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쳐=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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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과 자본 시장이 서서히 침체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던 지난 1월, 국제통화기금(IMF)은 가상자산과 금융시장 간의 연관성이 커지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의 저자들은 “(가상자산의) 폭넓은 수용이 금융시장의 안정성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즉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의 가치가 급락하며 시장이 얼어붙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가상자산의 폭락이 은행, 자본 또는 신용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다. IMF는 특히 토큰 거래에서 ‘레버리지의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시장 전반에 가상자산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개인적으로 IMF라는 정치적 조직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IMF의 애널리스트들이 향후 리스크를 정확하게 파악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수요일 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규모 가상자산 펀드인 쓰리애로우 캐피탈(Three Arrows Capital, 3AC)은 마진 위주의 거래 전략으로 인해 현재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으며 청산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고위험, 레버리지 중심의 사고방식은 가상자산 업계 전반에 만연해 있으며, 가상자산 기술의 궁극적인 유용성에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가상자산의 ‘위험 전염성’을 시험해 볼 기회가 없다.

가상자산과 기타 금융시장은 동일한 외부 요인, 특히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미국 재정 긴축의 영향을 받아 동시에 하락했다. 자본 시장과 소비자 신뢰지수는 가상자산의 가치와 함께 급락했으며, 코로나19 당시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던 투기성 기술주들은 지난 6개월 동안 탑티어 가상자산과 비슷하거나 더 큰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다소 학문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전염성’이라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가상자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기본적인 돈의 관념이 위태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의 전염성이 갖는 최대의 미지수는 투기성이 짙고 변동성과 위험성이 높은 자산에 직접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위험이 기관에서 개인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전염성은 앞으로의 위기에서 완전히 새로운 거시경제적 역학관계가 나타날 것임을 암시한다.

이와 동시에 가상자산과 주류 금융의 통합이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상자산 업체들은 은행계좌 개설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 일부 은행들은 가상자산 업계에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통합의 증대는 3AC 사태와 같은 폭락이 언젠가는 전통 금융시장(TradFi)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전통 금융회사인 점프 트레이딩(Jump Trading)이 새롭게 출범한 가상자산 사업부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테라 시스템을 지원하는 등 잘못된 행보를 보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아직은 이러한 움직임이 점프트레이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앞으로 닥칠 난항을 예고하는 전조로 보인다.

가상자산의 커지는 영향력

하지만 ‘전염성(contagion)’은 단순히 대규모 펀드와 기관들 간의 상호의존성을 뜻하지 않는다. 전염성은 금융 시장의 여러 행위자들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를 의미한다. 가상자산의 규모는 전염성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 고점에 다다랐던 작년 11월, 전체 가상자산의 명목상 가치(paper value) 총액은 약 3조달러를 기록했다. 물론 이는 매년 23조달러에 이르는 미국 GDP나 83조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GDP에 비하면 큰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금융 시장에 대한 가상자산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11월 고점 당시, IMF는 가상자산 시장의 시가총액이 미국 자본 시장의 약 5%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발행한 53조달러 규모의 미수채권을 5%를 넘는 수치다.

또한 이는 심각한 금융 위기를 초래하기에도 충분하다. 참고로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의 부채담보부증권(CDO)의 총가치는 약 2000억달러, 오늘날 가치로 약 2730억달러로 알려졌다. CDO는 레버리지 비중이 높은 상품이었으므로, 기초 부동산 시장의 균열에 이어 신용 시장은 거의 붕괴에 가까운 수준으로 무너졌다.

출처=Lo lo/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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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의 투자위험

가상자산 생태계는 벤처캐피탈(VC) 펀드를 포함하고 있지만, VC 펀드가 규모와 상호의존성 측면에서 경제 전반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유례없는 가상자산 광풍이 불었던 지난 2021년, VC들의 가상자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은 330억달러에 불과했다. 물론 VC들의 기술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투자액 2760억달러에 비하면 상당하지만, 경제 전반에는 그다지 큰 영향이 없는 금액이다.

이 말이 특히 맞는 이유는 VC들은 독특한 방식으로 금융 시장 전반으로부터 단절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펀드들은 기존의 경제적 행동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고액자산가들의 자본만을 인수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이들이 스타트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 이외에 최소한의 역할만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VC 펀드가 실패하면, 신흥 산업의 파이프라인이 끊어질 수는 있지만 전체 경제 시스템이 고갈되지는 않는다.

 

3AC의 상호의존성

쓰리애로우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벌인 결과 지급불능 사태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사실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비트코인에 엄청나게 위험한 레버리지 기반의 롱 포지션을 잡는 등 쓰리애로우는 자기자본거래를 하는 동시에 스타트업에서 포지션을 취하는 벤처 펀드로도 활동했다.

최악은 3AC가 자사가 지원했던 일부 스타트업의 재무관리자(treasury custodian)로 활동했으며, 3AC의 서비스를 이용한 포트폴리오 회사들에게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 자체로도 어리석은 행동이지만, 3AC가 스타트업 자산을 거래 활동을 위한 자본이나 담보로 사용했다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선택들로 인해 3AC에게 수탁된 자금에 러그 풀(rug pull, 개발자가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투자자금을 가진 채 사라지는 것)이 발생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에 진정으로 ‘금융위험의 전염성’이 퍼지게 되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점은 3AC가 비트코인, 이더리움 및 그와 유사한 블루칩 자산의 매각을 유도하는 시장을 형성하면서 개별 회사만이 아닌 시장 전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가상자산의 전염성을 완전히 시험해보지는 못했지만, 3AC의 공동설립자 쑤주(Zhu Su)와 카일 데이비스(Kyle Davies)는 가상자산의 전염성을 높일 수 있는 행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미리 보여주었다. 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존재하지만, 무엇보다도 금융시장의 주요 행위자들은 거래 상대방에게서 높은 투명성을 기대해야 하며, 지나치게 많은 위험을 분담하는 것에 더욱 신중한 접근방식을 취해야 한다.

영어기사: 김예린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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