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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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암호화폐(가상자산) 업계는 그 어느 해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 밖으로는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유동성 고갈과 안으로는 감춰져 있던 취약한 생태계를 드러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유례없는 4차례 연속 0.7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암호화폐를 포함한 전 세계 금융시장에 돈이 말랐으며, 테라-루나 사태로 시작된 쓰리애로우캐피털(3AC) 파산, FTX 몰락, 국내 거래소의 위믹스 퇴출 등 업계 내 대형 악재들도 이어졌다.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올 한해를 결산하기 위해 독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은 설문조사를 실시 했다.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간 총 511명(전문가 18명 포함)이 참여했다. 모든 설문 문항은 최대 3개까지 복수 응답이 가능했다.

국내 올해의 인물

 

1위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272표, 24.2%)

올해 국내의 인물에는 국제사회에도 큰 충격을 준 테라-루나 사태의 장본인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꼽혔다. 독자와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모두 압도적인 표를 얻으며 1위에 선정됐다.

테라와 루나의 발행사 테라폼랩스는 테라 준비금으로 비트코인을 수십억 달러 매집하며 올해 초 시장 상승을 이끌기도 했다. 이에 '루나틱'(Lunatic)이라고 불리는 지지 세력들도 넘쳐났다.

하지만 그 후 스테이블 코인 테라와 이에 연동돼 가격을 조정하던 루나의 페깅이 끊어지면서 두 코인 가격은 급락했다. 국내 피해자만 28만명이 넘고 피해규모는 77조원에 달했다. 현재까지도 테라-루나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권 대표는 현재 검찰 수사망을 피해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를 거쳐 동유럽 세르비아로 이동해 주소지 등록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종목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권 대표에 대해 "FTX 사태에 이르기까지 크립토 붕괴의 첫 상징적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2위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208표, 18.5%)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올해의 인물 2위에 선정됐다. 물론 지난해와 올해 장 대표에 대한 평가는 선명히 갈린다. 지난해에는 플레이투언(P2E)게임의 대흥행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올해는 '위믹스 상장폐지'로 파문에 휩싸였다.

위믹스는 국내 대형 게임사 위메이드가 발행한 암호화폐다. 위믹스는 애초 거래소에 신고한 예상 유통량이 실제보다 70만개가 넘게 차이 난다는 게 알려지면서 국내 거래소에서 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 4주간 이어진 16차례의 소명에도 유통량 차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신뢰회복이 이뤄지지 않아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에서 일제히 '상폐'(거래지원 종료)됐다.

국내 대체불가능토큰(NFT) 거버넌스 도지사운드클럽의 운영사 디에스씨레이블의 권태홍 대표는 "장현국 대표는 테라-루나 사태의 권도형 대표와 더불어 올해 가장 논란이 됐던 인물 중 하나"라고 말했다.

3위 이석우 두나무 대표 (138표, 12.3%)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이석우 대표는 4년 연속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두나무는 지난해 강세장에 힘입어 자산총액이 약 10조8000억원으로 늘어 단숨에 재계 44위에 올라 대기업 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는 시황 침체로 업비트의 거래 수수료 수익이 크게 줄면서 내년에는 대기업 집단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높다.

올해 3분기까지 두나무의 누적 순이익은 33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누적 영업이익 역시 7348억원으로 전년 동기 71.7% 줄었다.

한편, 가짜 계정을 이용해 1200억원대의 허위 거래를 일으켜 시세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은 송치형 두나무 의장과 임직원 2명은 2심(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검찰이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이들은 대법원의 판결을 받게 될 예정이다.

 

국외 올해의 인물

 

1위 샘 뱅크먼 프리드 FTX 전 CEO (259표, 22.1%)

'뽀글이'라는 별명의 샘 뱅크먼 프리드 FTX 전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최악의 사고를 치면서 국외 인물 1위에 올랐다. 

FTX는 자체 발행한 거래소 토큰인 FTT를 이용해 자매회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자산을 부풀리고, 테라-루나 투자로 인한 손실금을 보전하기 위해 고객 예치금을 몰래 운용하기까지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빠르게 무너졌다. 뱅크먼 프리드에 대해 한종목 연구원은 "중앙화 거래소에 대한 신뢰에 큰 생채기를 낸 장본인"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FTX는 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 절차가 진행 중이며, 뱅크먼 프리드는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돼 내년 1월 재판이 본격 시작된다. 

뱅크먼 프리드는 FTX 소재지인 바하마에서 지난 12일 체포돼 21일 미국으로 송환됐다. 송환 직후 부모 집을 보석 집행을 위한 담보로 제공해 석방됐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있는 부모 집에서 가택연금 중이다.

 

2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253표, 21.7%)

지난해 도지코인(DOGE) 상승을 이끌며 '올해의 인물'로 뽑혔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올해엔 트위터 인수로 화제를 불러 선정됐다. 전문가 조사에서는 샘 뱅크먼 프리드 FTX 창업주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머스크 CEO는 올해도 DOGE 가격을 부양했다. 지난 5월 자신이 경영하는 민간 우주항공업체인 스페이스X의 상품을 도지로 결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10월에는 트위터를 인수하며 도지 상승을 이끌었다. 트위터 결제 수단으로 도지가 채택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트윗타일 기능 도입과 암호화 메시지(DM), 암호화폐 결제 기능을 예고했다. 지난 22일에는 검색 결과에서 주요 주식·상장지수펀드(ETF)·암호화폐 시세를 확인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했다.

하지만 머스크의 리더십은 연일 구설에 올랐다. 트위터 인수 후 곧바로 경영진을 갈아치우고, 절반에 달하는 인원을 해고했다. 눈에 거슬리는 언론인의 계정을 막고 경쟁사를 홍보하는 게시글은 차단했다. 지난달 19일엔 '혐오 발언'으로 영구 정지됐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복구했다.

 

3위 자오 창펑 바이낸스 CEO (247표, 21.1%)

FTX 몰락의 방아쇠를 당긴 인물 중 하나인 자오 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 역시 뱅크먼 프리드와 함께 '올해의 인물'로 뽑혔다. 자오가 운영하는 바이낸스는 세계 1위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다.

지난달 2일(현지시각) 코인데스크US가 FTX의 자매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차대조표에 대한 의혹을 보도하자 자오는 트위터를 통해 21억달러(약 2조6500억원) 상당의 FTT를 매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FTX는 대량 인출로 인한 출금 지연을 겪었고, 결국 뱅크런에 직면했다. 이후 자오는 FTX 인수 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나 재무상태를 확인한 뒤 이를 철회했다. 

FTX 사태로 바이낸스는 준비금 증명(PoR)을 공개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 등이 신뢰도 문제를 지적하면서 퍼드(FUD)가 확산됐다. 준비금 증명 보고서를 작성한 회계법인 마자르(Mazars)는 암호화폐 관련 감사 활동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바이낸스 거래소의 입출금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바이낸스의 현물 거래량 순위 역시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이다. 반면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듯 BNB(바이낸스코인) 가격은  이달에만 17% 넘게 급락했다.

김제이 박수용 기자 안녕하세요, 코인데스크 코리아 김제이 기자입니다. 국내 정책·규제, 산업을 두루 다루고 있습니다. 늘 깊고 정확하게 보겠습니다. 기사에 대한 피드백은 댓글과 메일, 트위터 모두 환영합니다.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Hi. I'm Jey Kim, a reporter for CoinDesk Korea. I cover policy, regulation, and the web3 industry. If you have some feedback on articles, Please send it via comments, email, and Twitter.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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