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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년 인터뷰③

허백영 빗썸 대표 "암호화폐, 제도권 자산상품으로 인정받을 것"

2021. 01. 12 by 박근모 기자
출처=빗썸코리아
출처=빗썸코리아

코인데스크코리아는 2021년을 맞아 블록체인, 암호화폐 산업의 대표 기업들과 신년 인터뷰를 했다. 두나무(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스트리미(고팍스), 플루토스디에스(한빗코), 그라운드X, 코다(KODA), KDAC.

지난 2014년 시작한 빗썸은 업비트와 함께 우리나라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의 양대 축으로 꼽힌다. 국내·외 수많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탄생하고 소멸했지만, 여러 논란을 겪으면서도 빗썸은 살아남았고 국내 최대 거래소로 성장했다.

게다가 올해 암호화폐의 제도권 진입을 앞두고, NXC(넥슨 지주사) 등 여러 기업이 빗썸 인수전에 뛰어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경영권 인수매각과 별개로 빗썸 경영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는 건 금융권 출신의 허백영 대표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빗썸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허 대표는 스스로를 '모험가'라고 소개하며, 올해 빗썸의 신사업 개척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 대표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과 과세 등 제도화가 되더라도, 기존 자산보다 암호화폐 수익률이 월등히 높을 것이라며 "암호화폐 제도화로 빗썸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빗썸에 입사한 지 반년만인 2018년 4월 빗썸 대표로 선임되면서 업계를 놀라게 하더니, 불과 9개월 만에 그만두고 스타트업 볼트러스트(현 빗썸커스터디)를 창업했습니다. 지난해 5월에 다시 빗썸 대표로 돌아오셨는데, 그 배경과 소감을 말해주세요.

"사실 수탁 스타트업 볼트러스트를 창업했더니 사람들이 제가 빗썸을 완전히 떠났다고 생각하더군요. 근데 그건 잘못된 시각이에요. 사실 전 빗썸을 떠난 게 아니라, 제가 필요할 때 다시금 빗썸에 기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지난해 빗썸 대표로 돌아오니, 외부에서는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대비하기 위한 거로 알더군요. 그것도 오해입니다. 특금법 준비는 제가 오든 안 오든, 빗썸 대표가 누구든지 간에 당연히 해야 합니다.

제가 금융권 출신이다 보니 다들 저를 '관리형 대표'로 알더군요. 근데 저는 '모험가형 대표'에요. 빗썸 경영진에서 현재 빗썸의 최우선 과제를 현상유지나 관리보다는 신사업을 개척하라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빗썸 대표로 돌아오게 돼서 정말 행복합니다. 무엇보다 블록체인,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산업의 국내 1위 기업을 이끌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한편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기쁜 마음이 더 큽니다.

올 한해 빗썸의 혁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럼 빗썸커스터디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제가 빗썸 대표로 자리를 옮기면서, 빗썸 내부의 능력 있는 분이 빗썸커스터디 대표로 가셨습니다.

수탁은 암호화폐가 제도화, 산업화가 되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수탁은 안전하게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는 은행 금고를 만드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몇몇 금융사가 직접 암호화폐 수탁을 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법정화폐를 보관하는 것과 암호화폐를 보관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다릅니다.

빗썸커스터디는 암호화폐 수탁을 위한 기술과 솔루션을 개발 중이며, 곧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일 겁니다."

 

―빗썸에 복귀하신 지 8개월 정도 지났습니다. 지난해 암호화폐 산업을 되돌아본다면?

"지난해 업계의 키워드는 '특금법'으로 대표되는 제도화 문제였습니다. 저희와 같은 가상자산 사업자(VASP)들은 특금법으로 인해 제도화에 한걸음 가까워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특금법에서 명시한 요구 사항을 준수하기 위해 고민하거나 결국 업계를 떠난 분들도 많았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가격이 상승하며 주식과 같은 대중적인 투자 대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올 3월 시행될 특금법 준비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빗썸은 예전부터 특금법이 요구하는 은행 실명계좌,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등을 갖췄습니다. 또 자금세탁방지센터를 설립하고, 다양한 자금세탁방지 솔루션도 도입하는 등 규제에 맞춘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금융당국에 신고한 거래소 1호를 노리나요?

"신고 수리를 미룰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신고 수리 1호가 되기 위해서 특별히 노력하거나 이런 건 없습니다. 묵묵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걱정이 있다면, 빗썸은 예전부터 인력과 자금을 투입해 특금법 신고 수리 요건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다수의 중소규모 거래소들입니다. 이들은 기준을 만족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왜 그런가요?

"특금법의 기준 요건이 명확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번 특금법을 보면 은행의 판단이 신고 수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같은 대형 거래소는 인력과 자금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형 거래소는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라이선스를 받지 못한 거래소가 속출할 텐데, 이들이 먹튀를 하거나, 막무가내식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고객이 입을 확률이 높습니다."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언을 한다면?

"금융기관이 라이선스 발급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일반 투자자들은 중대형 거래소, 혹은 사업 운영기간이 길고 신뢰성이 높은 거래소로 자산을 옮길 필요가 있습니다.

특금법이 본격화되면 신뢰성에 따라 거래소 판세가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직접 암호화폐에도 투자하시나요?

"시골에 작은 집 한채가 있습니다. 작년에 아내에게 이 집을 팔아서 비트코인을 구입하는 게 어떠냐고 했죠. 물론 허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근데 최근에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뉴스가 나오자 아내가 '그때 팔아서 비트코인 살걸'이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아직 시도는 못 하고 있지만, 아내한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이야기해 줬습니다."

 

―앞으로 비트코인, 암호화폐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당연히 암호화폐 가격은 더 오를 겁니다. 사실 그 근거는 딱히 없습니다. 페이팔이 비트코인 매매를 지원했네, 이런 것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서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유동성이 공급됐고, 낮은 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당연히 자산 가치는 상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즉, 무엇인가는 오를 수밖에 없었는데, 그게 비트코인이었던 거죠.

이번에 비트코인이 시장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가격 상승에 의미가 있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이 자산의 하나로 인정받았다는 점에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하나의 자산으로 인정 받은 만큼 중간에 하락도 있을 수 있지만, 안정적인 가치 상승을 이룰 것으로 생각합니다."

 

2022년 암호화폐 과세가 가까워질수록, 국내 시장이 다시 침체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옵니다.

"암호화폐 기타소득세를 두고 업계에서도 여러 가지 이견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아무런 과세 없이 암호화폐 투자 수익을 얻었던 이들은 손해 보는 것 같겠지만, 저는 당연히 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기타소득세 부과가 되면, 시장이 침체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하는데, 산업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이해가 안 됩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세금을 안 냈다는 점에서 다른 산업에 비해 큰 이득을 얻은 셈입니다. 우리 같은 가상자산 사업자 입장에서는 세금을 걷고, 제도화하는 것만으로도 반가워해야 합니다."

 

―그럼 암호화폐 과세 이후,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전통 투자자산보다 암호화폐가 경쟁력이 있을까요?

"주식이나 부동산보다 암호화폐가 투자 대상으로 경쟁력이 한단계 높다고 생각합니다. 주식이나 부동산이 작년 한해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대부분 2배 이상 올랐다고 이야기합니다.

비트코인을 보면. 작년 초 8800달러 수준에서 현재 4만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적어도 4배 이상 상승한 셈입니다. 이는 주식이나 부동산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과세가 이뤄진다면, 일정 기간 가격 조정이 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비트코인이 자산의 하나로 인정받은 만큼, 지금처럼 급격한 상승은 아니더라도 꾸준한 상승 추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빗썸 본사 사무실 로비에 설치된 암호화폐 시세 전광판.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빗썸 본사 사무실 로비에 설치된 암호화폐 시세 전광판.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최근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레벨(LVL)이 거래 수수료 무료화를 밝혔습니다. 이런 변화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거래 수수료 전면 무료는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닙니다. 빗썸의 1년 운영비를 생각했을 때, 우리도 거래 수수료 전면 무료는 선듯 선택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하물며 우리보다 작은 곳은 어떻게 그 운영비를 마련해서 유지하겠습니까?

사람들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증권 거래소와 동일시하면서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가 있습니다. 증권 거래소는 어느 거래소를 선택하든 동일한 상품을 동일한 가격으로 구입합니다. 결국, 그들의 고객 유인 수단이 차등적인 거래 수수료였던 겁니다.

반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취급하는 암호화폐가 모두 다릅니다. 거래 수수료를 무료로 한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암호화폐가 없다면 그 거래소를 이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또 동일한 암호화폐를 제공하는 빗썸과 중소형 거래소가 있다고 했을 때, 중소형 거래소가 거래 수수료 무료라고 해서 그곳을 선택하는 고객은 많으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수수료를 조금 더 내더라도 안전하고, 믿을만한 빗썸 같은 대형 거래소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는 수수료 싸움이 아니라, 적절한 수수료 요율을 바탕으로 얼마나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와 환경을 제공할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최근 인수한 코인힐스도 그런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인가요?

"특금법을 시작으로 암호화폐가 제도권의 자산 상품으로 인정받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너무 암호화폐 투자자에 집중한 정보만 제공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상에 토큰 발행 수, 거래내역 등은 주식만 하다 암호화폐도 투자하려는 이들에게 적합하지 않은 정보입니다. 암호화폐와 전통자산 사이의 상관관계 분석 등 새로운 시각에서 투자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블록체인, 암호화폐 산업에서 핵심 키워드와 빗썸의 사업 방향은?

"올해 핵심 키워드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글로벌 공통 자산', '자산 유동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각국 정부는 자국 법정화폐의 디지털 버전을 내놓을 것입니다.

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은 전세계 공통의 자산 축적 방안으로 자리 잡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블록체인 기반으로 실물과 연계한 증권형 토큰(STO)은 다양한 자산의 유동화를 손쉽게 만들어 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빗썸은 암호화폐를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거래 환경을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서 양질의 투자정보 제공이나 세금 관리 등도 클릭 한번으로 얻을 수 있는 국내 최고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되기 위해서 노력 중입니다."

 

―끝으로 빗썸 인수와 관련해서 한마디 하신다면?

"빗썸은 누가 봐도 인정할만한 성공한 스타트업입니다. 서로 인수하고 싶어하는 게 당연합니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인수 제안도 들어왔습니다.

다만, 빗썸 대표로서 누가 빗썸을 인수하는지는 관심이 없습니다. 누가 인수하더라도 빗썸 고객에게 불이익이 생기거나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빗썸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핵심입니다.

빗썸 인수는 지주사인 빗썸홀딩스가 주도하는 만큼 저는 전문경영인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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