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부자' 코인 인플루언서, 그들이 사는 법
[워싱턴포스트 '비트보이' 집중 분석]
업계 내부자와 보통사람 적절히 섞은 이미지 ‘한몫’
‘사이비’ 심리와 ‘홍보 중요’ 업계 특성 어우러져
돈 받고 코인 추천, 스캠 연루 의혹 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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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찬
박록찬 2022년 7월28일 09:00

가상자산 시장이 탄력을 받아 상승하던 시기 그들은 거대한 부를 축적하는 듯 보였다. 일반 투자자들이 제대로 알아듣기 힘든 내용을 줄줄 읊어주는 모습이 마치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꿰고있는 것만 같았다. 그들이 정말 전문가인지 질문을 던질 새도 없이 시장은 등락을 반복했고, 과거 하락장 때와 같이 그들의 활동은 눈에 띄게 줄었다.

우리는 그들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있었을까? 트위터와 유튜브 등에서 이 같은 활동으로 명성을 얻는 이른바 ‘코인 인플루언서’의 세계를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집중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우선 이들이 한편으로는 유튜브 등 매체를 통해 유명세를 얻으면서, 다른 한편에선 훈련되지 않은 투자 자문 역할을 한다고 정의했다. 신문은 대표적인 인물로 비트보이(Bitboy_Crypto)라는 이름으로 유튜브(구독자 150만명)와 트위터(팔로어 90만명)에서 활동하는 벤 암스트롱(39)의 예를 들었다. 비트보이는 개인이지만, 사실 지난 5년 사이 풀타임·파트타임 직원 70명, 매출 수백만달러 규모에 이르는 기업 수준으로 성장했다.

'비트보이' 벤 암스트롱은 유튜브 방송에서 차를 몰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각종 견해를 쏟아내 화제가 됐다. 출처=유튜브 캡처
'비트보이' 벤 암스트롱은 유튜브 방송에서 차를 몰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각종 견해를 쏟아내 화제가 됐다. 출처=유튜브 캡처

워싱턴포스트는 비트보이에 대해, 게임이 되어버린 금융 세계에서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기준이 얼마나 낮아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눈이 하나만 있어도 왕이 될 수 있는 가상자산 세계에서는 축제 호객꾼과 큰손 투자자의 경계가 극도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필로폰 중독자에서 중독 상담가로, 다시 코인 방송인으로

비트보이는 새로 나온 가상자산 종목을 소개하면서 명성을 얻어왔다. 방송사처럼 뉴스와 평론을 전하는 비트보이의 유튜브 방송은 어느새 가상자산 트렌드를 알려면 꼭 봐야 하는 프로그램처럼 여겨진다. 비트보이 유튜브 채널은 매일같이 여러 코인을 거론하면서 일반 투자자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전문용어를 쏟아냈다.

비트보이의 방송은 특정 코인이 오를 거라는 무조건적인 낙관론이 아니었다. 때때로 “지금 사지 마라”는 경고를 날리면서도 “나중엔 꼭 사야한다”는 언급으로 신뢰를 얻었다. 최근 약세장에 대해서는 “나는 비트코인 4년 사이클을 강하게 믿는다. 왜 다른 사람들은 믿지 않나 모르겠다”고 말했다.

‘업계 내부자’이면서도 ‘보통 사람’이라고 강조하는 비트보이의 포지셔닝은 ‘킬포인트’였다. 그의 방송은 앨라스카 사슴 사냥, 축구 경기 관람, 교외 드라이브 등 평범한 일상과 가상자산 종목 추천을 적절히 섞어놓았다. 비트보이 벤 암스트롱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나는 카메라가 있건 없건 같은 사람이다. 사람들이 날 찾아오는 것도 내가 더 나은 분석가라서가 아니라, 접근이 더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에선 디테일에선 부의 상징을 슬쩍 드러내며 욕망을 부추겼다. 이를테면, 차량에서 방송할 땐 고급차를 몰고, 축구 경기를 볼 때는 비싼 좌석에 앉는 식이었다.

‘비트보이’ 벤 암스트롱은 필로폰 중독자였으나, 2007년 환각 상태에서 큰길을 건너려다 경찰에 제지당했다고 한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그는 중독 상담가로 거듭났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돼 구매한 비트코인 6개를 2013년 1700달러에 판매한 적이 있었고,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코인 투자에 뛰어들며 방송을 시작했다. 그 상태로 크립토 겨울을 난 그는 2020~21년 상승장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처럼 아마추어에 지나지 않는 비트보이의 흥행이 대중심리와 가상자산의 특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커넥티드’(한국어판 ‘행복은 전염된다’)의 저자이자 예일대 사회학과 교수인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는 “가상자산 투자처럼 많은 것이 걸려있으면 온라인에서의 인간관계가 오프라인에서만큼 영향력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며 “’우리는 함께하고 있다’는 소속감이 신뢰도를 높이는데, 이는 사이비종교와 다르지 않다. 삶의 의미를 가르쳐주면서 나쁜 결정으로부터 보호해줄 지도자를 우리 모두 갖고싶어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게다가 코인 투자는 주식 투자와 마찬가지로, 가치가 계속 상승해 수익을 보려면 누군가 매수해줄 사람이 끊임없이 유입돼야 한다. 다만, 주식과 달리 가상자산은 실질적 소득이나 상품, 시장 수요 같은 게 불명하기에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가상자산 회의론자인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털 CEO는 “실질적 가치가 있는 것을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는 그 가치가 무엇인지를 얘기해줄 사람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보통사람'은 가면이고 그 안의 실체는 다르다?

하지만 이들 인플루언서의 말을 신뢰해도 될지는 또다른 문제다. 비트보이는 일반 매체였다면, 이해충돌 소지가 있을 만한 행동으로 잇따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1월 트위터에서 ‘크립토 형사’를 자처하는 ZachXBT는 비트보이가 돈을 받고 코인 추천을 하는 정황을 파악해 보도했다. 그가 공개한 가격표와 대화내역을 보면, 비트보이는 ‘본격 리뷰’ 3만5000달러, ‘생방송 중 언급’ 2만달러 등의 방식으로 가격을 매겨놓고 있었다. 비트보이는 과거 돈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특정 프로젝트 홍보를 한 적이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다만 자신의 신뢰도를 깎아먹는 것 같아 이 보도가 나온 지난 1월 이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비트보이가 각종 사기성 프로젝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레딧 글은, 비트보이가 문제가 된 일부 영상의 제목을 고치거나 삭제하는 식으로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비트보이가 각종 사기성 프로젝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레딧 글은, 비트보이가 문제가 된 일부 영상의 제목을 고치거나 삭제하는 식으로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비트보이가 사기성 프로젝트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레딧에는 비트보이가 관여한 엑싯스캠(신용으로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사기) 및 러그풀(투자금 모은 뒤 프로젝트 중단하고 투자금은 돌려주지 않는 사기) 등 7건의 신용 사기 목록이 올라와있다. 비트보이는 해당 프로젝트 관련 영상을 모두 삭제하고, “나는 어떤 스캠에도 관여한 바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결국엔 비트보이는 자신이 해당 프로젝트를 보다 면밀히 검토해야 했으며 실수로부터 배우고 있다고 털어놨다.

최근 파산 절차가 진행중인 가상자산 대출기업 셀시어스에 대해서도, 비트보이는 애초 높은 이자율을 강조하면서 돈을 맡기라고 장려하던 인물이었다. 파산 국면이 시작되기 2주 전까지도 비트보이는 알렉스 머신스키 셀시어스 CEO를 출연시키는 등 여러 차례 관련 사업을 소개했다. 그러나 셀시어스가 지난달 예치금을 동결시키자, 비트보이는 “절대 셀시어스나 머신스키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며 가장 앞장서서 셀시어스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우리도 300만달러를 잃었다. 그들은 너무 많은 것을 숨기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가가호호 다니며 약 팔던 '약장수', SNS라는 무기를 거머쥐다

전문가들은 비트보이류 인플루언서들이 문제가 있으며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트위터 임원 출신으로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디지털총괄을 맡았던 제이슨 골드먼은 “가상자산과 소셜서비스가 교차하는 흥미로운 지점”이라며 “가짜 약을 파는 사람은 언제나 있었지만, 그들은 가가호호 방문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집안에 앉아서 SNS를 통해 전세계를 향해 떠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골드먼은 SNS 플랫폼이 이 같은 행태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기존 투자 전문가들도 제대로 된 조언만 내놓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코인 인플루언서’들의 반론에 대해서는, “물론 그 사람들 투자 자문 성적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기존 미디어의 여러 장치에 의해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 경계가 그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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