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executium/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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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의 엄청난 유동성 공급으로 비트코인(BTC) 가격이 상승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미국의 통화공급은 2020년부터 2년간 급증했고 그 중 상당 금액이 디지털 자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미국 경제에 3조달러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 코로나19 구제법안이 통과될 무렵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기능을 한다는 검증 안 된 공공연한 믿음이 있었다. 일각에서 주장하듯 비트코인은 그 수량이 2100만 코인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금과 같은 기능을 하며, 가격상승 대비 헤지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인플레이션은 동량의 재화에 지불하려는 돈이 더 많아 가격이 상승하며 발생한다. 인플레이션은 발생했고, 통화당국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가상자산은 기타 거의 모든 다른 자산군과 함께 미친 듯이 상승했다. 그러나 몇십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인플레를 막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비트코인은 최악의 분기를 맞고 있다.

솔직히 모두가 이제야 깨닫기 시작한 것 같다. 지난달 29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우리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이제는 조금 더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작년에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하자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 결과는 엔데믹으로 전환하며 큰 경제 충격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에 대해서는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이나 대중의 의견 일치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사실, 지금과 같은 독특한 경제상황에는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리쏠츠자산운용(Ritholtz Wealth Management) 공동설립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 베리 리쏠츠(Barry L. Ritholtz) 회장은 최근 인플레의 15가지 발생요인을 발표했다.

이 요인들 중에는 경제학자들이 지적했듯 적시납품(just in time) 및 반도체 공장 가동 단축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부족은 물론 미국의 코로나19 구제법안과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도 포함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마지막 요인으로 가상자산이 꼽혔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비트코인에 대한 헤지 수단은 없을지라도 돈은 마구 찍어내면 화폐가치가 하락한다는 점은 굳게 믿고 있었다. 돈을 찍어내면 화폐가치가 하락한다는 것. 게다가 자산 인플레에 대해 연준은 ‘양적완화’를 고수하며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더 풀고 위험한 경제활동을 하도록 장려하며 시장에 개입해왔다.

미 정부의 재정 부양책과 연준의 통화 정책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은 점점 더 위험한 베팅을 하게 되었고, 이는 신생 디지털 자산군을 포함한 많은 투기성 산업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 기술은 있으나 쓰일 데를 찾고 있던 가상자산업계는 투기 자금에 힘입어 공룡 산업으로 성장하며 한때 3조달러 규모까지 팽창했다.

출처=Mika Baumeister/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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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쏠츠는 사실상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은 “십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인플레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급격한 인플레의 원인에는 소비자들의 역할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해명은: 

"상당한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택과 자동차 구매를 지속하던 소비자들은 인플레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그들이 (부분적으로) 가격상승을 일으킨 원인이 됐다. 팬데믹 이전에는 상품 소비는 38.7%, 서비스 소비는 무려 61.3%를 차지했다. 그러나 202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상품 소비가 20% 증가한 반면 생산량은 고작 5%증가에 그쳤다. 가격도 그에 따라 상승한 것이다”라고 작성했다."

이러한 현상은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좀 더 작은 규모로 똑같이 발생했을 수 있다. (일반 미국 국민들이 AMC주식에서부터 새 자전거에 이르기까지 각종 상품 서비스에 소비한 것과 마찬가지로) 일부 사람들은 긴급구호지원자금으로 받은 1200달러를 코인베이스(Coinbase)와 크라켄(Kraken)과 같은 거래소에 바로 예치했다는 증거도 있다.

그러나 리쏠츠는 가상자산의 터무니없는 오버밸류에이션(과대평가)과 그로 인해 야기되었을 법한 인플레 영향에 대해 개미 투자자를 비난하고 있진 않는 것 같다. 대신 그는 지난 2년간 헤지펀드와 벤처 투자자가 보유하던 가상자산을 매도하면서 람보르기니 품절 대란을 일으키고, 1억달러 상당의 저택 매수를 이어갔다는 일화를 언급했다.

사실, 가상자산도 집단적 신념에 근거하여 가치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명목 화폐와 유사하다. 차이점은 가상자산은 누구나 토큰을 만들고 유용성을 갖을 수 있다고 구매자를 설득함으로써 모든 사람에게 돈 복사기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가상자산의 활동이 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야기했는지는 생각해볼 문제이다. 가상자산 업계 창업자들이 가상의 상품을 팔아 진짜 돈으로 바꾸어 요트와 뉴욕시 부동산을 사들인 경우가 숱하게 보도되었다.

많은 최초 비트코인 구매자들은 연준이 미국 달러 가치를 훼손함에 따라 세계가 대체 준비통화가 필요할 것이라는 주장에 설득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비트코인 가격이 인플레이션과 함께 상승하여 ‘상호 긍정적인 사이클’이 발생한 기간도 있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는 생각, 또는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의 헤징 수단이라는 생각은 (가상자산업계가 자주 쓰는 용어처럼) 하나의 ‘내러티브’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향후 비트코인의 가격상승은 없다는 말은 아니다. 특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래밍에 기초한 희소한 디지털 자산 보유에 더 많은 가치를 인식하게 된다면 가격상승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의 내러티브는 비트코인이 인플레를 일으킨 주범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어기사: 김가영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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