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서 코인으로 자금 세탁…‘보이스피싱 조직’ 검거
중국·한국 보이스피싱 조직 30명 입건, 8명 구속
피해액 9억5000만원…가상화폐 거래소로 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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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연 한겨레 기자
이우연 한겨레 기자 2022년 12월1일 14:57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피해금 세탁 과정.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제공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피해금 세탁 과정.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제공

정부 보이스피싱 범죄 합수단이 마약사범과 조직폭력배가 연루된 보이스피싱 조직 국내외 총책 30명을 입건하고 20명을 기소했다. 수사 과정에서 중국과 한국 총책을 둔 대규모 보이스피싱 조직이 드러났고,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를 활용한 신종 피해금 세탁 방식이 확인됐다. 이번 수사에는 계좌 지급정지 자료를 활용해 신속하게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확인하는 방식이 새롭게 활용되기도 했다.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은 1일 서울동부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이스피싱과 연관된 부산 조직폭력단체 ‘동방파’ 두목 등 8명을 구속 기소하고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김호삼 합수단장은 “단순 현금수거책만 불구속 송치된 사건을 전면 재수사해 국내 총책 등의 마약범죄 사실을 확인하고 마약류를 압수했다”며 “국내 보이스피싱 총책과 중국 총책, 대포통장 유통총책 등 기존에 밝혀지지 않았던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모를 규명했다”고 했다. 지난 7월 출범한 합수단은 검찰, 경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위원회 등 범정부 전문인력 50여명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검거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국 오더집(콜센터로부터 피해자 정보를 전달받아 현금수거책에게 피해금 수수를 지시하는 조직) 총책 ㄱ·ㄴ씨과 국내 총책 ㄷ씨 등은 2013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저금리로 대출해주겠다”, “계좌가 범죄에 연루돼있다”고 피해자 23명을 속여 약 9억5000만원을 빼앗은 혐의(사기)를 받는다. 이들은 1차 현금수거책을 대상으로 경찰관을 사칭하며 갈취한 혐의(공갈·공무원 자격사칭)도 받는다. 특히 ㄷ씨는 중국 최상위 총책을 상대로 1차 현금수거책이 경찰에 검거돼 현금을 수거하지 못한 것처럼 속여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중간에 가로챈 혐의도 있다. 

 이번 수사에서는 ‘지급정지 자료’를 활용한 새로운 계좌추적 방식이 활용돼 눈길을 끌었다. 기존 보이스피싱 수사에서 통상 5개의 대포통장의 최종 인출계좌를 특정하기 위해서는 최소 3차례의 계좌추적 영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합수단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은행을 상대로 지급정지를 의뢰할 경우, 피해금이 최종적으로 입금된 은행이 직전 이체내역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계좌추적영장으로 지급정지 서류를 확보했다. 또한 금융감독원의 지급정지 계좌 공시 제도를 활용해 최종 인출계좌를 포함해 피해금 세탁에 관련된 모든 계좌를 특정해 사기 피해금 6200만원을 추가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합수단 소속 전수진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는 “(이러한 계좌 추적 방식은) 대포통장을 이용하더라도 결국에 검거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위축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소까지 활용한 신종 피해금 세탁 방식도 적발됐다. 해당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에게 가족을 사칭해 금품을 요구하며 중국 오더집에서 휴대전화를 조종할 수 있는 악성 앱을 깔도록 지시했다. 이어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피해자의 계좌에서 빼낸 피해액 2000만원을 코인으로 매도·매수해 중국 작업장으로 송금했다. 이 과정에서 위조 신분증이 사용되기도 했다. 전수진 검사는 “보통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한 자금 세탁은 특정하기 어렵지만 바이낸스 쪽에 공문을 보내 전자지갑 주소를 받는 식으로 수사 협조를 받아 특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합동수사로 마약사범과 조직폭력배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합수단은 ㄷ씨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화재 비상대피로를 이용해 도주한 ㄷ씨를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분석으로 인근 편의점 앞 노상에서 체포하는 등 마약사범 5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한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대포통장을 알선한 부산 조직폭력배 조직 ‘동방파’ 두목 ㄹ씨, ㄷ씨에게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도록 대포폰의 유심을 제공한 ‘칠성파’ 행동대원 ㅁ씨도 검거했다. ㄷ씨 등 일부 조직원들은 필로폰 투약과 수수 등 마약범죄를 함께 저지르며 견고한 관계를 오랜 기간 지속해온 사이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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