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업계, 특히 대체불가능토큰(NFT)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심영재’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거다. 16일 강남 드림플러스에서 만난 심영재 개발자는 현재 NFT 프로젝트 가이아 프로토콜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심 개발자와의 인터뷰가 끝나고 머릿속에 남은 단어는 이거다. '꽤 현실적인 이더리움 맥시멀리스트'

 

이더리움 때문에 블록체인 뛰어든 이더리움 맥시멀리스트

가상자산 업계의 대표적인 맥시멀리스트로는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인 잭 도시 트위터 전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그런데 심영재 개발자는 자신을 "이더리움 맥시멀리스트"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더리움에 진심이다.

심 개발자가 블록체인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이더리움 때문이다. 심 개발자는 블록체인에 입문하기 전에 게임 회사를 운영했는데 그때 한국에 방문한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에 관한 얘기를 듣게 됐다.

“2013~2014년에 개발자 커뮤니티에 들어가 있었어요. 당시에 비탈릭도 한국에 한 번 온 적이 있었죠.

그때가 이더리움이 막 탄생하던 시기였는데 사람들이 무시했어요. 왜냐하면 비탈릭이 너무 어리고 ‘천재 개발자가 이상주의적인 행동을 한다’는 인식이 있었어요.”

심 개발자는 “사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며 이더리움이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출처=Nenad Novakovic/Unsplash
출처=Nenad Novakovic/Unsplash

2013년경 당시 19살이었던 비탈릭 부테린의 백서를 통해 이더리움은 탄생했다. 이듬해 이더리움 재단은 가상자산공개(ICO) 방식으로 이더리움 개발 자금을 조달했다. 이후 이더리움은 기술 발전을 거듭하면서, 현재 비트코인과 함께 영향력 있는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됐다.

“제가 2017년에 이더리움 기반으로 탈중앙화 게임을 만드는 걸 시도했죠. 그런데 잘 안됐어요.

당시에는 더더욱 사용자가 없었거든요. 코인 투자자가 대부분이고 코인 발행사는 ICO를 하는 시절이었습니다.”

 

블록체인 게임 실패 이후 '개소리 클럽'을 만나다...그런데

심 개발자는 이후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2022년이야 블록체인 게임이나 ‘돈 버는 게임(P2E)’라는 게 친숙하고 너도나도 “블록체인의 미래는 게임”이라고 얘기하지만 2017년 당시 등장했던 NFT 수집형 게임 크립토키티 정도를 제외하면 블록체인에서 게임은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심영재 개발자가 설계한 이더리움 기반 탈중앙화 게임들도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2019년쯤 게임 사업을 접게 된다.

“회사를 접고 IT 기업에서 개발자로 1년 정도 일했는데 권태홍 도지 사운드 클럽(DSC) 대표 쪽에서 연락이 왔어요.

한국에서 NFT 프로젝트를 한다고 해서 이름이 뭐냐고 물어봤죠. 그런데 ‘개소리 클럽이래요. 사실 이름에 끌렸어요. 제가 워낙 재밌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

심 개발자는 그렇게 DSC에 참여했고 지금도 사외 이사로 DSC의 기술적 자문을 맡고 있다. 이후 밈 코인 IJM(인절미)도 개발하며 활발하게 NFT 사업을 이어갔다. 하지만 늘 순풍만 분 건 아니었다.

“저는 계속 뭔가 재밌고 유쾌한 것을 원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사실은 투자 실패나 프로젝트 가격 상승과 하락에 관해서는 전혀 대비도 하지 않고 생각도 안 하고 있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가격 상승과 하락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가 있었어요.

밈 코인도 마찬가지예요.

막 신나게 떠들 때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니까 가격도 오르고 유행을 타잖아요. 그런데 유행이 지나고 인기가 시들해지니까 가격이 내려가고 피해자가 생기고 이런 걸 보면서 우울증에 걸려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실제로 DOGE(도지코인)와 같은 밈 코인은 지난해 반짝인기를 끌며 급격한 가격 상승이 있었지만, 이후 급격한 가격 변동을 보이며 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보기도 했다.

자신이 개발한 프로젝트로 인해 연이어 손실을 본 투자자가 생기자 ‘이더리움 맥시멀리스트’로서 이상주의자였던 심 개발자는 일종의 타협을 하기로 한다.

국내에서는 클레이튼이 지배적이므로 새로운 프로젝트는 이더리움이 아닌 클레이튼을 활용하기로 했다. 또 국내 NFT 이용자들이 커뮤니티도 중시하지만 그보다 투자를 더 중시하기 때문에 투자를 위한 NFT 프로젝트도 만들었다.

출처=가이아 프로토콜 트위터
출처=가이아 프로토콜 트위터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다오가 만나다

바로 가이아 프로토콜이다. 가이아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이다. 가이아 프로토콜이라는 토양에서 가이아 제네시스, 가이아 스테이블 다오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출시하고 육성하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NFT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메타버스나 커뮤니티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거든요. 이 시장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투자자예요. NFT 시장에 있는 사람들이 ‘내가 어느 정도 투자할 때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했고 일종의 투자 그룹 프로필 사진(PFP) NFT 커뮤니티를 만든 거죠.

가이아 커뮤니티 안에서는 투자 정보나 비전을 공유해요. 그리고 팀 차원에서 볼 때도, 기존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NFT 살 때 쓴 돈이 돼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쓰이기 때문에 기존 구성원들이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NFT를 투자 자산으로 보는 사람들을 위한 PFP 프로젝트 가이아 프로토콜은 다오(DAO, 탈중앙화자율조직) 형태로 운영된다.

왼쪽은 가이아 프로토콜 AMA(Ask Me Anything)에서 얘기하고 있는 심영재 개발자. 오른쪽은 심영재 개발자의 PFP NFT 이미지. 출처=유튜브 캡처, 심영재 개발자 제공
왼쪽은 가이아 프로토콜 AMA(Ask Me Anything)에서 얘기하고 있는 심영재 개발자. 오른쪽은 심영재 개발자의 PFP NFT 이미지. 출처=유튜브 캡처, 심영재 개발자 제공

하지만 다오를 운영할 때 ‘완전한 탈중앙화가 가능하냐느냐’는 우려는 늘 뒤따른다. 가이아 프로토콜은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현재 가이아 프로토콜은 일정 부분 중앙화된 구조로 제가 컨트롤합니다.

그래도 모든 의사 결정은 투표를 통해서 해요. 물론 제안 자체는 개인이 아니라 보통 팀에서 하죠.”

심 개발자는 가이아 프로토콜의 다양한 프로젝트 중 ‘스테이블 다오’를 꼽았다.

“NFT를 민팅할 때 스테이블 코인으로 민팅 비용을 받아요. 그럼 그걸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프로토콜에 예치합니다. 그러면 거기서 예치하는 이자를 가지고 투자하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돌려주는 구조입니다.”

A라는 투자자가 있다고 해보자. A는 USDC(US달러코인)으로 스테이블 다오 NFT를 구매한다. 그러면 가이아 프로토콜에서 A가 지불한 USDC를 디파이에 예치하면 거기서 이자가 나온다. 그러면 가이아 프로토콜은 디파이 이자를 가지고 다른 곳에 투자를 하고 거기서 나온 수익을 A에게 다시 돌려주는 구조다.

결론적으로 A는 원금 손실 없이 스테이블 다오 NFT를 보유하기만 해도 수익을 볼 수 있는 것.

“스테이블 다오는 참여자들이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해요.

처음에는 GMT(스테픈)에 투자를 했는데 수익률이 -70%가 찍힌 거예요. 그리고 그다음에는 ETH(이더리움) 가격이 떨어졌을 때 거기에 투자를 하자고 커뮤니티에서 결정해서 투자했더니 3~40% 수익이 났어요.“

스테이블 코인을 구매해서 NFT를 사면 투자 수익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투자의사 결정은 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책임도 다오가 함께 진다. 이상적으로 들리지만 이 구조에는 허점이 있다.

바로 NFT 구매에 사용된 스테이블 코인이 예치된 디파이가 무너지는 경우다. 스테이블 다오는 블록체인 기술 개발사 오지스가 출시한 폴리곤 기반 디파이 서비스 메시스왑을 활용하는데 메시스왑이 무너지면 끝인 거다.

출처=Rita Morais/Unsplash
출처=Rita Morais/Unsplash

이해를 위해 시계를 3개월 전으로 돌려보자.

지난 5월 테라 사태가 발생하자 테라에 투자했던 쓰리애로우 캐피탈(3AC)은 결국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그리고 쓰리애로우 캐피탈에 돈을 빌려준 보이저와 블록파이도 막대한 손실을 봤다.

이는 스테이블 다오 투자자의 원금도 언제든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원래 저희가 자산을 UDST(테더)로 가지고 있었는데 테라 사태로 스테이블 코인이 흔들리니까 급하게 투표를 통해 USDC로 바꾼 적이 있거든요.

만일 메시스왑이 망가지거나 위험해진다면 이렇게 대응해야 겠죠. 그리고 블록체인 특성상 코드가 바뀌지는 않으니까 코드를 보면서 보안성도 검토하고 있어요.

또한 팀 자체적으로 트레저리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어떤 결정이든 다오가 함께 결정하니까 공동 책임이 되는 거예요.”

 

크로노스 다오의 실패, 알고 있었다고?

스테이블 다오는 원래 앵커 프로토콜에 투자하려고 했다. 다행히 실제 투자로는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이아 프로토콜이 투자한 곳 중에서도 실패한 디파이가 있다. 클레이튼 기반 디파이, 크로노스 다오다.

크로노스 다오는 지난 7월 준비금 횡령 의혹이 발생하며 투자자들이 소송을 걸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심영재 개발자는 지난 3월 크로노스 다오를 두고 “믿을 만한 프로젝트”라고 표현할 만큼 두 프로젝트는 긴밀히 연결돼 있었다.

“결과론적인 얘기기는 하지만 디파이 2.0의 실패를 알고 있었어요.”

충격적인 답이었다. 그렇다면 알고도 불안한 프로젝트와 파트너십을 맺었던 걸까?

“디파이 2.0은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없거든요.

크로노스 다오와 파트너십을 맺고 싶었던 이유는 커뮤니티였어요. 크로노스 다오 커뮤니티 구성원들을 보면 내부 구성원들 사이가 끈끈한 거예요.

크로노스 다오에 있는 커뮤니티 구성원들을 가이아로 많이 데려왔죠. 사실 저희 모더레이터도 크로노스 다오 출신들이 많아요.

사건 당시에 크로노스 다오 측의 대응을 보면서 저도 실망을 많이 했어요. 결국 횡령 의혹이 나올 때 파트너십 취소 선언을 하게 됐어요.”

심영재 개발자는 “크로노스 다오도 앵커에 예치를 한 걸로 알고 있다”며 “크로노스 다오가 최소한 1년은 버텨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1년은 고사하고 몇 개월 만에 이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비탈릭 부테린의 열성팬은 이제 SBT 문을 두드린다

가이아 프로토콜은 다오에 이어 지난 5일 소울링크를 출시하며 소울 바운드 토큰(SBT)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SBT란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가 지난 5월에 제안한 개념으로 기존 NFT처럼 대체불가능하지만 동시에 교환이나 양도가 불가능한 토큰을 의미한다.

“크립토 업계에서 팔로워가 많은 인플루언서하고 소통해 보면 팔로워가 몇만 명인데도 너무 외로워해요. 가볍게 팔로우를 하니까 진지한 관계가 많이 없는 거죠.

웹3는 가장 인간적인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다 감성팔이거든요.

왜 트위터 육각형 이미지를 굳이 돈 주고 사겠어요. ‘내가 웹3에서 이런 걸 한다’는 걸 알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그런 거예요.”

심 개발자는 가스비를 지불하고 온체인에 정보를 기록해 서로를 연결해주는 소울링크를 만들었다. 심 개발자는 앞으로 SBT가 커뮤니티 내 사람들의 관계 연결을 도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는 NFT보다 SBT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NFT는 거래가 되니까 커뮤니티에서 멤버십 혜택을 받은 뒤에는 던져버리거든요.

SBT는 던질 수가 없어요. SBT를 이용해 커뮤니티에 들어간다는 그 자체가 소중한 일이 되고 그게 유지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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