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Unsplash
출처=Unsplash

이더리움의 블록 증명 방식이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되는 업데이트인 더머지(TheMerge) 업데이트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더머지란 작업증명 기반의 이더리움 블록체인 레이어와 새로운 지분증명 기반 이더리움 블록체인 레이어인 ‘비콘체인’을 합치는 업데이트를 뜻한다.

이더리움은 2015년 등장한 이후 지금껏 채굴기로 블록을 생성하는 작업증명 방식으로 운영됐다. 더머지가 이번에 도입되면, 지분증명으로 전환된다. 약 7년 만에 이더리움의 체질 개선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더리움 재단에 따르면 더머지를 통해 에너지 효율 향상, 보안성 증대, 확장성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더머지는 터미널 총 난이도(TTD)가 587해5000경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실행된다. 터미널 총 난이도란 채굴을 하는 데 어려움의 단계를 수치화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는 15~16일(현지시각) 사이에 터미널 총 난이도가 587해5000경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데이트가 이뤄지면 이더리움(ETH) 32개 이상을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예치해야 블록 생성 작업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블록을 생성하는 검증인이 아닌 거래 내역을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전파하는 역할을 위해서는 이더리움 32개를 예치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이더리움 예치 전문 업체나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는 여러 고객의 이더리움을 모아서 블록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예치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2020년 비콘체인이 가동되면서 함께 운영했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중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이 이더리움 예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더리움 예치 서비스 이용에서 주의할 점도 있다. 예치한 이더리움은 더머지 업그레이드 이후에도 출금할 수 없다. 이더리움 재단에 따르면, 내년에 도입이 예상되는 상하이 업그레이드 이후에나 출금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더리움 블록 보상과 최대 추출 가능 가치(MEV)는 언제든지 출금할 수 있다. 최대 추출 가능 가치란 이더리움 블록체인상에서 검증인이 검증 과정에서 블록 순서 조정 등을 통해 얻는 수익을 뜻한다.

예치한 이더리움을 한번에 출금해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도 있다. 이더리움 재단 소속 개발자들은 1에폭마다 6명의 검증인만 예치한 이더리움을 출금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에폭은 블록체인의 시간 단위로, 1에폭은 32슬롯을 의미한다. 1슬롯은 12초를 나타내므로 실제 시간으로 환산하면 6분24초마다 6명씩 예치한 이더리움을 찾을 수 있는 셈이다.

거래 처리 속도 자체는 더머지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이더리움 블록 생성 속도는 약 13.3초다. 더머지 후에도 이전과 동일하게 블록 생성을 담당하는 비콘체인에 슬롯 개념이 적용되면서 블록 생성 속도가 약 12초가 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더머지 이후 기존 대비 약 10% 처리 속도가 향상된 것이지만, 이더리움을 이용하는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 속도 향상을 체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거래 처리 속도를 올리는 확장성 개선은 더머지 이후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더머지는 이더리움 핵심 개발자들이 다년간 준비한 업데이트지만, 지금껏 구축해온 이더리움 생태계가 혼란에 빠져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먼저 더머지에 반발한 채굴자로 인해 하드포크가 일어나면서 이더리움 생태계가 쪼개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중국계 대형 채굴자인 챈들러 궈를 중심으로 일부 채굴자들은 지난 7월부터 이더리움 하드포크를 준비하고 있다. 하드포크란 기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새로운 체인을 만들어내는 업그레이드 방식을 의미한다. 하드포크 된 블록체인은 기존 블록체인의 댑(DApp)과 가상자산을 그대로 계승한다. 이때 기존 블록체인과 새로운 블록체인 사이에 가격 차가 발생하거나, 블록체인에 기록된 데이터의 불일치 현상이 일어나면 이더리움 전체 생태계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오라클 문제라고 한다.

이런 우려에 대해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는 지난 8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작업증명 기반의 하드포크를 진행하는 그룹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생태계에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채굴자 진영의 하드포크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이용자들이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더머지로 이더리움 생태계에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경제학에서 디플레이션이란 통화량 축소 등을 이유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통상 디플레이션이 계속되면 시장 참여자들의 실물 자산 가치가 떨어지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비들 아시아에 참석한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 출처=크립토서울
비들 아시아에 참석한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 출처=크립토서울

업계 다수의 의견을 들어보면, 이더리움 디플레이션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더머지 이후 이더리움의 발행량이 약 90% 감소하면서, 디플레이션 자산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더리움 디플레이션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이더리움 더머지 개발에 참여하는 핵심 개발자는 “지난해 런던 하드포크로 ‘이더리움 개선 제안’(EIP)-1559가 통과되면서 이미 상당량의 이더리움이 소각되고 있지만, 우려하는 디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더머지 이후 발행량 감소에 따라 이더리움 가상자산의 가격 상승 압력이 강해지더라도, 그에 맞게 거래 수수료가 낮아지면서 오히려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한겨레신문 지면에도 게재됐습니다.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매달 한 차례 한겨레신문의 블록체인 특집 지면 'Shift+B'에 블록체인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