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코인데스크 정책팀이 올해 암호화폐(가상자산) 업계를 전망했다. 글로벌 암호화폐 산업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규제당국의 관심도 증가할 것이다.

 

세부 분석

니킬리쉬 데(미국): 2022년은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강세장이 끝나고 암호화폐 업계에 겨울이 닥칠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

2023년도 그다지 좋진 않을 것이다. 현재 파산 상태가 진행되고 다른 기업들까지 무너진다면 산업 전체가 이용자 정보보안과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많은 문제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파산할 시, 법원에서는 거래소 고객의 개인정보 공개 여부가 큰 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올해 이미 셀시우스, FTX 같은 거래소가 무너지면서 개인정보 공개 여부가 문제가 됐다. 판사는 애초에 채권단 정보를 비밀리에 제출하도록 했지만, 셀시우스는 모든 고객의 성명과 보유 내역을 공개했고 FTX 또한 같은 문제로 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기존 규제 이행을 강제하려는 중이다.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암호화폐 기업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증권이므로 암호화폐 거래소는 증권 거래 플랫폼이라고 주장해왔다. 최근 SEC는 실제로 이 같은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거버 그레월 규제집행 감독관은 암호화폐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으며 제2의 FTX 파산 사태를 막기 위해 규제 당국의 압박이 한층 강화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규제 입법은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다. 하원 금융 서비스 위원회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입법 등 추가 법안이 상정되긴 하겠지만 상원과 하원 양원의 초당적 지지로 실제 통과될지 여부가 더 큰 문제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해 암호화폐 산업이 규제 당국자들에게 단순한 블랙마크에 불과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테라-루나 사태, (미국을 떠나는 넥소를 제외한) 거의 모든 암호화폐 대출 기관의 파산, (몇 년만에 거래소 최대 파산 사건이었던) FTX의 붕괴는 모두 글로벌 규제당국에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다. 사명을 메타로 바꾼 페이스북이 리브라(디엠으로 변경) 프로젝트를 발표했을 때 나타났던 전 세계적인 반발을 생각해보면 규제당국의 반응을 예상해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이 리브라 통화를 출시하고 몇 년 후에 여러 국가의 국회의원들은 암호화폐를 통제하기 위해 스테이블 코인 규제책을 마련했다. 아마 올해 일련의 사태들로 향후 비슷한 대응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산달리 한다가마(유럽/중동/아프리카): 2022년은 글로벌 암호화폐 기업들과 시장의 역량을 시험했을 뿐만아니라 암호화폐 산업을 관장하는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도 시험한 한 해였다. 테라폼랩스부터 FTX까지 유명 기업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면서, 이와 관련되어 있던 바하마나 싱가폴의 규제당국도 곤경에 빠졌다.

지금까지 싱가포르는 암호화폐 기업에 대해 정교한 규제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자부해왔다. 그러나 파산한 FTX가 아니라 경쟁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규제 위반을 문제삼아왔기 때문에 무엇이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플랫폼인지를 구별하는 중앙은행의 판단력에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유럽 연합 의원들은 암호화폐 규제의 글로벌 표준으로 칭송받는 암호자산시장법안(MiCA, 미카)으로 제2의 FTX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참고로 FTX는 바하마를 사업 소재지로 등록했지만 수백만개의 지역에서 100개 이상의 업체를 운영하는 형태였다.

암호화폐는 기본적으로 국경을 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금융안정위원회(FSB)같은 국제기구의 공조와 글로벌 규제 협력이 필수적이다. 올해 시장이 악화되면서 암호화폐 규제 글로벌 스탠더드는 오히려 강화되었다. 2023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규제감독 시도가 있을 것이고, 어쩌면 ‘규제가 충분한지’에 대해 글로벌 리더들의 심도있는 논의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제스 해밀턴(미국): 암호화폐가 더 널리 거래될 자산일지에 대해선 아마도 올해 미국 의회에서 결판이 날 것이다.

정부의 디지털 달러 도입에 대한 연준의 최종 결정, 디지털 자산의 금융시스템 편입을 이끌 스테이블코인 및 암호화폐 거래 관련 정부 규제에 대한 여러 입법 노력 등 정책입안 움직임이 무르익고 있다. 물론 이런 과정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고, 암호화폐 산업의 일부 기업에는 너무 큰 비용일지도 모른다.

미국의 많은 의원들과 SEC같은 정부 기관장들이 암호화폐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회의적이기도 했고, 최근 FTX 사태로, 처음 나왔던 법안들보다 더 강한 규제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면서 규제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한편, SEC가 (지금까지 게리 겐슬러 위원장이 주장해온 것처럼) 암호화폐를 증권이라고 보는 입장을 견지하고 권한을 유지한다면, 토큰 발행기관과 거래소는 전혀 예견하지 못했던 기존 증권법의 적용을 받게 될 것이다.

2023년엔 새로운 의회가 구성돼 자리잡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여전히 민주당이 주도하는) 상원과 (공화당이 새로 주도하는) 하원이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으려면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 그나마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의 초당적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이 가장 진척된 내용일 것이다. 따라서 분열된 정부가 끌고 갈 수 있는 한정된 안건 중에 암호화폐 관련 법안이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종합규제책을 내놓기까지 민주, 공화 양당과 여러 위원회, 암호화폐에 의구심을 품는 많은 의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의회는 의회대로 노력하는 중이지만, 미국 FSB를 구성하는 금융기관 수장들은 따로 나름의 영향력을 발휘해 스테이블코인 등 암호화폐 산업을 금융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산업으로 공표할 수도 있다. 그러면 연준과 타 기관이 암호화폐 산업 감독 권한을 얻게 된다. 게다가 SEC에서 나올법한 중요 규제 감독과는 별도로, 소비자금융보호국과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기관도 따로 암호화폐 업체가 제공하는 금융 상품에 대해 규제를 적용시킬 수도 있다.

 

체옌 리곤 (미국): 지난해 11월 세계 2위 거래소 FTX가 일주일만에 완전히 무너졌다. 이는 2022년도 최악의 사건이었지만 유일한 실패도 아니었다.

FTX사태가 너무 심각한 나머지 눈에 덜 띠어서 그렇지 이미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기반 테라 블록체인의 디페깅과 그에 따른 가치 급락, 헤지펀드 쓰리애로우캐피탈(3AC)의 100억 달러 규모 자산 청산, 그리고 셀시우스 네트워크, 보이저 디지털 등 많은 암호화폐 기업의 파산이 있었다.

FTX의 도미노효과로 넥소, 제미니, (코인데스크의 자매기업인) 제네시스 등 기타 주요 암호화폐 기업도 흔들렸다. 다만 FTX가 뉴스의 중심에 있었을 뿐이다.

2022년은 파산의 한 해였다. 안타깝게도 2023년에도 그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다. 파산 절차는 종종 느리고, 많은 고통을 수반한다. 그 여파는 2023년 이후로도 쭉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 많은 암호화폐 기업들이 붕괴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캐모마일 슘바(영국): 영국은 정치와 규제 측면에서 대혼란을 겪으면서 리시 수낙 총리가 재무부장관 시절 내놓았던 암호화폐 산업 허브 구축 계획도 미궁에 빠진 상황이다. 조기 총선으로 노동당이 현재 집권 토리당을 몰아내고 의회를 장악하게 되면 정치적 대혼란은 지나가겠지만, 암호화폐 업계의 향방은 불확실해질 것이다. 노동당은 토리당보다 암호화폐 산업에 우호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행위감독청(FCA)이 암호화폐에 대해 엄격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리시 수낙 총리의 암호화폐 사업 허브 구축 계획이 실제 이행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닉힐 라티 FCA 청장은 의원들과의 만남에서 FCA가 영국 내 사업등록을 원하는 암호화폐 기업 중 85%를 불허했다고 밝혔다.

의회에 계류중인 금융서비스시장 법안이 통과된다면 FCA는 암호화폐 산업 규제 권한을 갖고 가상자산 기업들의 영국 고객 대상 광고도 감독할 수 있게 된다. 영국 재무부는 공청회를 시작으로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규제책을 마련할 것이다. 이 과정의 진행상황에 따라 영국이 얼마나 암호화폐 산업에 우호적일지를 알게 될 것이다.

 

라벤더 우(아시아태평양): 아시아에서는 규제 프레임워크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홍콩은 거래소 라이선스 제도를 통과시켰고, 한국은 디지털 자산을 관장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2022년은 조정의 해이기도 했는데, 일본의 경우 세제 완화를 하는 바람에 사실상 국내 토큰 발행이 거의 없었다. 반면 싱가포르는 일반 투자자들의 리스크를 줄여주는 방안으로 규제 강화를 고려하기도 했다.

규제가 강하다는 것은 규제를 회피할 방법을 찾는 사업도 있다는 말이다. 일본 투자자들은 높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회색지대인 장외채널(OTC)을 이용한다. 중국 투자자들은 지속적으로 암호화폐를 매입했는데, FTX 파산 첫 법정심문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FTX거래소 사용자의 약 8%가 중국 투자자라고 한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아시아에서도 테라-루나와 FTX사태가 경종을 울린 계기가 됐다. 2023년 아시아 규제당국들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발표할 예정이다. 홍콩에서는 일반인들의 스테이블코인 투자 허용을 위한 요구조건을 놓고 논의가 진행될 것이며, 중국과 싱가포르는 디파이(Defi, 탈중앙금융) 규제책 논의를 시사한 바 있다.

올해 글로벌 거래소들은 아시아 현지 시장 진입을 위해 규제를 적용받는 소규모 현지 거래소를 인수했다(바이낸스의 일본 사쿠라 거래소 및 인도네이사 토코크립토 인수 등). 대형 거래소들의 현지 거래소 인수 움직임이 보이는 가운데 2023년에도 이 같은 인수합병은 증가 추세일 것이다.

 

잭 쉬클러(유럽연합): 미카는 EU의 첫번째 대규모 규제 법안이다. 2022년 암호화폐 산업에 닥친 충격적인 사건들 이후 EU 규제당국은 EU의 소비자보호 및 금융안정 규제책을 자랑했다. 당국에 따르면 이 규제책 덕분에 스테이블코인이 그나마 준비금을 지킬 수 있었고(테라USD를 두고 하는 말) 암호화폐 거래소가 적절하게 관리될 수 있었다고 한다(바로 FTX를 겨냥해 하는 말).

2023년은 암호화폐 기업들에게는 갈림길이 되는 해다. 미카에 따라 당국에 등록하면 합법으로 EU 내에서 광고할 권리를 갖게 되고, 자사가 제2의 FTX가 아님을 피력할 공식적인 허가를 얻게 된다. 또, 전통 금융과 연결되면서 신규 고객을 가상자산 네트워크로 끌어올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규제를 거치지 않으려는 거래소나 지갑 제공자는 여전히 EU에서 고객과 별도의 계약을 통해 암호화폐를 판매할 수 있다. 해외 지갑 제공자의 경우 EU 과세 당국에 보유자산을 신고하지 않는 등 고객들에게 구미가 당기는 추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최근 추세는 규제 이행이 증가하는 추세긴 하다. 본사가 따로 없는 것으로 유명했던 바이낸스도 사이프러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에 법인을 설립하고 2024년 발효될 미카 대응을 준비 중이다. 어찌되든 암호화폐 기업들은 의사결정에 있어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이며 그 누구도 경쟁자가 불공정 우위를 차지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앞으로 기업들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지켜볼 일이다.
 

아미토즈 싱(인도): 인도의 암호화폐 관계자들은 2023년 세가지 중요 이벤트를 주목할 것이다.

첫번째는 연간 예산안 발표인데, 이 중 암호화폐 세금 정책에 귀추가 주목된다. 암호화폐 소득세율 30%와 모든 거래시 1%의 원천징수세 납부가 현실화되면 그 어떤 거시 요인보다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암호화폐 업계는 인도 정부에 정책 재고를 요청하고 있다.

두번째는 오는 9월 인도가 뉴델리에서 개최하는 G-20 정상회담이다. 인도는 지난달 G-20 정상회담 개최를 확정하면서 글로벌 암호화폐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이 우선과제가 될 것임을 밝혔다. G-20 국가간 논의가 시작되었고 정상회담에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암호화폐 규제 프레임워크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세번째는 인도 중앙은행이 2023년 말까지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의 전면 출범을 희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인도 중앙은행(RBI)은 4개 주요 도시의 참여를 통해 CBDC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시범운영의 진척도에 따라 인도 디지털 루피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며, 더 나아가 CBDC 사용 사례를 둘러싼 글로벌 스탠더드가 마련될 수도 있다.  

 

회고

1년 전 코인데스크 정책팀원들은 2022년 내내 모두가 주목할 뉴스가 무엇일지 예상해봤다.

산달리 한다가마는 EU의 미카를 꼽았다. 디지털 유로도 논의 중이지만 현실화까지는 멀었다는 평이다. 

체옌 리곤은 암호화폐 관련 범죄 모의와 (이더리움 개발자 버질 그리피스 구형 등) 사법 처리가 늘 것으로 보았다.

미국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규제에서 암호화폐의 위상이 확실히 높아졌다. SEC는 전 코인베이스 직원에 대한 사법처리 과정에서 여러 암호화폐를 증권이라고 명시했고, CFTC는 한 탈중앙자율조직(DAO)을 기소한 상황이다.

라벤더 우는 한국 대선이 디지털 자산 시장 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또한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입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홍콩 정부는 신규 가상자산 사업을 구상 중이다.

아미토즈 싱은 산업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강력한 세금 정책 도입을 앞둔 인도의 가상자산 리스크 경감 및 세제 강화 노력에 주목했다.

필자는 작년 규제당국의 태도 및 스테이블코인 규제, 초당적 인프라 법안에 주목했다. 지난해 도입은 실패했지만 새로 구성되는 의회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 입법관련 논의가 확실히 될 것으로 봤다.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려는 스타트업들을 위한 암호화폐 가이드가 발행될 것인가? 2022년은 말만 무성하고 실제 규제는 별로 없었던 2019, 2020, 2021년의 또다른 반복이 될 것인가?”라고도 적었다.

 

바이든의 국정운영

기관별 수장 교체

출처=코인데스크US
출처=코인데스크US

 

니킬리쉬 데는 코인데스크 글로벌 정책 규제 부문 매니징 에디터이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소량 보유 중이다. (트위터계정: @nikhileshde)

원문: 김가영 번역, 선소미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키워드

#칼럼

관련기사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