야길 들었다.

미국 재무부 장관 재닛 옐런과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은 최근 비트코인을 “투기성이 매우 높은 자산”이라며 하나 같이 경고성 발언을 내놨다.

특히 워런 상원의원은 이번 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나쁜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중앙은행(BOC) 부총재 팀 레인은 지난달 초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는 최근 현상을 두고 “투기 광풍”이라 일컬었다.

그중 제일은 경제학자이자 암호화폐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로, 그는 암호화폐 업계가 인류에 미치는 영향을 “투기”란 부정적인 단어로 꽤 자주 표현하곤 했다.

억만장자 투자자로서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의 CEO인 폴 싱어는 지난 1월 28일 투자자 서한을 통해 비트코인을 “미친 광기”가 만들어낸 투자 시장 내 가장 큰 버블이자 “사기”라 칭했다.

(싱어에 대한 이야기를 뒤에서 좀 더 하겠다. 부실기업이나 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이른바 벌처(vulture)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반월가 전쟁의 십자군’인 워런이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전에 잠깐만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투기(Speculation)

이 단어를 보면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파동이 떠오른다. 순진한 개인 투자자들이 사기꾼 말에 속아 지속 가능하지 못한 비싼 가격에 튤립을 구매한 뒤 모든 걸 잃게 되는 장면이 떠오른다. 투기란 단어는 ‘공허함, 무(無), 허풍, 속임수’란 뜻을 내포한다.

옐런과 라가르드가 암호화폐 기술이 지닌 잠재력을 인정하긴 했으나 그들의 최근 발언들을 보면 ‘전통적인 금융과 달리 암호화폐 업계는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금 암호화폐 업계에 투기 열풍이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암호화폐 기술의 주 이용 사례는 바로 투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게 꼭 나쁜 것 만은 아니다. 투기 세력이 몰린다는 것은 미국 자본주의의 중심 세력이 몰린다는 뜻과 같기 때문이다.

불가능한 음모론

‘투기’라는 단어를 보면, 전후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일당이 모든 사람들을 속여 내재가치가 전혀 없는 투자상품의 가격을 말도 안되게 끌어올린 다음, 자신들은 고점에서 모든 물량을 털어내고 나머지 사람들은 휴지 조각만 손에 쥐고 있는 장면이 연상된다.

만약에 그렇다면, 싱어의 말대로 이 모든 것이 “사기”라고 한다면, 암호화폐는 역사상 가장 어렵고 복잡한 주가조작(pump-and-dump scheme) 사건이 될 것이다.

지난 12년 동안 수만명의 오픈소스 개발자들이 다 같이 음모를 꾸며 트위터와 깃허브, 채팅룸 등에서 대규모로 시끌벅적하게 토론을 하고, 실은 완벽하게 꾸며낸 사기극이면서 담당 주체가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이란 걸 홍보하기 위해 공모했다는 의미가 된다.

동시에 역사상 가장 평등한 사기극이 될 것이다. 암호화폐 가격이 2년 만에 최저점을 기록했던 2020년 봄, 케임브리지 대체금융연구소(CCAF)이 글로벌 암호화폐 사용에 대한 연구를 했는데 당시 전 세계 암호화폐 자산 보유자 수가 1억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그 후 15배가 뛰었는데, 그렇다면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함께 사기극을 꾸민 것일까?

그럼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수익률은 어떨까? 최근 몇 년간 싱어가 이끄는 엘리엇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착취 수준의 거래 전략을 통해 채권 가격을 시중보다 훨씬 비싸게 받아내면서 수익을 챙겼다.

엘리엇은 지난 2012년 아르헨티나 정부와의 채무 조정 과정에서 감액을 거부한 채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아닌 뉴욕에 있는 법원에 소송을 냈고, 해당 법원으로부터 유리한 판결을 받아 2004년 당시 1억1700만달러에 매수한 아르헨티나 부실 국채를 2016년 높은 가격에 상환 받아 20억달러 규모의 수익을 챙겼다.

엘리엇은 무려 12년 간 글로벌 채권단 대다수가 받아들인 채무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아르헨티나 국가 재산 압류를 허용한 법원 판결을 이용해서 아르헨티나가 절실히 필요로 하던 글로벌 자본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결국 엘리엇에 항복했고, 몇몇 내부자로 구성된 미국의 한 헤지펀드는 그렇게 4500만명의 아르헨티나 국민을 인질 삼아 몸값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금융시장의 대규모 조작은 변동성 심한 암호화폐 가격이 아니라 이렇듯 착취적인 기업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워런이 비판했던 것과 같이 월가에는 이런 사례들이 너무나 흔해 시스템의 일부가 돼버렸다.

대마불사(大馬不死)로 통하는 월가의 투자은행들과 그들의 헤지펀드 고객들이 휘두르는 힘은 대부분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달러가 담당하는 중심적 역할과 정부 정책결정 과정에서 그들이 미치는 영향력에서 나온다. 비트코인과 DeFi(디파이, 탈중앙화금융)이 바꾸려 노력하고 있는 게 바로 이것이다.

 

투기 엔진

그러니 “사기”라는 과장된 단어는 이젠 좀 그만 썼으면 한다.

하지만 옐런과 라가르드, 워런이 지적한 것처럼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 투기 열풍이 있는 건 맞다. 최근 가격 변동성을 보고 아니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뭐가 문제란 말인가?

투기란 자본주의 경제의 근간이다. 투기가 없는 경제란 중앙에서 모든 걸 계획하는 경제를 뜻한다.

부동산 개발업자가 한창 뜨는 동네에 투자할 때 하는 것이 투기이고, 집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피해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보험회사가 하는 게 투기다. 또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 회사들이 매일 하는 일이 투기 행위다.

투기란 미국 금융의 엔진이다. 금융 시스템의 기본 레이어인 금리는 채권 시장에서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장·단기 투자상품들이 조정을 거치고, 주요 금융기관들이 이들 상품에 차익거래 베팅을 한 결과 생겨나게 된다.

경제학자이자 혁신 이론가인 카를로타 페리스는 지난 5월 코인데스크US가 주최한 컨센서스 2020에서 급격한 기술 변화의 시기에 경제 전반에 걸쳐서 혁신의 물결을 크게 일으키는데 금융 투기가 중대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제 암호화폐는 투기 엔진에서 이 두 가지 역할을 다 할 수 있으며,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중개자가 없는 새로운 모델에 이를 적용시킬 수도 있다. 향후 어떤 모습으로 진화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미래의 금융시스템에서 비트코인은 프로그램 가능한 기초 담보로, 디파이는 신용, 보험, 금리, 결제 시스템을 관리하는 거버넌스 체계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전통적인 시장과 암호화폐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투기의 차이점이라면 전자가 유동성과 효율성 면에서 더 앞서는 환경이란 점이다. 가격 변동성으로 인한 차익거래 기회가 빠르게 줄어 가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보다 신뢰성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두시장 모두 차익거래 갭이 줄어드는 과정이 계속해서 진행 중이며, 투기와 기술 간 긍정적인 피드백 고리가 형성될 때 이 과정이 가속화된다. 우리는 월가에서 채권 거래를 할 때 전자 거래방식이 거래량을 늘릴 뿐 아니라 동시에 은행에서 부르는 매도와 매수 가격 차이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 것을 잘 확인할 수 있었다.

디파이 역시 놀라운 속도로 혁신이 진행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투기 세력들은 기술이 더 진화하기 전에 투자를 해야 앞으로 효율성이 증대됐을 때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투기 세력이 더 많이 시장에 진입할수록 혁신가들은 기술을 더 완벽하게 발전시킬 수 있으며, 시스템의 가치는 더 올라가게 돼 있다.

투기 광풍이라고? 난 투기 세력이 더 몰려도 괜찮다고 본다.

 

비더(비트코인+이더)?

출처=Rachel Sun/코인데스크US
출처=Rachel Sun/코인데스크US

지금까지 암호화폐 시장 내에서 일고 있는 투기 열풍의 장점들만을 열거했다면, 마지막으로 주의할 점 한 가지를 당부하려 한다.

요즘 투자자들은 암호화폐고 전통적인 시장이고 할 것 없이 자산 간 차별성을 고려하려 하질 않는데, 이런 투기 추세는 결코 이상적이지 않다.

지난 한 주간 미국 국채 수익률 급등과 연방준비은행(연준)의 조기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대한 반응으로 시장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로 인해 투자자들은 달러 이외의 모든 자산을 ‘위험 자산’으로 치부하게 됐다.

금리인상 우려가 나올 때마다 주식과 채권, 암호화폐 자산은 일제히 가격이 떨어졌고, 우려가 사라지면 다시 가격이 오르는 패턴을 반복했다. 이는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시장의 전반적인 의존도가 날이 갈수록 커지게 됐음을 시사한다.

이런 현상은 특히나 암호화폐 시장에서 두드러졌다. 유동성을 가지고 투자할 곳을 찾아 헤매는 투자자들이 마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기반 기술이 동일한 기술인양 엄연히 다른 디지털 자산인 비트코인(BTC)과 이더(ETH)를 동일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지난 한 주간 비트코인과 이더의 거래 차트를 보면 ‘비더(bither)’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둘 사이엔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의 가격 대비. 출처=Shuai Hao/코인데스크US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의 가격 대비. 출처=Shuai Hao/코인데스크US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잘 구별해야 할 시기다. 비트코인은 프로그램이 가능한 가치 저장수단으로,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준비 자산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면 이더리움은 탈중앙화 앱(dapp)들을 구축할 수 있는 보편적 프로토콜로서, 가치 교환과 조직 구조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활용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이 둘의 운명이 비슷하다 하겠으나, 서로 완전히 다른 프로젝트임을 잊어선 안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투기는 금융 시스템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하지만 차별화된 자산에 대한 기대를 기반으로 투기를 할 때 그 효과는 증대된다. 시장의 과도한 투기 열풍이 문제가 아니라 실은 연준이 스스로를 유일무이하게 중요한 투기 종목으로 만들어 버린 게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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