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 그 다음 날
[미니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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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현
함지현 2022년 9월4일 09:00
출처=Tessa Rampersad/Unsplash
출처=Tessa Rampersad/Unsplash

요즘 크리스마스 다음 날처럼 지내고 있다. 떠들썩하던 크리스마스 파티의 여운에 잠겨있다가도, 곧 당분간 춥고 쓸쓸한 겨울날들만이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그 느낌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달력을 보니 벌써 9월이다. 8월 한 달 동안 여러 콘퍼런스와 밋업을 쫓아다녀서 그럴까, 올해 여름은 유독 떠나보내기 아쉽다. 8월인데 크리스마스를 만끽했던 것만 같다. 더위를 싫어하는데도 저녁의 서늘함이 괜히 서러움으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그 서늘한 바람이 잭슨홀 미팅 이후 가상자산 시장에도 불고 있어서 더 그렇다.   

콘퍼런스 때 맺은 인연들과의 인터뷰가 남아있어서 여름의 잔향을 만끽하고 있다. 인터뷰이 중 몇몇과는 인터뷰를 하게 된 계기도 기억에 남는다. 기존 전통 미디어에서 일했을 때의 경험과는 다르다. 통상 인터뷰가 잡히는 과정을 다음과 같다. 기자가 홍보팀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고, 그 답변도 홍보팀을 통해 받는 구조다.

그런데 이번 인터뷰들은 밋업을 즐기던 중 잡혔다. 대표적으로 셰인 비타라나 스타게이즈 공동 설립자와 주노/다오다오 공동 설립자 인터뷰는 코스모스 애프터 파티에서 같이 맥주를 마시다가 날짜를 잡게 됐다. 아직 발행되지 않은 인터뷰 한 건도 밋업에서 만난 인연으로 성사됐다.  

인터뷰를 조율하는 과정조차 쿨한 시장이다.

그런데 막상 만나서 얘기를 다뤄보면 그 무게감은 남다르다. 자사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도 넘쳐난다. 특히 레이어1이나 레이어2 업체를 만나면 가상자산 산업의 기술이 얼마나 빨리 발전하는지를 체감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무조건 다른 기술을 접목하던 2018년과는 차이가 확연하다. 대부분 블록체인 기술 본연에 집중한다. 

일련의 인터뷰를 통해 해외의 다양한 업체들을 만났고, 그동안 거래소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산업이 해외에서는 그 주축이 레이어1이나 레이어2 업체로 옮겨진 것을 체감했다. 다만, 한 가지 한계점도 깨달았다. “가상자산 전문 기자인 나도 어려운데, 대중들은 더 거리감을 느끼겠다”. 소위 '코드'로 소통하는 사람끼리만 파티를 벌이는 기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의 역할을 재정비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동안 가상자산 업계를 둘러싼 미디어들은 거래소 위주의 단신 기사만 내보내고 있다. 마치 이 업계를 알기 위해선 그런 내용만 다뤄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나도 전통 미디어에서 가상자산을 겉핥기로만 취재했던 시절, 그런 특종을 몇 건 쓴 것만으로 이 업계를 다 파악한 듯한 착각에 빠졌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코드를 모르는 사람도 같이 파티를 즐길 수 있도록, 미디어가 디코더(Decoder)의 역할을 해줘야 하는 건 아닐까? 투자에만 관심이 있는 독자라고 해도, 기사를 읽고 각 업체의 기술력을 이해하게 된다면, 스스로 좋은 종목을 발굴할 수도 있다. 아직까진 벤처캐피털(VC)들이 개인 투자자보다 더 빨리 종목을 선점하는 분위기인데, 투자자들의 이해도를 높이면 그런 분위기가 달라질 테다. 

내년 '8월의 크리스마스'는 업계 사람들뿐 아니라 블록체인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함께하는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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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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