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서 육성으로’ 앞서가는 일본의 암호화폐 정책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소미 기자
선소미 기자 2023년 1월23일 10:30
출처=리퀴드 홈페이지 갈무리
출처=리퀴드 홈페이지 갈무리

FTX 사태에서 주목받은 일본의 선제적 암호화폐 규제 

지난해 전 세계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에 충격을 안겨준 FTX 거래소 붕괴 사태 이후 유독 일본 시장 투자자들은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제적인 암호화폐 규제로 관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FTX 재팬은 “우리 거래소는 일본 법에 따라 고객 자산을 보관해왔다”며 “이용자가 무리 없이 출금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일본 금융청은 일본법인 FTX재팬에 고객 자산의 보호 조치 없이 임의로 회사 매각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투자자 보호 조치에 금융 당국이 여타 국가들보다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다.  

고객 자산을 빼돌린 FTX 본사의 사태가 일본에선 나타나기 어려운 데에는 일본 정부가 자금 결제법에서 가상화폐 거래소에 ‘거래소 자체 자산과 고객 자산 간 분리·관리’를 의무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더불어 FTX재팬은 일본 고객의 원금을 지불할 능력이 있었다. 고객이 맡긴 BTC(비트코인) 등 14종의 암호화폐와 엔화·달러화 예치금 등 196억엔(약 1900억 원) 상당을 모두 콜드월렛과 외부 신탁 계좌에서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순자산도 지난해 9월 말 기준 100억엔(약 960억 원) 이상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 자산 상황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인데스크US는 “일본 규제 당국은 거래소와 제3자 수탁사를 개입시켜 고객 자금을 조작할 수 없게 했다”며 “고객 암호화폐의 95% 이상을 콜드월렛에 보관하도록 한 조치도 해킹과 같은 사고로부터 안전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 거래소는 매년 ‘분리 관리 감사’를 받는 점도 투자자 보호에 도움이 됐다고 짚었다. 거래소는 외부의 공인 회계사를 통해 자산 보유가 규제당국이 제시한 지침을 따르고 있는지를 검사받아야 해 고객자금의 엄격한 관리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업계 모범 사례 만들기·투명성 촉진

이와 같은 일본 금융청의 선제 대응이 가능했던 요인은 앞서 발생했던 일본 현지 거래소의 파산 사태로 거슬러 간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4년 마운트곡스의 실패와 2017년 코인체크 해킹 사건이 발생해 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다. 이에 일본 금융청(FSA)은 암호화폐 거래소나 사업체에 대한 광범위한 표준(CAESP)을 수립하고 규제에 나섰다. 

이후 엄격한 잣대로 암호화폐 시장을 규제하자 시장 육성을 막는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FTX 사태 등을 겪고 난 뒤 현지 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의 규제가 필요한 조치였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지난 4일 재팬타임스에 따르면 디지털 신원 기반 프라이버시 보존 경제 플랫폼 크레디파이의 마우리치오 라폰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는 “일본의 암호화폐 규제는 비교적 잘 발달돼있다”며 “업계의 모범 사례와 투명성을 촉진하는 데 규제당국이 일찍 잘 움직였다”고 말했다. 

일본 거래소 비트뱅크의 노리유키 히로슈 최고경영자(CEO)는 “FSA의 메시지는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기 전에 견고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이는 사실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규제 빗장 푸는 일본 

암호화폐 시장 경색과 FTX 사태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코인 시장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 일본은 오히려 규제 완화 정책으로 키를 돌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디지털 전환’ 정책을 앞세우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 등 신규 산업에 대한 지원과 함께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고 있어 일본 규제 당국도 암호화폐 시장 육성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코인텔레그래프는 “최근 일본 정부가 법과 규정을 개정하면서 암호화폐 시장 성장을 독려하고 있다”며 “일본 당국은 지난해 8월 암호화폐 스타트업이 해외로 이탈하지 못하도록 암호화폐와 관련된 자본이득세를 현행 55%에서 20%로 줄이는 세금 개혁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일본 여당인 자민당은 지난달 말 세무위원회 회의를 열고 2023년부터 가상자산 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완화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일본 자국 내 기업은 판매를 통한 수익 실현이 없다하더라도 보유 자산에 대한 30%의 법인세를 내야했다. 이번에 개정된 법안으로 일본 내 암호화폐 기업은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이익을 실현할 경우에만 세금을 납부하면 된다. 해당 법안은 오는 4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일본 금융청(FSA)도 암호화폐 규제 완화에 나섰다.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은 내각부령 개정으로 일본 자국 내 유통이 허용된다. 다만 FSA는 은행이나 신탁회사 등 관련 라이센스를 갖춘 기업에게만 스테이블코인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더불어 일본암호자산거래소협회(JVCEA)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상장할 수 있는 토큰 목록인 ‘그린 리스트’를 확대할 예정이다. JVCEA는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과 코인 상장 심사 등을 관리·감독하는 자율규제기관으로, 40여곳의 거래소와 사업자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미상장 토큰이 이 그린 리스트에 포함되면 일본 거래소들은 해당 토큰의 상장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코인 거래 서비스를 운용하기 위해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되는 엄격한 심사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해당 심사는 일본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코인뿐만 아니라 BTC(비트코인), ETH(이더리움) 등 유명 코인에 대해서도 세밀한 검증이 이뤄졌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비트플라이어 거래소는 단 5종의 코인만 취급했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가 150여종이 넘는 코인을 취급하고 있는 모습과 대비된다. 

규제 완화정책에 따라 일본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들은 사전 심사를 거치지 않고 상장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규제 완화 조치들은 올해 자금결제법과 관련된 가이드라인 개정 후 추진될 예정이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광호 2023-01-23 21:06:39
우리나라는 윤정부 출범 이래로 국내개발 코인의 상장이 단 1건도 이뤄지지 않고 있네요..... 아무리 전정권의 수사가 급하다곤 해도 너무 규제의 시간이 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