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이번 미국의 중간 선거는 낙태와 투표권을 비롯한 각종 핵심 문제가 대두됐다. 일부 분석가는 8일 진행될 선거가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 자산 규제에도 기념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필자의 견해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암호화폐(가상자산) 옹호론자뿐 아니라 시장 전체적인 관점에서 차기 의회가 코인과 관련된 신규 법안을 어떻게 제정할 것인지는 모두의 관심사다. 

암호화폐 시장이 생겨난 뒤 치러진 총 다섯 번의 연방 선거 가운데 첫 번째는 2014년 중간선거다. 이때는 2013년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 단속 네트워크(FinCEN)가 가상자산 규제와 관련해 지침을 발표하며 논쟁이 촉발된 시기와 일치한다. 가상자산 관련 규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개발자, NFT(대체불가능토큰) 플랫폼, 발행업자 등이 규제 법안에 편승해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이 곧 돈의 미래를 정의할 수 있는 중요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좋든 싫든 간에 돈은 디지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즉, 인간이 가치를 생성하고, 기록하며, 교환하는 기존의 시스템은 조만간 급진적 변화를 겪게 될 예정이란 뜻이다. 이때 해당하는 변화가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정의하게 될 규제안은 공개적인 방식으로 초안이 작성되고 심의를 거쳐 제정돼야 한다. 또 제정 후에는 인간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하는 쪽으로 집행되는 돼야 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그럼 현재 심의 중인, 비슷한 영향력을 지닌 두 가지 법안을 살펴보도록 하자.

불과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이들 법안은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 이에 가상자산과 관련된 규제는 올 연말이면 좀 더 명확한 모습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주요 이슈를 둘러싼 정쟁이 가열되며 해당 법안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또 레임덕 기간에 맞물려 차기 의회의 손으로까지 넘어가고 말았다.

결국 이들 법안을 감독하는 위원회의 지도부와 집행부가 어떻게 구성될 지는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좀 더 폭넓게 생각해보면, 돈의 미래 또한 이번 선거 결과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상품소비자보호법(DCCPA)

첫 번째 법안은 상원 농업위원회의 디지털상품소비자보호법(DCCPA)이다. 셀시어스 네트워크, 보이저 디지털 같은 대출 플랫폼의 붕괴로 사람들이 입은 손실을 고려하면 이 법안의 의도는 무척 타당해 보인다. 법안이 통과되면 가상자산 제공업체에 더 큰 책임을 부과해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게 된다. 

DCCPA는 또한 가상자산 토큰을 ‘디지털 상품’으로 명시하여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대상으로 규정한다. 이는 대다수 비평가가 가상자산에 대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엄격한 접근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추진해온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사람들은 법안 첫 페이지에 명시된, ‘모든 디지털 상품 플랫폼은 CFTC에 등록된다’는 전면적 요구 사항이 디파이 운영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안 초안의 ‘디지털 상품 브로커’ 범주를 살펴보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게시하는 자에 대해서는 책임이 면제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가상자산 개발자에게는 퍽 다행인 소식이지만, 문구 자체가 모호하여 일부 핵심 디파이 운영자에게 책임을 묻게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이에 따라 해당 법안이 디파이의 개방형 접근 시스템과 분산형 소프트웨어 기반 생태계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렇다면 일반 유권자에게 이 문제가 왜 그토록 중요한 것일까? 케이토 연구소의 제니퍼 슐프와 잭 솔로웨이가 주장하듯, 이렇게나 개방적이고 자유자재로 구성이 가능한 디파이 시스템은 전통 금융의 ‘중재자 리스크’를 제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리스크는 중앙집중식(CeFi) 커스터디 서비스를 진행한 보이저와 셀시우스가 몰락한 주요 원인이며, DCCPA 법안이 다루고자 하는 핵심 분야다. 

또 슐츠와 솔로웨이는 “디파이는 중개 기관의 필요성을 배제해 개발자가 스마트컨트랙트 및 담보 기반 모델을 중심으로 혁신할 수 있다”며 “허가가 필요 없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제외된 사람과 기업의 금융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라이선스 규칙이 너무 광범위하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사회적 영향력에 초점을 맞춘 디파이 프로젝트’다. 지난해 ‘돈을 다시 생각하다’ 팟캐스트에서 두 명의 나이지리아 기업인을 초대해 논의한 바 있다. 

비단 아프리카만이 아니다. 금리, 서비스 수수료, 보험료 등이 규제 특권적인 금융 중개인의 과점에 의해 결정되지 않으면서, 좀 더 탈중앙화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작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은행과 기타 금융 기관이 중개 기관에 지불한 비용은 GDP의 7.4%인 4조8500억달러에 육박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DCCPA 외에 하원의원 주도로 진행 중인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법안이 있다. 이 법안의 주요 지지자 중 한 명인 패트릭 맥헨리 공화당 의원은 반대론자들이 지적한 여러 문제 탓에 이 법안을 두고 ‘퍽 못생긴 아기’라고 묘사하기까지 했다.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된 것은 과연 어떤 연방기관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규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현재 작성된 대로라면 해당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당국의 승인받은 은행으로 제한하는 대신, 그 외의 발행사는 연준이나 다른 특수 목적 감시기관의 엄격한 규제를 받도록 요구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연준의 대출 시설 같은 연방 정부 지원이나 연방예금보험공사로부터 예금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발행사의 자격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이 문제가 어떻게 결론 나느냐에 따라 미국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들 발행사에는 현재 은행 라이선스가 없는 서클, 통화감독청으로부터 연방 신탁 헌장을 받은 팍소스, 와이오밍주 디지털 자산 은행 규정에 따라 은행 라이선스를 취득한 커스토디아 은행이 포함됐다. 

연준이 이 모든 과정을 주도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CBDC)를 스테이블코인을 대채하거나 병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로까지 확대된다. 나아가 디지털 달러로 거래할 때 발생하는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와 함께 디지털 달러가 얼마나 유동적으로 외국 관할 구역으로 들고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까지도 제기된다. 

민간이 주도하는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전 세계 어디서나 개인과 개인의 지갑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이를 두고 지지자들은 “금융소외층을 아우르고 돈을 중심으로 글로벌 혁신을 촉진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중국처럼 중앙 정부에서 관리하는 CBDC 개념에 대한 호소력 짙은 반박이다. 중국의 CBDC 시스템을 가리켜 가상자산 옹호론자들은 전체주의 디스토피아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대한 청신호는 달러가 그랬듯 다른 나라의 통화 주권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만약 그 모델이 서클 같은 민간 기업이 네트워크를 악용해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발행하는 돈으로 바꾸는 걸 허용한다면, 같은 종류의 ‘빅 브라더’ 문제가 재현될 수 있다.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위 두 법안은 각종 위험을 해결하고 혁신과 고객 보호, 경쟁 및 지정학적 안정성 사이에서 올바른 균형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악용되면 큰 해를 끼칠 수 있다. 이번 중간선거의 결과가 중요한 이유다. 

영문기사최윤영 번역, 선소미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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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is CoinDesk's chief content officer. Previously, Casey was the CEO of Streambed Media, a company he cofounded to develop provenance data for digital content. He was also a senior advisor at MIT Media Labs'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a senior lecturer at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Prior to joining MIT, Casey spent 18 years at The Wall Street Journal, where his last position was as a senior columnist covering global economic affairs. Casey has authored five books, including "The Age of Cryptocurrency: How Bitcoin and Digital Money are Challenging the Global Economic Order" and "The Truth Machine: The Blockchain and the Future of Everything," both co-authored with Paul Vigna. Upon joining CoinDesk full time, Casey resigned from a variety of paid advisory positions. He maintains unpaid posts as an advisor to not-for-profit organizations, including MIT Media Lab'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The Deep Trust Alliance. He is a shareholder and non-executive chairman of Streambed Media. Casey owns a small amount of bit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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