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불처럼 뜨거웠던 힙합 그룹 원타임의 인기. 원타임은 라는 곡으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출처=Cullan Smith/Unsplash
사진 속 불처럼 뜨거웠던 힙합 그룹 원타임의 인기. 원타임은 라는 곡으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출처=Cullan Smith/Unsplash

뜨거 뜨거 뜨거 뜨거 ~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사람이라도 이 멜로디와 가사를 들어 보면 '어디서 들어는 봤다'는 반응일 것이다. 이 노래는 바로 4인조 힙합 그룹 원타임이 2003년 발매한 <Hot 뜨거> 후렴구다.

하지만 20년 전 큰 인기를 끈 원타임의 래퍼가 대체불가능토큰(NFT) 거래소 사업을 할 줄 누가 알았을까?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14일 강남 드림플러스에서 송백경 팬시플레이스 대표를 만났다. 팬시플레이스는 숏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셀러비의 자회사로 동명의 이더리움 기반 NFT 거래소 서비스 팬시플레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송백경 대표는 원타임의 래퍼로 활동하다 외식 사업, 의류 사업, 성우, 작가 등 다양하게 활동을 이어갔다. 그랬던 그가 이번엔 NFT 거래소에 도전한 것이다.

송 대표에게 가장 먼저 한 질문은 ‘어떻게 NFT에 관심을 두게 됐는지’다.

그런데 갑자기 원타임 시절 얘기가 나왔다.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계속 들어 보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원타임이 한창 흥했을 때가 CD로 음악을 듣다가 MP3로 넘어가는 과도기였어요. 그때는 저희 노래가 가장 많이 나왔어요

하지만 수익은 많지 않았죠. 당시 대다수가 음원에 대한 지식재산권(IP) 보호라는 개념을 잘 몰랐고, 무분별하게 '소리바다' 등에서 다운로드 받아서 들었거든요.

심지어 저희가 공들여서 만든 음반이 해적판으로 나오기도 했어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는 음악을 들을 때 주로 MP3 플레이어를 썼다. 하지만 저작권 인식 부재로 불법 음원이 유통되던 시절이기도 하다. 출처=Oleg Sergeichik/Unsplash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는 음악을 들을 때 주로 MP3 플레이어를 썼다. 하지만 저작권 인식 부재로 불법 음원이 유통되던 시절이기도 하다. 출처=Oleg Sergeichik/Unsplash

지금이야 멜론, 지니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음악을 듣는 시대라지만 한때 MP3 플레이어에 곡을 담아두는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음원 저작권 인식이 희미해 불법 음원 판매가 대다수였다.

‘그런데 이게 NFT와 무슨 상관이 있지?’하는 의문이 떠나가지 않았다.

송 대표는 이런 디지털 창작물의 저작권 문제를 NFT가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디지털 저작물은 NFT로 인증할 수 있잖아요. 2021년 초에 이런 기술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관심을 두기 시작했어요.

그 당시에 저에게도 NFT로 음원을 내자는 제안이 왔어요. 그때부터 NFT에 눈을 뜨게 됐죠.

원타임 활동 당시 저작권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제가 NFT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 중 하나예요”

블록체인 업계, 그중에서도 NFT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때 늘 하는 질문이 있다. ‘왜 NFT를 좋아하냐’는 질문이다.

NFT는 일종의 디지털 등기권리증으로 그 활용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처음에는 하나의 투자 자산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최근에는 메타버스나 커뮤니티의 입장권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송 대표는 NFT가 디지털 등기 권리증이면서 그 용도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NFT는 원래부터 있어야 할 당연한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진위를 확인할 수 없고 무한 복사와 붙여 넣기가 가능한 디지털 창작물에 NFT를 통해 가치를 부여할 수 있잖아요.

공연 티켓이나 가수가 한정판 음원을 발매할 때도 거기에 맞춰서 활용될 수 있는 거죠.”

송백경 팬시플레이스 대표. 출처=박범수 기자/코인데스크 코리아
송백경 팬시플레이스 대표. 출처=박범수 기자/코인데스크 코리아

그러면 굳이 왜 NFT여야 할까? 공연 티켓에 희소성을 부여하고 싶다면 아티스트의 사인이나 도장을 찍어서 줘도 되는데 그것과는 무엇이 다를까?

“그냥 이벤트성 요소라고 생각해요. NFT는 아이디어 싸움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발매한 음원에 대한 NFT를 가지고 있다면 1년에 두어 번 여는 팬 미팅에 참여할 권리를 주는 거죠.

NFT는 거래 명세를 모두가 확인할 수 있잖아요. 특정 콘서트에 대한 혜택을 주는 NFT에 대한 거래 이력만 확인하면 서로 합의를 통해 인정할 수 있는 거죠.”

이쯤에서 BTC(비트코인)가 세상에 나와 주목받을 때를 살펴보자.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탈중앙화된 분산원장 기술을 통해서 온체인에 모든 거래 정보가 기록된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만든 NFT도 마찬가지. NFT 거래 기록도 온체인에 남는다.

송 대표는 원타임에서 래퍼로 활동한 이후 성우, 작가로 활동했다. 래퍼, 성우, 작가. 분야는 다르지만, 창작물을 만드는 아티스트의 삶을 산 셈이다. 그렇다면 굳이 거래소 사업이 아닌 NFT 프로젝트를 출시해도 되지 않았을까?

“저는 NFT 콘텐츠 생산자나 기획자로 남아 있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저 혼자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많은데 이걸 판매하고 사람들과 거래하면서 수익도 갖는 그런 구조를 생각해봤죠. NFT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송백경 대표는 1990년대말~2000년대초 음악 산업을 돌아보면서 NFT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출처=픽사베이
송백경 대표는 1990년대말~2000년대초 음악 산업을 돌아보면서 NFT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출처=픽사베이

송 대표는 다시 한번 90년대 말로 돌아가 또다시 연예계 시절을 잠시 회상했다.

“알다시피 예전에는 가수 한 번 하려면 기획사도 들어가야 하고 연습생도 해야 했어요. 공식적으로 앨범을 발매해 주는 채널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NFT라는 재밌는 기술로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들을 널리 알리고 홍보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NFT를 활용하려는 기존 셀러비의 숏폼 사업 전략과 더불어 NFT 거래소가 사업 모델로 추가된 거죠.”

예를 들어 한 연습생이 가수로 데뷔한다고 생각해보자.

먼저, 기획사에 오디션을 봐야 하고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의 세월을 들여 연습생 시절을 거쳐 가수로 데뷔한다. 그리고 수년간 연습생 비용으로 들어간 투자 비용 이상을 기획사가 벌어야 돈을 받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가수로 데뷔해 돈을 버는 이들이 극소수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송 대표의 설명처럼 기존의 예술 산업에서는 창작자가 수익을 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과정이 어렵다. 하지만 NFT는 누구나 만들 수 있고 기존처럼 중개자가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라서 창작자의 수익이 온전히 보존된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NFT 거래소를 넘어 음악 산업에 NFT를 도입하고자 하는 의지를 밝혔다.

“현재 NFT 시장은 8~90%가 아트 위주라고 봅니다.

그런데 저는 NFT를 공연, 음악 산업과 접목하고 싶어요. 그래서 이 사업과 관련해 힙합 아티스트와도 교류하고 있어요.

NFT를 잘 모르는 이들은 NFT가 그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음악 사업을 NFT와 결합해서 진행한다고 해도 이미지 없이는 힘들어요.

왜냐면 이미지라는 게 가장 직관적이잖아요. 눈에 보이지 않으면 사람들은 가치를 의심하니까요. 결국은 이미지를 사면 음악과 관련해 이미지에 딸려오는 권한을 주겠다는 거죠.

예를 들어, 3LAU(블라우)라는 DJ는 2018년에 ‘울트라 바이올렛’이라는 앨범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그걸 지난해 2월에 NFT로 만들어서 팔았어요. 음반 NFT를 한정 수량으로 만들어서 번호를 주는 거죠. 1~30번 NFT면 플래티넘 등급을 부여하는 그런 이벤트적 요소를 부여하는 거예요.”

바이낸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NFT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힌 YG엔터테인먼트. 하지만 NFT가 '상술'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연예기획사가 적극적으로 NFT를 활용할 수 없다는 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출처=바이낸스
바이낸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NFT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힌 YG엔터테인먼트. 하지만 NFT가 '상술'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연예기획사가 적극적으로 NFT를 활용할 수 없다는 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출처=바이낸스

음악 산업에 NFT를 도입하려는 건 송 대표만이 아니다.

송 대표가 이전에 몸담았던 YG엔터테인먼트는 바이낸스와 지난 2월 업무협약을 맺고 NFT 시장 진출 계획을 밝혔다. JYP엔터테인먼트, 하이브엔터테인먼트, SM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기존 음악 사업을 하던 연예기획사는 너도나도 NFT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그런데 한때 연예계에 몸담았고 또 여전히 연예계 관계자들과 만나는 송 대표의 의견은 약간 달랐다.

“대형 연예기획사가 NFT에 관심이 있는 건 맞아요. 그런데 약간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왜냐면 사람들이 NFT에 대해 잘 몰라요. 팬들은 ‘왜 우리가 좋아하는 가수를 돈벌이에 그런 식으로 이용하냐’는 반응들이 나오거든요.

결국 NFT를 두고 ‘지나친 상술을 부린다’는 시선 때문에 연예기획사가 (NFT 사업 진출을 대외적으로 밝히는 걸) 굉장히 부담스러워해요.”

송 대표는 ‘팬시플레이스가 오픈시 등 다른 NFT 거래소보다 늦게 출발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아직 NFT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보면 그렇게 크지 않은 시장”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NFT 시장이 엄청나게 커 보이지만 전체적인 파이를 보면 블루오션(경쟁이 덜한 유망 시장)이거든요.

최근 NFT 약세장에도 개의치 않아요. 경제적인 사이클과 상관없이 매력적인 NFT가 나오면 수요는 항상 열려 있더라고요. 이건 NFT만이 아니라 모든 재화가 그런 것 같아요.

팬시플레이스는 숏폼 서비스 셀러비와 연계돼 셀러비 크리에이터가 NFT를 만들어 팬시플레이스에서 팔아 이익을 얻는 그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날 만난 송백경 대표는 연예인이나 사업가인 블록체인과 NFT에 푹 빠진 ‘NFT 맥시멀리스트’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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