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프로젝트가 암호화폐 시장 회복 이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2023년 1월21일 14:00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지난달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개최한 FTX 청문회에서 헤수스 가르시아(민주당, 일리노이주) 하원의원은 암호화폐(가상자산)를 ‘전방위적 산업’으로 묘사하면서 “(이 산업은) 법 위에 있다. 가상자산 회사들은 오직 과대광고로 돈을 벌고 있다. 이 광고가 사라지면 기업은 도산하고, 일반 투자자 특히 저소득층과 흑인, 라틴계 등 후발주자는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업계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필자는 개인적으로 무척 짜증이 났다.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유색인종이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한 건 사실이다. 셀시우스 네트워크, FTX, 보이저 디지털 등의 사태로 많은 투자자가 돈을 잃은 것도 맞다. 그러나 가르시아 의원의 발언에는 숨겨진 문맥이 있다. 이것이 그가 의도한 것인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특정 커뮤니티를 정보가 부족하고 취약한 곳으로 낙인찍고, 이들의 선택 의지를 부정하면서 암호화폐가 제공하는 권한 부여에 관한 거시적 관점의 이야기를 맹목적으로 놓치고 있다.

미국의 흑인과 라틴계가 이끄는 수백 개의 풀뿌리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비롯해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암호화폐 기반 비즈니스 모델은 기본적으로 저소득층, 그리고 소외되고 억압받는 공동체를 주축으로 한다. 

체이널리시스가 조사한 활동력 및 구매력 가중 수치에 따르면 베트남, 필리핀, 우크라이나, 인도가 국가별 1인당 가상자산 채택 1~4순위에 올랐다.  6~10위는 파키스탄, 브라질, 태국, 러시아, 중국이 차지했다. 한편, 5위는 미국이 차지했는데 이는 흑인 미국인들 사이에서 엄청난 수준의 채택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CRADL(Crypto Research and Design Lab)은 최신 보고서에서 전했다.

상위 10위권 국가의 공통분모는 샘 뱅크먼 프리드가 아니다. 래리 데이비드가 등장하는 FTX의 슈퍼볼 광고는 잠재적으로 베트남의 인력거꾼이나 우크라이나 난민, 미국의 흑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수백만의 사람이 암호화폐 산업에 뛰어든 건, 그동안 잠재력의 실행을 막아 온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을 우회하는 방법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얼리어답터조차 자체 커뮤니티 내에서는 여전히 소수다. 암호화폐가 보편적으로 허용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더구나 FTX 몰락으로 인한 부정적 정서는 업계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이들 커뮤니티에서 암호화폐를 채택하는 추세가 증가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보면 서구 금융 시스템을 혼란에 빠트릴 여지가 충분하다. 

한때 소외되었던 이들은 이제 침체된 업계의 회복을 주도할 준비가 돼 있다.

 

내부에서의 변화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도입

필자는 외부인이 구축하는 솔루션이 결국 웹3 시대에 약속된 이 기술 혁명의 진정한 원천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는 웹2 시대의 인터넷 혁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당시에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월가의 미국 기업이 기존의 전통 금융 시스템 속에 존재하는 서구인에게 새로운 플랫폼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도록 유인해 주류 상거래 인프라를 뒤흔들었다. 

이들 ‘외부인’은 씨파이(CeFi, 중앙화금융) 거래 및 대출 버블이 터진 후 지역 사회 중심의 활용 사례를 커뮤니티에 도입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이제 암호화폐의 목적을 재정의함으로써 FTX 사태로 촉발된 공허한 추측과 과대광고로부터 암호화폐를 분리할 수 있게 됐다.   

흑인의 암호화폐 채택과 관련한 CRADL의 미공개 보고서를 보면,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조사한 놀라운 통계 수치가 기록돼 있다. 미국 흑인의 18%가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지만, 주식과 뮤추얼펀드를 보유한 경우는 각각 7%, 2%에 불과했다. 반면 백인의 12%는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식과 뮤추얼펀드 보유 비중은 각각 19%, 12%를 기록했다. 

위 결과는 흑인들의 주식 시장과 금융기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보여준다. 이 같은 차이는 ‘세대에 걸쳐 전승되는 금융 트라우마(generational financial trauma, GFT)’에서 비롯됐으며, 이를 통해 ‘자기 권한 부여’라는 암호화폐 내러티브의 가치가 한껏 올라갔다. 

GFT는 1960년대 홀로코스트 생존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확립된 개념이다. 역사적으로 나타난 인종적 불평등은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되며, 피해자들이 금융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는 방식까지 형성한다는 점을 짚고 있다.

노예 제도는 구조적 인종차별과 뿌리 깊은 불신을 통해 수 세기 동안 미국 흑인들에게 강요됐던 지속적 트라우마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개념을 무시하고, 노예의 역사는 그저 과거의 일로 묻어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지난해 5월 21일경 방송된 ‘돈을 다시 생각하다’ 팟캐스트 방송을 들어보길 권한다. 해당 회차에는 아이티 작가 겸 기업가 겸 정치가 제리 타르디외, 디지털 통화 결제업체 짐발리 네트웍스의 다이넬 장피에르 공동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출연했다. 

당시 우리는 프랑스가 아이티 정부에 부과한 막대한 차관에 대해 논의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이티는 1804년 주인들을 축출한 노예들이 세운 정부다. 소유주가 노예라는 ‘재산’을 잃었으니 이에 대해 보상을 하라는 것이 프랑스의 주장이었다. 아이티는 부채를 갚지 못했고, 이는 뉴욕 내셔널시티뱅크의 손으로 넘어갔다. 1947년 부채는 결국 탕감됐지만, 이 일을 계기로 아이티는 근 100년 동안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아이티인들이 월가를 끊임없이 불신하고, 짐발리의 제안을 적극 수용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필리핀에서부터 나이지리아까지

지역 커뮤니티가 자체 커뮤니티를 위해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직접 추진한 사례도 있다. CRADL이 코인데스크와 협력해 추진했던 Web3athon이 대표적이다. 당시 우승팀인 Evolve는 흑인을 포함한 유색인종, 원주민 여성을 위해 폴리곤 기반의 금융 문맹 퇴치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이 밖에도 토착 커뮤니티를 위한 다오(DAO, 탈중앙화자율조직) IndigiDAO, 커피 농장에 자금을 지원하는 재생금융 프로젝트 CCC(Carbon Coffee Collective)가 있다. 

필리핀의 일드 길드 게임(Yield Guild Games), 인도의 Yield Guild Games 같은 웹3 게임 길드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필리핀 엠파리스의 레아 칼론 버틀러 디렉터는 이 같은 플레이투언 게임 커뮤니티를 “풀뿌리 및 커뮤니티 기반을 지향하는 웹3 혁신의 좋은 예”라며 “이런 웹3 길드가 전 세계에 약 1만7500개 있다”고 언급했다.

버틀러는 “임팩트 마켓(Impact Market) 역시 개발도상국에서 풀뿌리 커뮤니티 기반의 권한 부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또 다른 예”라고 덧붙였다. 

이런 도구와 개념은 각 지역의 수요에 맞는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년에 진행된 ‘돈을 다시 생각하다’의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 필자는 공동 진행자 쉴라 워렌과 함께 결제 앱 번들 아프라키의 전 최고경영자(CEO) 옐레 마데모시, 벤처 빌더 겸 오퍼레이터 아디아 소우호를 초대해 나이지리아에서 진행 중인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혁신의 폭발적 증가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만연한 인플레이션과 부패하고 억압적인 정부에 지친 지역 개발자들이 공식적인 금융 시스템을 대신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이와 함께 남아프리카 디지털 아티스트 리타보 후마가 출연한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대체불가능토큰(NFT)을 흑인 등 약자층 아티스트에게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작품을 수집가에게 직접 판매하도록 하는 방식에 대해 논의했다. 이렇게 되면 백인이 통제하는 예술 세계에서 배타적 관행을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프로젝트에서 주목할 점은, 기술 또는 금융 혁신 이상의 것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커뮤니티가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과 토크노믹스를 이용해 공동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을 위해 협업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사회 혁신의 한 형태인 셈이다. 

프로젝트가 확산할수록, 월가의 금융 시스템이 그러했듯 이들은 서구의 중앙집중식 계층 시스템에 대한 도전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조용한 혁명이 될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영향은 FTX 붕괴가 단순히 일시적인 것으로 보이게 만들 것이다.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주제의 이 칼럼은,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분석한다.
 

원문: 최윤영 번역, 코인데스크 코리아 선소미 편집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으로 보내주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