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몇몇 사람의 분노를 자극할까 솔직히 좀 두렵다. 

필자는 암호화 기술 및 금융의 정체성에 대한 분열적인 논쟁에서 양쪽 모두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은 맹목적인 통화 규제론자들, 또 한쪽은 가상자산 이상주의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합리적인 암호화 신원 시스템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제대로만 발전한다면, 공익 관점에서 디지털 혁신의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확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온라인상에서 프라이버시를 확고히 보장할 것이다. 

이 글에서 내가 겨냥하는 규제 기관의 유형은 전형적인 관료주의에 입각한 형태다. 이들은 개인이나 회사,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 모든 주체에게 금융 생활의 매 단계에서 각자의 신원과 거래를 보고하도록 강요한다. 이들은 이런 절차가 빈곤층은 물론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와 같은 합법적인 사업 주체의 금융 참여를 제한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아가 이것이 지난번에 논의했던 국가와 은행 간 불순한 거래를 촉진한다는 점 또한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한편 가상자산 이상주의자들은 자기 이익 중심의 유토피아적이고 비타협적인 편협한 시각에 갇혀 있다. 이들은 실행 가능하고, 소비자 친화적인 자기주권신원(SSI) 시스템을 전체주의로 가는 지름길로 치부한다. 그래서 이들은 추종자들의 분노를 자극해 실용주의적 개발자들이 그러한 도구를 실제로 배치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그리고 암호화 기술이 무정부주의자와 범죄자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규제 당국의 잘못된 편견을 강화한다. 결과적으로 어리석은 기존 시스템과 정책 입안자들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미래의 디지털 화폐 시스템은 더욱 침입적인 감시 시스템으로 설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결론을 도출한 건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코인데스크 I.D.E.A.S.에서 세 명의 업계 관계자와 대화를 나눈 뒤였다.

흙 속의 진주

첫 번째 대화 상대는 글로벌iD의 디렉터 겸 투자회사 하드 야카의 최고경영자인 그렉 키드였다. 쉴라 워렌과 함께 ‘돈을 다시 생각하다’ 팟캐스트에서 그를 만났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분석가 출신의 키드는 SSI 시스템이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WC3)의 분산신원증명(DID) 표준 아래 현재 어느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영지식 증명 및 기타 암호화 도구를 사용해 개인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거나 통제하고, 다른 애플리케이션에 로그인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키드는 금융 부문에만 국한된 몇 가지 암호화 애플리케이션에 관해 언급하며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이들 애플리케이션 모두 고객신원확인(KYC) 및 자금세탁방지(AML)에 관한 규제 당국의 준수 요구에 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키드의 견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규제 대상 금융기관은 신원 확인을 수학적으로 증명해 낼 수 있다. KYC 목적으로 제공되는 신뢰 정보를 기반으로 암호화폐를 주고 받는 주소의 소유자를 특정 시점에 확인한다. 이 때 주소 소유자의 이름이나 다른 식별 정보는 알 필요가 없다. 온체인에서 암호화 거래를 마찰 없이 유지하기 위해 증명 절차는 암호화폐와 법정화폐가 교환되는 진입로에서만 필요할 뿐이다. 한편, 시스템 전반의 온체인 데이터 분석으로 침입적인 신원 요구 없이 불법 활동에 관여하는 노드를 식별함으로써 AML 요구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

위와 같은 키드의 생각은 분명 계몽적이다. 중앙집중화된 주체가 소위 ‘꿀단지’로 여겨지는 개인 정보를 취합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정 준수 모델을 의무화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키드의 견해는 거의 설득력이 없다. 키드 역시 “실제로 내가 언급한 애플리케이션을 고려 중인은행은 1%도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통화(CBDC) 개발에 참여하는 주체는 CBDC를 자국민에게로만 제한하는 KYC 접근 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 이 같은 미래 화폐의 비전을 두고 그는 ‘흙 속의 진주’로 묘사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과민한 감정 반응

그러던 중 I.D.E.A.S.에 참석한 리트 프로토콜의 데이비드 스나이더와의 대화를 통해 가상자산 커뮤니티의 방해꾼에 관한 내용을 듣게 됐다.

코인데스크가 스나이더의 발표 내용을 트위터에서 인용하자 암호화폐 관련 트위터의 반응은 무척 격렬했다. 그는 웹3 환경에서 개인 암호키를 복구하는 방법을 시드문구에서 안면 인식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말 형편없는 생각이다. 부끄러운 줄 알라.” @BTCSteve.

“말 그대로 끔찍한 발상이다.” @C.J. Wilson.

이 같은 부정적인 반응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생체 정보를 담은 중앙화된 데이터베이스는 감시와 해킹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놓친 부분이 있다.  

스나이더가 설명한대로 웹인증의 메커니즘은 매우 안전한다고 평가받아 널리 채택되고 있다. 대부분의 신형 스마트폰에서도 안전성을 높인 얼굴 인식 보안이 탑재된다. 이 모델은 그 어떤 제3자도 접근할 수 없는 장치에 내장된 고유한 암호화 토큰을 기반으로 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사용자가 소유한 다른 장치(예: 분실한 전화나 하드 월렛 등)에 이와 유사하게 지역화된 제어 권한을 부여해 해당 장치에 대한 접근을 활성화한다. 이렇게 하면 여러 당사자가 참여하는 고도로 안전하고 분산화된 암호화 키를 활성화할 수 있다. 생체 인식과 관련한 중앙집중식 통제는 전혀 없는 셈이다. 

과도한 부정적인 반응은 신원 확인에 대한 그간의 논의가 얼마나 감정적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는 개발자가 안전하고 자체 관리가 가능한 암호화 기능을 대규모 사용자 기반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강력한 아이디어를 진전시키기가 어렵다. 

은밀한 속셈?

리트 프로토콜의 경우, 트위터의 과민 반응은 어느 정도 오해에서 비롯된 면도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가상자산을 추적해 온 한 기관 투자자는 커뮤니티 일부에서 혁신적인 신원 확인 솔루션에 대한 논의를 중단하려는 이유에 대해 다소 냉소적인 설명을 내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I.D.E.A.S. 참석자는 “자전거래를 의미하는 ‘워시 트레이드(wash trade)’가 노출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워시 트레이드는 동일인이 관리하는 두 계좌를 이용해 자산을 교환해 해당 자산에 대한 가격을 올리는 관행을 일컫는다. 이것의 익명성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특히 더 문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거래자를 식별하거나 단순히 두 계좌가 같은 투자자의 것임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행위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은 신원 확인 솔루션을 어떻게든 막으려고 나설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이론을 검증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지난해 버블 시기에 발생한 광범위한 가격 상승과 이를 통해 특정 참가자가 엄청난 이득을 본 상황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가상자산이 주로 범죄자의 자금세탁을 위해 사용된다는 불명확한 속설보다는, 신원 인증 기술에 대한 커뮤니티의 강한 저항이라는 관점에서 더 타당한 설명이다. 

요약

규제 당국에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고도 암호화 기술의 보안 위험을 해결해야하는 것처럼,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SSI 없이 크립토 대중화의 길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주제의 이 칼럼은,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분석한다.

영어기사 : 최윤영 번역, 김기만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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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is CoinDesk's chief content officer. Previously, Casey was the CEO of Streambed Media, a company he cofounded to develop provenance data for digital content. He was also a senior advisor at MIT Media Labs'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a senior lecturer at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Prior to joining MIT, Casey spent 18 years at The Wall Street Journal, where his last position was as a senior columnist covering global economic affairs. Casey has authored five books, including "The Age of Cryptocurrency: How Bitcoin and Digital Money are Challenging the Global Economic Order" and "The Truth Machine: The Blockchain and the Future of Everything," both co-authored with Paul Vigna. Upon joining CoinDesk full time, Casey resigned from a variety of paid advisory positions. He maintains unpaid posts as an advisor to not-for-profit organizations, including MIT Media Lab'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The Deep Trust Alliance. He is a shareholder and non-executive chairman of Streambed Media. Casey owns a small amount of bit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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