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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스타트업 인터뷰②] 정순형 온더 대표 이더리움 확장 솔루션 '토카막 네트워크' 개발 "3년간 한 우물만 팠더니 기회가 오더라"

온더, 이더리움 최적화시키는 '튜닝숍'을 꿈꾼다

2020. 07. 02 by 박근모 기자

많은 블록체인 기업들이 '크립토겨울'을 지나며, 로드맵을 이리저리 바꾸는 와중에서도 3년째 한 우물만 파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있다. 온더가 그 주인공이다.

온더는 2017년 창업자 정순형 대표가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기술 개발을 위해 만든 기업이다. 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온더는 매년 지치지 않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정 대표는 그 원동력으로 '이더리움의 가능성'에 방점을 찍었다. 그리고 곧 완벽한 결과물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온더가 개발 중인 이더리움 확장 솔루션 '토카막 네트워크(Tokamak network)'에 대한 이야기다.

온더가 개발 중인 '토카막 네트워크' 출처=온더
온더가 개발 중인 '토카막 네트워크' 출처=온더

25일 논현역 근처 온더의 사무실에서 만난 정 대표는,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토카막 네트워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더리움 기반 레이어2', '인터체인', '탈중앙화' 등등 너무 이야기가 급박하게 진행됐다.

이건 아니다. 잠시 쉬어갈 필요가 있다. 사무실을 슬쩍 둘러보니 토카막보다는 인기척이 없다는 점이 사실 더 궁금했다. 온더의 현재 상황을 물었다. 설마 토카막에 집중하다 보니 개발자를 다 줄일 정도로 힘들어진 것은 아닌지.

"지난해보다 인원이 늘었습니다. 현재 13명 정도 됩니다. 대부분 개발자죠. 현재도 인원을 계속 충원하고 있습니다. 우린 스타트업입니다. 굳이 개발자들이 사무실에 나와서 일할 필요는 없죠. 회의도 줌(Zoom)을 사용합니다. 저만 사무실에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정 대표는 지난해 11월 100&100 등 벤처캐피털로부터 약 16억 원 상당의 투자 유치를 받았기 때문에 자금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카막 네트워크 때문에 거액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어이쿠, 이야기는 다시 토카막으로 돌아왔다. 이젠 나도 궁금해졌다. 대체 토카막 네트워크가 뭡니까?

"한 마디로 토카막은 이더리움 확장성 솔루션입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이더리움의 활용성을 무궁무진하게 확장할 수 있는 도구죠. 토카막을 활용하면, 이더리움의 거래 처리 속도를 좀 더 빠르게 할 수 있고, 이더리움 기반의 독립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또 각각의 독립 블록체인을 이더리움과 연결할 수도 있죠. 인터체인 구현도 가능합니다."

쉽게 말한다더니…, 솔직히 어렵다. 정 대표가 다시 설명해 주겠다고 나섰다.

"일반 승용차가 있다고 합시다. 승용차 만으로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죠. 시장에서는 짐도 나르고 여행도 다니기 위해서 트럭이나 SUV도 만들어달라고 합니다. 근데 승용차를 만든 회사 입장에서는 혼자서 트럭이나 SUV를 못 만드는 거에요. 이게 바로 지금 이더리움의 상황입니다.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지만, 이더리움 만으로는 힘든 상황인 거죠.
토카막이 있으면 해결됩니다. 토카막은 자동차 튜닝숍 같은 거죠. 빠른 처리 속도를 원한다? 그럼 토카막으로 이더리움 속도를 높이면 됩니다. 확장성이 필요하다? 토카막으로 사이드체인을 만들면 됩니다. 이더리움에서 지원하지 않는 기능이 필요하다? 토카막으로 개발해서 이더리움에 붙이면 됩니다."

설명을 듣다보니 오히려 궁금증이 하나 더 생겼다. 수없이 많은 퍼블릭블록체인 중 이더리움을 택한 이유는 뭘까? 정답은 '탈중앙화'라고 정 대표는 강조했다.

"어떤 차는 주행 성능에 초점을 맞춰서 개발하고, 또 다른 차는 정숙성에 집중할 수도 있습니다. 엔진 성능에만 관심을 두는 경우도 있죠. 이더리움은 태생부터 댑(Dapp)들의 개발과 편의를 위한 '탈중앙화(Decentralized)'에 집중한 블록체인입니다."

크립토겨울을 지나면서, 블록체인 생태계는 힘이 빠졌다. 그나마 플랫폼 블록체인 중 이더리움만 의미있는 수준의 댑을 확보한 상황이다. 전 세계 댑 리스트를 볼 수 있는 스테이트 오브 더 댑스(State of the Dapp)에 따르면, 이더리움 댑은 2880개로 총 3523개의 댑 중 약 81.7%를 차지한다. 정 대표 설명처럼 블록체인 서비스인 '댑'에 한정한다면, 사용자의 선택을 가장 많이 받은 이더리움이 퍼블릭 블록체인의 미래가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그런 이더리움을 가속할 토카막의 개발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정순형 온더 대표.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정순형 온더 대표. 출처=박근모/코인데스크코리아

한 우물을 파더라도 제대로 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온더는 '탈블' 현상은 어떻게 생각할까?

"간단합니다. 사업은 돈이 되면 하고, 안 되면 접을 수밖에 없습니다. 초기 블록체인 시기에는 아무런 준비 없이 호기심만으로 뛰어든 팀들이 많았습니다. 제대로 된 블록체인을 몰랐던 거죠. 그러다 사업이 힘들어지자 그만둔 것뿐입니다. 쉽게 들어온 만큼 쉽게 탈블한…, 앞으로는 블록체인에 대한 깊은 고민을 지속해서 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좀 더 현실적인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고민도 좋지만,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온더의 수익 구조는 어떻습니까? 그동안 막힘없는 답변을 이어가던 정 대표는 순간 '음…' 하며 고민했다.

"사실 토카막은 하나의 프로토콜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말인즉슨 토카막을 개발한다고 해서 직접적인 수익이 발생할 방법은 없다는 거죠. 내부적으로 토카막을 기반으로 사업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카막을 활용해서 탈중앙화 거래소(DEX)를 만들 수 있습니다. 혹은 송금이나 스테이킹(Staking) 서비스도 토카막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토카막 사용 수수료를 받을 수 있겠죠. 물론 단기간에는 성과를 내기가 힘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토카막이 진짜 유용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결국 돈을 내면서도 쓸 겁니다."

온더에 따르면, 토카막 네트워크는 현재 소규모 이더리움 댑 서비스에서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 중 정식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7월 중 신규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끝으로 정 대표는 기나긴 크립토겨울이 블록체인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처음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블록체인 개발자라고 하면 서로들 데려가려 했었죠. 실력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으니까죠. 근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모든 기업이 제대로 된 개발자를 찾으려고 노력하죠. 이제서야 블록체인에 대한 바탕이 어느 정도 만들어진 겁니다. 고인물이 생겨난 거죠. 좋은 징조입니다. 정말로 제대로 블록체인을 한다는 프로젝트가 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겁니다. 온더는 블록체인을 제대로 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온더의 토카막 네트워크 관련 개발 회의 모습. 출처=온더
온더의 토카막 네트워크 관련 개발 회의 모습. 출처=온더

편집자 주. 1년 전만 해도 국내에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꽤 있었습니다. 크립토겨울이 길어지고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이 더뎌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자의반타의반 '탈블'을 선택했습니다. 이긴 자가 살아남는 걸까요, 살아남는 자가 이긴 걸까요. 이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남아있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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