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PR뉴스포토/서클 인터넷 파이낸셜
출처=PR뉴스포토/서클 인터넷 파이낸셜

미국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 USDC의 발행사 서클(Circle Internet Financial)의 최고재무관리자(CFO) 제레미 폭스그린은 주초 서클이 올해 안에 상장할 것이라는 계획을 다시 한번 밝혔다. 사실 이것은 전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서클의 상장 계획은 작년 6월에도 발표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지난 1년 사이 디지털 자산 업계의 상황이 얼마나 급격하게 바뀌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이번 발표는 큰 의미를 가진다. 지금의 약세 시장에서도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서클의 발표는 수 차례 실수를 반복하고 USDC 스테이블 코인으로 킬러 앱을 찾기까지 몇 년이 걸렸던 과거를 생각하면, 서클이라는 회사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한때 서클은 앞으로 나아갈 힘과 방향성을 모두 잃어버린 상태로 보였다. 2013년 창업주 제레미 엘레어가 초창기 가상자산 결제 플랫폼으로 설립한 서클은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제공에 능숙하지 않았다. 많은 가상자산 업체들이 큰 신경을 쓰지 않았을 때도 서클은 규제 장애물을 뛰어넘으려 부단히 애를 써왔다. 일례로 지난 2015년, 서클은 뉴욕주가 인가하는 ‘비트라이선스(Bitlicense)’를 취득한 첫 번째 회사가 되기도 했다.

얼마 전 서클은 이제까지 해왔던 규제 관련 노력들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 같은 행보를 밟기 시작했다. 2018년 서클이 다소 수상한 거래소 폴로닉스(Poloniex)를 인수한 지 1년 만에 1억5600만달러의 손실을 보고 매각하자,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그 후 서클은 2020년 2월 자사의 모바일 투자 어플리케이션을 (현재 파산한) 보이저 디지털(Voyager Digital)에 매각하는 등 다수의 사업부문을 빠르게 매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절망적인 신호라기보다 USDC 스테이블 코인에 완전히 집중하겠다는 서클의 큰 계획이었다. 물론 이런 계획이 완전히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USDC는 2020년 초 기준으로 경쟁사 테더(Tether)가 42억달러의 USDT를 유통한 것에 비해 겨우 5억달러를 넘는 자금을 유치했다.

이처럼 수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서클과 그 창업주 엘레어는 신중한 접근방식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2020년 초 사업 규모가 테더의 12%에 불과했던 서클은 이제 테더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곧 테더의 규모를 뛰어넘을지도 모른다.

 

투명성과 관리감독

시장의 불확실성과 엄격한 규제로 인해 테더의 유통액 기준 시가총액은 5월 최고 기록인 830억달러에서 7월 중순 660억달러로 감소했다. 테더의 높은 신용도 덕분에 상환(redemption)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몇몇 상환자들은 5월 490억달러에서 현재 550억 달러까지 자금량이 증가한 USDC로 옮겨가고 있다.

이처럼 전세가 역전된 것은 테더가 투명성과 규제 측면에서 매우 복잡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USDT는 미국 달러화로 표시된 오프체인 자산과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으로, USDC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테더는 비트피넥스(Bitfinex) 거래소와의 수상한 관계와 더불어, USDT 연동 자산에 대한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보고서를 발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수년간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가장 큰 문제는 테더가 중국 상업어음 상당액을 보유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인데,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이 계속해서 침체되는 가운데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테더는 보유한 상업어음을 달러로 현금화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즉 일정 비율의 USDT가 상응하는 달러 가치로 상환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반면 지난주 서클은 세부적인 자산 배분을 시행했다. 비록 감사 전이지만 자산 배분 결과에 따르면 서클의 USDC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 달러 및 유동성이 높은 단기 미국 국채와 완전히 연동된다. 여기서 서클이 감사 전 보고서를 발행하는 것이 테더가 그렇게 하는 것과 왜 다른지 살펴보아야 한다. 쉽게 말하면, 서클은 등록된 미국 금융기관이므로 높은 투명성이 요구된다.

일례로 서클은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수많은 문서를 제출했다. 반면 테더는 고위급 규제기관의 감시 대상이 아니므로, 많은 평론가들은 테더가 제3자 기관의 감사를 받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이 단지 가상자산 트레이더들의 안식처가 아니라, 해외 거래 전산 시스템의 진정한 발전에 기여하고 전통적인 달러에 접근성이 낮은 개인들에게 유용한 금융 도구로 기능하며 가상자산의 핵심적인 ‘킬러 앱’이 되어가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나아가, 미국 규제당국 역시 서클 등의 회사들이 발행한 디지털 달러의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는 통제장치를 마련하는 데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긴 여정

지난 10여년간, 제레미 엘레어는 서클이 스테이블 코인의 수요 증가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시장에 자리매김하기 위해 고단한 사투를 벌여왔다. 이제 서클은 가상자산 광풍이 가라앉고 이전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수가 가능해진 상황에서 상장을 하게 되었다.

딱 하나 비판하고 싶은 점은 서클이 전통적인 기업공개(IPO)가 아닌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해 상장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서클은 기업인수목적회사를 활용한 역합병 방식의 우회 상장을 추진할 계획인데, IPO에 비해 공시 요건이 낮은 주식을 상장할 때 흔히 사용되는 방식이다.

서클 입장에서는 아쉽겠지만 이러한 계획은 현시점에서 바꾸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가상자산 광풍으로 공시 요건이 느슨해졌던 시기에 차마스 팔리하피티야 등 여러 인물들이 질 나쁜 주식을 대량 판매하면서 전반적인 SPAC 방식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SPAC 상장 방식은 서클이 가진 강점들을 가리는 질 나쁜 사기 수법처럼 보이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클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메시지는 굉장히 긍정적이다. 서클의 무모한 경쟁자들은 깊은 수렁에 빠져버린 반면, 엘레어의 꾸준한 노력과 신중한 태도는 서클과 서클 투자자들에게 크나큰 결실을 선물해줄 것이다. 향후 다시 한번 도래할 가상자산 광풍에서 대박을 꿈꾸는 젊고 낙관적이며 미숙한 창업가들이 기억하고 있어야 할 교훈이다.

영어기사: 김예린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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