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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스타트업 인터뷰⑤] 김종호 해치랩스 대표 암호화폐 지갑 보안 솔루션 '헤네시스' 개발

'스마트계약 감사' 해치랩스가 지갑 솔루션으로 선회한 이유는

2020. 07. 29 by 박근모 기자
해치랩스 팀원들이 모여서 회의하는 모습. 출처=해치랩스
해치랩스 팀원들이 모여서 회의하는 모습. 출처=해치랩스

"블록체인 서비스 기업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암호화폐 지갑이더군요. 그래서 저희가 준비했습니다. 안전한 암호화폐 지갑을 만들 수 있는 솔루션."

지난 15일 여의도의 공유오피스에서 2년 만에 만난 김종호 해치랩스 대표는 어느새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대표하는 사업가로 성장했다. 한마디 한마디에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김종호 대표는 해치랩스가 국내 블록체인 기업 중 최초로 스마트계약 감사(audit)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이제는 암호화폐 지갑 보안 솔루션 '헤네시스(Henesis)'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현재 해치랩스가 주력하는 부분은 암호화폐 지갑입니다. 그 중심에 헤네시스가 있죠. 쉽게 설명하자면, 헤네시스를 활용하면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한 지갑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지갑? 헤네시스? 원래 해치랩스는 스마트계약 감사 영역을 담당하는 것 아니었나요?

"저희가 2018년 6월부터 스마트계약 감사와 블록체인 컨설팅 업무를 시작한 건 맞습니다. 국내서 거의 유일했죠. 일반적으로 스마트계약 감사는 블록체인 코드 분석을 통해 취약점을 탐지하고, 가스비(gas fee, 네트워크 사용 수수료) 최적화를 진행합니다. 근데 감사 업무를 하다 보니, 암호화폐 보관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고객이 많더군요. 이를 해결하려다 보니 헤네시스가 탄생했습니다."

헤네시스로 지갑 관리하는 예시 모습. 출처=해치랩스
헤네시스로 지갑 관리하는 예시 모습. 출처=해치랩스

이미 다양한 형태의 지갑 서비스가 이미 존재하는데, 헤네시스의 특징이나 장점은 뭐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최소 5명의 개발자가 6개월 이상 지갑 개발에만 집중해야만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지갑 서비스가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꾸준한 유지보수도 해야 하죠. 근데 헤네시스를 이용하면, 1~2주면 충분합니다. 안전한 키 관리를 위한 멀티시그(Multi sig)나 입출금 권한 관리, 편의성을 위한 대시보드 등을 헤네시스 하나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멀티시그는 입출금 등을 할 수 있는 개인키를 여러 개로 쪼개서 관리하는 기술이다. 헤네시스는 하나의 개인키를 3개로 쪼개서 해치랩스와 고객이 나눠서 보관한다. 남은 하나의 키는 비상시에 대비해 따로 보관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외부 지갑으로 출금을 요청하면, 고객사가 가진 개인키와 해치랩스가 보관한 개인키를 동시에 입력해야 출금이 가능하다. 하나의 개인키가 해킹을 당한다고 할지라도 외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

안전한 지갑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서 헤네시스를 개발했다고요? 설마 그런 요구가 갑자기 늘었을 리는 없을테고, 진짜 이유가 그뿐인가요?

"휴…. 사실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알다시피 국내서 스마트계약 감사 분야는 저희가 최초였을 겁니다. 2018년 ICO 붐을 타고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등장하다 보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오히려 이게 문제였습니다. 수요가 늘다 보니, 너도나도 스마트계약 감사 업무를 하겠다는 기업이 등장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더군요. 그 결과 건당 단가가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ICO 붐이 꺼지면서 수요도 끊겼습니다. 새로운 활로가 필요했습니다."

한 기업을 이끄는 대표의 고뇌가 느껴졌다. 잘 나가던 스마트계약 감사 분야에서 암호화폐 지갑 솔루션 개발로 사업 방향 전환을 하면서 내부 반발은 없었을까.

"다행스럽게도 내부 반발은 전혀 없었습니다. 스마트계약 감사 업무를 완전히 접은 것도 아니었고요. 감사가 취약점을 발견하고 해결점을 제시한다면, 지갑 솔루션 개발은 취약점을 해결한 안전한 지갑을 처음부터 제공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교차하는 지점이 있더군요. 가장 중요한 점은 헤네시스가 감사 분야에 비해 성장률이 높다는 겁니다. 폭발적인 성장률이 눈에 보이니 모두가 이 방향에 동의하더군요."

헤네시스에 대한 시장 반응이 좋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해치랩스의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요?

"직접적으로 물으시다니 당황스럽네요. 구체적인 액수를 말하기는 어렵고, 작년 전체 매출과 올해 상반기 매출이 비슷한 수준입니다. 참고로 헤네시스는 작년 3분기 이후부터 시작했습니다. 하이블록스, 두드림, 투비코 등이 이미 헤네시스를 이용 중입니다. 올 8월 중에는 비트베리에 헤네시스를 결합할 계획입니다. 음…말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올해 목표는 대략 15억원 정도입니다."

김종호 해치랩스 대표.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김종호 해치랩스 대표.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헤네시스 덕에 스마트계약 감사에서 사업방향을 성공적으로 전환하고 계시는군요. 그래도 혹시 내부에서 '탈블'하시는 분은 없나요?

"현재 저희 인원은 20명 정도입니다. 몇분이 다른 분야로 나가기는 했는데, 저희가 꾸준히 인원을 충원하다 보니 오히려 작년과 비교해 늘었습니다."

역시 해치랩스에도 탈블하신 분이 계시다니. 그 이유는 뭘까요?

"저는 단 한 번도 탈블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보니 와닿지는 않는데, 블록체인에 더이상 기회가 없다고 여긴 게 아닐까요? 저희는 블록체인에 여전히 기회가 많다는 데 동의하는 쪽입니다."

국내 블록체인 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블록체인 기술 난이도는 높습니다. 아무나 쉽게 못 하죠. 근데 처음엔 이런 사실을 모르다 보니 쉬운 줄 알고 뛰어듭니다. 그러다가 포기하고 업계를 떠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를 만들지 못하는 거죠. 결국 좋은 서비스가 핵심입니다. 블록체인 서비스는 안전하고 편리한 지갑이 뒷받침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암호화폐를 이용한 새로운 금융이 그 중심을 이루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김 대표의 "해치랩스는 아직 배고프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3시간 뒤, 김 대표한테서 전화가 왔다. 마침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비트베리가 해킹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하던 참이었다.

"오해하실까 봐 그러는데, 저희 아직 비트베리에 헤네시스를 결합하지 않았습니다. 8월 중에 헤네시스를 통해서 멀티시그 기능을 넣기로 이야기가 끝난 상황에 해킹 사고가 터져 저희도 당황스럽습니다. 조금만 더 빨리 헤네시스를 도입했으면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편집자 주. 1년 전만 해도 국내에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꽤 있었습니다. 크립토겨울이 길어지고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이 더뎌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자의반타의반 '탈블'을 선택했습니다. 이긴 자가 살아남는 걸까요, 살아남는 자가 이긴 걸까요. 이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남아있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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