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Q

[이드콘2020 인터뷰④] 김준수 스테이크피시 한국 담당

"기존 PoS 생각하고 이더리움2.0 뛰어들면 오산"

2020. 12. 19 by 정인선 기자

이더리움1.0에서 2.0으로의 전환이 시작됐다. 핵심은 지분증명에서 작업증명으로의 전환이다. 이더스캔에 따르면 18일 오전 10시 기준 이더리움2.0 예치금은 9억8400만달러 가량이다.

국내에도 이더리움2.0 검증인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팀이 있다. 아니, 국내에 한 곳밖에 없다. 지난달 중순부터 진행된 이드콘2020 해커톤 집체 교육에서 이더리움2.0과 관련해 교육을 맡은 스테이크피시다.

15일 코인데스크코리아와 만난 김준수 스테이크피시 한국 담당은 "이더리움2.0에선 누구나 네트워크에 기여할 수 있지만, 스테이킹(예치) 사업에 뛰어들기에 앞서 여러 위험 요소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수 스테이크피시 한국 담당.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김준수 스테이크피시 한국 담당.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의 전환은 왜 중요한가?

지금까지의 이더리움이 어땠나를 돌아보면 이해가 쉽다. 비탈릭 부테린조차 이더리움을 처음 만들 때부터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채굴을 통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보안을 제공하는 방식에선 언제든지 공격을 받을 위험에 노출돼 있다. 

비탈릭은 또한 확장성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해서 경고를 해 왔다. 처음엔 사람들이 '어차피 사람들이 많이 쓰지도 않는데 확장성 솔루션이 왜 필요하냐'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디파이를 비롯한 앱이 너무 많이 생기면서, 수수료가 너무 올라 서비스를 쓰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렀다. 

누구나 네트워크 보안에 기여하도록 문을 열어줄 필요성도 대두됐다. 집에서 이더리움을 채굴한다는 건 이제 불가능한 일이 됐다. 전문 채굴업자들만의 리그가 된 셈이다. 이걸 다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바꾸는 게 필요해졌다. 

그런데 현재 이더리움에서 대규모의 거래가 매일같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하려면 너무 부담이 크니, 단계별로 업그레이드를 하기로 한 거다.

 

―단계별로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나?

우선 최근 가동을 시작한 비콘체인은 0단계에 해당한다. 기존의 이더리움 체인을 계속 운영하되, 처음으로 지분증명 방식을 소개한 게 비콘체인이다.

그다음 1단계에선 확장성을 위한 샤딩에 들어가게 된다. 비콘체인과 동등하게 형성된 64개 레이어의 체인이 긴밀하게 상호 작용을 하며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2단계로 가기 직전에 1단계의 레이어들이 합체되고, 최종 전환 단계에선 누구나 스마트계약을 작성할 수 있게 된다. 

 

―지분증명으로 전환이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대중화의 발판이 될 수 있는 건가?

이더리움2.0이 나온다고 해서 바로 대중 접근성이 좋아진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이용자 경험(UX)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현재 수준의 확장성을 가지고선 대중화가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당장 어제만 해도 유튜브를 비롯한 구글 계정 기반 서비스들이 한꺼번에 다운됐다. 그런 일이 하루에도 몇십 번 일어난다면 서비스를 누가 쓰겠나. 대중이 쓸만한 서비스 출현을 위해 확장성은 그만큼 중요하다.

대중화도 대중화이지만, 사실 더 중요한 건 사람들이 손을 댈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는 거다. 이더리움 기반 서비스를 많이 쓰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채굴과 같이 이더리움에 보안성을 제공하는 행위엔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손도 못 대는 세계였다. 그런데 지분증명 방식으로 넘어가면서 드디어 참여의 기회가 열린다는 게 중요하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여하려는 욕구가 그만큼 보편적인가? 기여엔 보상이 따르기 때문인가?

맞다. 현재 이더리움 스테이킹 보상률이 13~15% 정도로 높다. 그래서 사람들이 계속 유입된다. 이더리움의 기본 이념 자체가 선한 행위에 대한 기대보다는 악한 행위, 즉 공격 행위에 대비하기 위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데에 있다. 

출처=이더리움 웹사이트 캡처
출처=이더리움 웹사이트 캡처

―스테이킹 보상과 디파이 이자는 어떻게 다른가? 

디파이 이자가 어떻게 하면 자산을 효율적으로 굴릴지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금융 상품이라면, 스테이킹은 네트워크를 안전하게 지켜 주는 데에 대한 감사 표시로 보상을 주는 거다. 

디파이 시장은 잉여 자본을 가진 사람과 그 자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연결하는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돌아간다. 반면 스테이킹은 내 자신과 네트워크 간의 상호 교류에 의해 돌아간다. 그래서 카운터파티 리스크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 이더리움 위에서 서비스를 만들려는 이들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우선 이더리움2.0 스테이킹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이더리움2.0의 지분증명 문서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고 새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 몇 개의 검증을 올릴 수 있는지, 어떤 클라이언트들이 있고 각각의 장단점은 뭔지 등을 다 고려해야 한다.

스테이크피시에 문의하는 분들은 대부분 앞선 지분증명 플랫폼들 관련 지식을 기반으로 (이더리움2.0 스테이킹에 대해서도) 질문한다. 그런데 테조스, 코스모스 등의 지분증명 원리와 똑같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검증인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는 경우라면, 여러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현재와 같은 0단계 상황에선 한번 스테이킹을 하면 출금이 불가능하다. 업그레이드가 끝나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은 걸릴 수 있다. 그동안 최소 32이더(12월19일 약 2300만원)를 어떻게든 묶어 놔야 한다. 그러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그동안의 운영 비용을 반드시 마련해 놔야 한다.

또 규정을 위반하는 실수를 한 번만 저지르면 바로 검증인에서 제외된다. 그럼 그 이더가 1년 이상 해당 주소에 묶여 있게 되는데, 그게 내 돈이라면 몰라도 고객의 자산인 경우엔 기업에 어마어마한 타격이 생길 수 있다. 

 

―스테이크피시는 준비를 잘 해 왔나?

애초에 검증인 사업에 완전히 올인한다고 결정한 채로 2년을 달려왔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블록체인에서 가장 큰 생태계인 이더리움이 지분증명으로 넘어온다는데, 이 시장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봤다. 그래서 지분증명으로 전환된다는 게 가시화된 후부터 상당히 많은 자원과 인력을 투입해 대비해 왔다.

 

―거래소 등 빅 플레이어들과 스테이킹 시장에서 경쟁하게 된다면?

스테이크피시도 과거 EOS 블록 생성자를 운영했다. 그런데 투표에서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자 운영할 이유가 사라졌다.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면 비용만 들뿐 얻을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이더리움2.0에서는 지분이 아무리 작아도 계속 운영만 한다면 보상을 얻을 수 있다. 물론 거래소와 같은 빅 플레이어들이 큰 지분을 차지할 거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몸집이 작은 곳들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다. 

그보다 원론적인 입장을 말하자면, 빅 플레이어들이 들어와 좋은 인프라를 네트워크에 제공하기만 한다면 대환영이다. 그런데 은행들이 인터넷 뱅킹 시스템을 구축할 때 모든 걸 직접 하기보다 여러 파트너 기업과 협력하듯, 거래소도 마찬가지로 스테이크피시와 같은 전문 검증인들과 협력하는 형태로 갈 거라고 본다.

 

―이더리움2.0 교육을 받은 이드콘2020 해커톤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온라인으로 진행한 교육이 끝나고 받은 개인 메시지 중 재밌는 게 하나 있었다. 이더리움2.0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난다는 건 알겠는데, 정확히 무엇이 달라지는지는 충분히 이해를 못 한 분이었다. 

설명해 드리고 나자 "아, 이 모든 게 정말 다 일어나나요?"라고 되묻더라. 그만큼 많은 연구의 산물이 실제로 구현된다는 데에 감탄하는 거다. 

과거엔 비슷한 자리에 가면 늘 "그래서 보상을 얼마나 받을 수 있나요?" 같은 질문만 받았다. 그런데 이더리움 2.0으로 오면서 질문의 깊이가 달라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반가운 변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