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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이시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22화

FAANG의 독주를 무슨 수로 멈출 것인가?

2020. 09. 07 by Michael J Casey
출처=언스플래시
출처=언스플래시

자산 규모가 1천~6천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월드와이드웹(WWW)의 창시자 팀 버너스 리는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산다. 하지만 이 정도 자산은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 앞에서는 ‘한 줌’에 불과하다. 베조스는 지난주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산 규모 2천억달러를 넘긴 부자가 됐다.

여기엔 다소 이상한 점이 있다. 세계를 바꿔놓은 정보 시스템을 개발한 사람이 그 시스템 안에 있는 총 20억 개 웹사이트들 중 하나를 관리하는 사람이 벌어들인 돈의 0.03%밖에 벌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베조스는 아마존닷컴(Amazon.com)을 통해 159개국의 GDP를 합한 금액보다 더 크고, 미국 평균 가계 소득의 330만배에 달하는 부를 축적했다.

많은 미국인이 베조스가 CEO로 있는 아마존(시가총액 1조7300억달러로 세계 2위)을 미국 경제 성공의 상징으로 여길 것이다. 그리고 세계 5대 기업에 속하는 다른 4개 기업(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지주사 알파벳, 페이스북)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애플은 지난달 세계 최초로 기업가치 2조달러를 넘어선 기업이 됐고, 현재 시총은 2조1000억달러에 이른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총 규모가 1조7100억달러, 알파벳은 1조1000억달러, 페이스북은 8350억달러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대부분 사람과 생각이 좀 다르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규모의 시총을 단일 기업이 기록하는 건 미국 경제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본다.

필자가 이런 발언을 할 때마다 필자를 사회주의자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사회주의에 기초한 주장이 아니다. 필자는 기업가들이 수익 창출을 통해서 사업을 성장, 개선할 동기를 얻는 자유시장 경제를 신봉하는 사람이다.

다만 어떤 개인이나 기업도 경쟁을 말살하는 독점 행위나 다른 사람들의 수익 창출 능력 또는 혁신하는 능력을 마음대로 통제하는 지대 추구 행위를 하지 않고서는 그 정도 규모의 부를 축적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이 낳은 중앙화된 플랫폼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파괴적인 특성이며, 최근 자신이 만들어낸 야수를 길들이려고 하는 버너스 리가 고민하는 부분이다. 이 거대 IT기업들은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경쟁을 통제하거나 아예 없앨 수 있는 데이터 독점 능력을 지니게 됐다. 그리고 그들의 뜻대로 이용자들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이용자 행동에 대한 지식을 알고리듬을 통해 대규모로 축적했다. 정부가 가진 권력만큼, 아니 그 이상의 강력한 권력을 지닌 이 IT 공룡들은 자유시장에 과도한 규제만큼이나 커다란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로운 블록체인 기반 웹3.0 프로토콜이 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웹3.0에선 이용자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으며, 탈중앙화된 커뮤니티와 시장에 참여해 중개인 없이 콘텐츠와 상품을 공유할 수 있다. 이용자들이 기존의 인터넷 플랫폼을 떠나 웹3.0으로 옮겨가도록 만들 수만 있다면 이 모델이 인터넷 플랫폼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다.

베조스는 세계 최초로 자산 규모 2천억달러를 넘긴 부자가 됐다. 출처=게티이미지
베조스는 세계 최초로 자산 규모 2천억달러를 넘긴 부자가 됐다. 출처=게티이미지

그리고 그렇게 웹3.0이 성공을 거둔다고 하더라도 베조스가 우리에게 준 교훈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른바 고래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블록체인 생태계의 권력 기반은 소수가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중앙화된 인터넷을 닮았다.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이러한 불평등을 없애고 권력의 균등한 분배를 장려하는 혁신적인 거버넌스 솔루션의 개발을 반겨야 한다.

 

성장의 성과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

독점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경제에 해를 끼친다. 기업들의 독점을 금지했던 루스벨트 대통령 시대에는 경쟁이 없으면 기업들이 시장 가격보다 높게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하지만 경쟁의 부재는 혁신을 저해해 사회에 비용을 지우기도 한다. 이때 시장에 더 나은 대안을 도입하지 않으면 생산성은 줄어든다.

자본 시장은 이 문제의 해결을 가로막는다. “그냥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Netflix), 구글)을 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투자 자문사들을 보면 알 수 있듯 투자자들은 거대 IT기업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경쟁사들은 상대적으로 더 비싼 자본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거대 플랫폼과의 격차를 좁히는 일은 더 어려워진다.

거대 IT기업의 경쟁 우위는 애매모호한 법적 기준으로 인해 더욱 강화된다. 반독점법은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가격만 신경 쓰지만, 미국의 경제적 자유 프로젝트(American Economic Liberties Project)가 발간한 보고서에서 전자상거래 대기업 아마존을 ‘21세기 게이트키퍼’라 부른 것처럼, 아마존이 소비자들에게 끼치는 피해는 쉽게 덮을 수 있거나 아예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고서에서 저자들은 규제 당국이 가격 대신 기업이 모든 이들을 어떻게 조종하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은 공급 업체나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을 스타트업들, 그리고 소비자들을 자사에 의존하게 만든 다음 새로운 시장에서 강력한 지위를 독점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조종하고 있다.

하지만 해결책을 정부에서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가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 IT기업들을 분해할 순 있다. 하지만 각 부문이 게이트키퍼로서의 권력을 갖는 건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아니면 이 플랫폼들을 공공 부문으로 흡수해 규제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정보 플랫폼을 통제하는 상황을 우리가 정말 바랄까? 아니면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에 보조금을 지원해 거대 기업을 이기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해당 스타트업이 진입장벽을 뛰어넘는 데 필요한 네트워크 효과를 가지게 된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주주들의 압력으로 대기업들이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착취적 사업 방식에 기댈 수밖에 없다.

 

결론은 3.0?

암호화폐 기반 솔루션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웹3.0에서 이용자 네트워크는 단일 주체가 통제할 수 없는 탈중앙화된 프로토콜 상에 존재한다.

웹3.0 스타트업으로서는 이용자들을 이미 증명된 거대 네트워크에서 아직 증명되지 않은 소규모 네트워크로 옮겨가게 유도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늘어만 가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 검열, 허위정보를 둘러싼 빈번한 다툼, 가짜뉴스, 그리고 거대기업의 비위 등이 계속되면 이용자 스스로 기존에 사용하던 네트워크를 버리고 갈아타려 할 수 있다. 또 최근 웹3.0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의 개발 상황을 보면 게이트키퍼를 우회하는 인터넷 앱이 곧 출시되리란 희망도 보인다.

코스모스(Cosmos)나 폴카닷(Polkadot)처럼 블록체인 간 디지털 자산 거래를 돕는 상호운용 가능한 프로토콜들이 최근 몇 달 새 개발과 자금 조달에서 중요한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시아(Sia)나 파일코인(Filecoin) 같은 탈중앙화된 저장소·호스팅 솔루션들도 이용자와 투자자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다. 또 많은 디지털 자기주권신원(SSI)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대형 플랫폼의 신원 관리 시스템 없이 자체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데이터는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 탈중앙금융(DeFi, 디파이) 부문에서 폭발적인 혁신이 일어나는 가운데 이런 변화들이 생기고 있으며, 디파이는 웹3.0 환경에서 결제와 금융의 원활한 통합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암호화폐 업계 불평등 문제

물론 블록체인이 독점 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이 될 순 없다.

먼저 암호화폐 업계 역시 나름의 불평등 문제를 안고 있다. 많은 암호화폐 프로토콜이 초기 단계에 치중된 발행 일정을 내세우고, 최근 암호화폐 가격의 급상승으로 소수의 얼리어답터가 뒤늦게 들어온 대다수 투자자보다 훨씬 더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부의 불균형을 측정하는 대표 지수인 지니 계수를 비트코인에 적용한 분석에 따르면, 2012~2019년 비트코인의 지니 계수는 0.8~0.98에 육박해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높았다.)

출처=언스플래시
출처=언스플래시

불평등 자체가 아니라 중간에서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주체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토큰을 다량 보유한 고래들은 블록체인 거버넌스 시스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대로 조건을 정할 수가 있다. 특히 지분증명(PoS) 합의 시스템에서 이런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디파이 프로토콜을 구성하는 금리와 담보 규칙, 그 외 변수들을 투표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비트코인 역시 마찬가지다. 블록 보상을 꾸준히 얻기 위해 대규모 채굴 시설을 지으려면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 그리고 핵심개발 업무는 원칙상 비영리 활동이지만, 가장 활발히 코드를 개발하는 개발자들의 경우 부유한 비트코인 투자자들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자본가들에게서 많은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는 것을 공공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정당화할 수도 있지만, 엔지니어와의 직접적인 관계가 자본가에게 프로토콜 개발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부여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블록체인 기반 프로토콜은 이런 문제들을 피해 거버넌스를 시험할 기회를 기업 설립자들에게 주고 있으며, 실제로 디파이 부문에서 이런 기회를 활용하고 있는 설립자들도 많다.

이상향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암호화폐 업계는 이상향에 가까이 가기 위한 혁신적인 접근법을 꾸준히 실험하고 활용하고 있다.


분모의 중요성

이더리움(Ethereum) 디파이 생태계에 담보로 예치된 모든 암호화폐 자산의 총 가치를 나타낸 첫 번째 차트는 언뜻 보면 지난달까지 지속된 엄청난 버블이 이달 초 그 끝을 맞이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 9월 첫째 주는 상승이 있으면 하락이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한 주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실적을 측정하는 분모에 따라 암호화폐 가치가 왜곡된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차트 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디파이 담보 계약에 투자한 금액을 달러(USD)로 환산한 가치는 달러 자체의 가치에 의해 크게 좌우되며, 탈중앙금융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 여러 가지 요소에 영향을 받아 분모인 주요 암호화폐 대비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디파이에 보관된 자산의 (미국 달러로 표시한) 총 가치. 출처=디파이펄스(DeFi Pulse)
디파이에 보관된 자산의 (미국 달러로 표시한) 총 가치. 출처=디파이펄스(DeFi Pulse)

아래 두 차트는 디파이 계약에 예치된 이더(ETH)와 비트코인의 실제 규모를 각각 나타낸 것이다.

디파이에 보관된 이더(ETH) 총 가치.
디파이에 보관된 이더(ETH) 총 가치.
디파이에 보관된 비트코인(BTC) 총 가치.
디파이에 보관된 비트코인(BTC) 총 가치.

탈중앙금융 지지자들은 지난주 대량 매도세로 비트코인과 이더의 달러 가치는 줄었으나 암호화폐 커뮤니티 내부에서 디파이 시스템에 거는 투자 액수는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에서 희망을 발견할 것이다. 이제는 이 디파이 시스템이 얼마나 법정화폐 세계로부터 완벽히 독립돼 있냐는 질문이 남는다. 지난 한 주간 이더와 비트코인의 달러 대비 가치가 하락한 게 이더와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탈중앙금융이 주는 수익 창출 기회를 다시 생각하도록 영향을 미칠까? 아니면 지금 암호화폐 투자금을 빼 달러를 보유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 모든 건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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