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스테이블 코인.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주요 스테이블 코인.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만든 테라 블록체인에서 사용하는 스테이블코인 테라유에스디(UST, 현재는 USTC)가 1달러를 유지하지 못하자, 다수의 블록체인 경제 시스템이 무너졌다. 각국 규제기관은 무분별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공동 대응과 규제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법정화폐 등에 가치를 고정해 가격 변동성을 낮춘 가상자산을 뜻한다. 테라유에스디는 테라의 네트워크 내 의결권 행사 등에 쓰이는 토큰 루나(LUNA, 현재는 LUNC)를 담보로 1달러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이다.

지난 5월 테라유에스디가 알고리듬의 허용 범위를 넘어선 자금 유동성 경색으로 1달러를 유지하지 못하고 폭락했다. 6월에는 약 99.9%가 하락한 0.0058달러까지 내려앉았다. 현재는 소폭 상승해 0.0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1달러 붕괴 현상은 테라유에스디가 처음이 아니다. 뉴트리노유에스디(USDN), 페이유에스디(FEI) 등도 빈번히 1달러를 지키지 못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불신이 커진 이유이기도 하다. 테라와 이들의 차이점은 테라는 1달러를 회복하지 못했지만, 뉴트리노유에스디와 페이유에스디는 얼마 지나지 않아 1달러 선에 복귀했다는 데 있다.

이런 배경에는 뉴트리노유에스디와 페이유에스디의 시가총액이 테라유에스디보다 작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테라유에스디는 테라 사태 직전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 순위 9위를 기록했지만, 뉴트리노유에스디와 페이유에스디는 50~60위에 불과하다.

시가총액이 큰 테라유에스디가 순식간에 폭락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쉽게 말해 전세계 테라유에스디 보유자는 손쓸 새도 없이 큰 손해를 입었다는 의미다. 각국의 규제기관이 테라 사태로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의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먼저 유럽연합(EU)은 지난 30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포함된 가상자산 포괄 규제안 ‘미카’(MiCA) 합의를 이뤄냈다. 유럽연합은 충분한 테스트를 거친 후 27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일괄 시행할 예정이다.

유럽의회 의원이자 미카 정책 입안자인 에르네스트 우르타순은 지난 1일 트위터를 통해 “미카는 테라유에스디 붕괴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났을 때 이에 대한 보호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며 “결제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는 스테이블코인은 일일 거래량을 2억유로로 제한하는 등의 엄격한 규제를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금융안정위원회(FSB) 등 주요 국제기구도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의에 나섰다. 국제증권감독기구가 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 회원들은 지난 3월 열린 회의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규제 전반을 연구하는 핀테크태스크포스(FTF) 설립에 합의했다.

금융안정위원회는 싱가포르 통화청(MAS)이 의장을 맡고 한국 금융감독원 등 27개국 금융기관이 참여한다. 이번 스테이블코인 연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주도할 계획이다. 금융안정위원회는 내년 4분기까지 초국적 가상자산 규제 연구에 대한 공개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금융안정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테라·루나 사태 및 가상자산 대출 플랫폼으로부터 발생한 시장 혼란 등의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규제의 필요성이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시작으로 금융안정위원회는 10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스테이블코인과 기타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방식을 보고할 예정이다. 금융안정위원회가 발표할 규제 방식을 주요 20개국이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금융안정위원회는 금융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국제 금융감독 기구인 만큼 각국 금융당국은 해당 규제안을 다수 반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사는 한겨레신문 지면에도 게재됐습니다.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매달 한 차례 한겨레신문의 블록체인 특집 지면 'Shift+B'에 블록체인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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