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대여업은 이자율 상한을 정한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클립아트코리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대여업은 이자율 상한을 정한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클립아트코리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암호화폐) 대여업은 이자율 상한을 정한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정재희)는 가상자산 핀테크 업체 ㄱ사가 ㄴ사를 상대로 낸 가상자산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ㄱ사는 2020년 10월 ㄴ사와 비트코인 30개를 6개월 동안 빌려주고 매달 5% 상당 이자를 받는 ‘가상자산 대여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변제 기한이 지났는데도 ㄴ사가 빌려 간 비트코인 30개를 돌려주지 않자 ㄱ사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가 ‘비트코인을 빌린 ㄴ사가 ㄱ사에게 비트코인 30개 및 계약으로 정한 이자율에 따라 계산한 비트코인을 인도하라’는 취지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ㄴ사는 ㄱ사가 이자제한법과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갚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최초에 계약한 내용을 보면, 두 회사가 합의한 이자는 매달 5% 수준으로, 연이율로 환산하면 60%에 달한다. 당시 법정 최고이율 연 24%를 크게 넘는 수준이다. ㄴ사는 법을 근거로 “최고이자율을 초과해 지급한 이자는 원본(비트코인)을 변제하거나 원본 채무와 상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ㄴ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은 ‘금전대차 및 금전의 대부’에 관한 최고이자율을 제한하는 것인데, 이 사건 계약의 대상은 금전이 아니라 비트코인이므로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ㄴ사가 비트코인을 지급할 수 없으면, 이 사건 변론 종결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환산한 돈을 ㄱ사에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민사 소송에서 다툼의 대상이 외환이나 유가증권이면 변론 종결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재판부가 이 사건의 비트코인을 재산적 가치를 증권화한 유가증권과 유사한 성질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관련 시장은 갈수록 그 규모와 거래 참여자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을 두고 다투는 일이 법원에서도 늘고 있다. 법원은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대법원은 2018년 5월 비트코인이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재산이고 범죄수익인 경우 몰수할 수 있다는 판결을 한 바 있고, 지난해에는 비트코인을 빼돌린 것도 사기죄의 대상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했다. 그 밖에도 민·형사 재판과 경제법 영역에서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와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다. 

 민사소송과 관련해서는 최근 들어 가상자산에 대한 가압류 등 강제집행 신청이 늘어나는 추세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기 위해 이혼 전 가상자산의 형태로 재산을 숨기는 등 법의 공백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다. 하지만 아직 민사집행법에 가상자산의 성질이나 집행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실제로 강제집행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제도의 빈틈을 메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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