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은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은 제공

한국은행이 2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3.25%로 결정했다. 0.5%포인트(빅스텝)가 아닌 0.25%포인트만 인상한 것은 자금시장 경색 위험이 남아 있는데다 경기 하강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날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8월 전망)보다 0.4%포인트 낮은 1.7%로 제시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3.25%로 올렸다. 한은 역사상 첫 여섯 차례 연속 인상(4·5·7·8·10·11월)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인 물가 상승 압력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어 금리 인상은 피할 수 없었다. 10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7% 올라 석 달 만에 다시 높아졌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도 한은의 금리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2일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3.75∼4.00%로 끌어올렸다. 이번 한은의 금리 인상으로 미국과 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으로 0.75%포인트로 좁혀졌다. 하지만 연준이 12월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이상 올릴 것으로 예상돼 금리 격차는 1.25%포인트 이상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

 그럼에도 한은이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에 그친 것은 국내 자금 시장이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의 신용 경색 위험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최근 원화의 가파른 약세가 다소 진정된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뚜렷해지는 경기 하강 추세도 연이은 빅스텝을 강행하기엔 부담으로 작용했다. 수출이 둔화하는데다 내수도 빠르게 식어가면서 내년 국내 경제 성장세가 크게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도 베이비 스텝 결정의 주요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3일(현지시각)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과반을 상당히 넘는 수의 참석자들이 조만간 금리 인상의 속도가 느려지는 게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번 의사록은 12월 빅스텝(0.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