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디지털 화폐 전쟁 속에서 프라이버시는 살아남을까
[미국-텍사스 오스틴 현지취재]
컨센서스 2022가 들려주는 CBDC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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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혁
임준혁 2022년 6월10일 14:00
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J.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가운데)가 컨센서스 2022 자리에서 CBDC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다.
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J.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가운데)가 컨센서스 2022 자리에서 CBDC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다.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컨센서스 2022에 현지 특별 취재팀을 보내 생생한 현장의 소식을 전달합니다.

특별 취재팀=함지현, 박상혁, 임준혁, 이다영, 이정배

코인데스크 코리아 특별 취재팀은 미국 최대 블록체인 행사 컨센서스 2022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왔다.

컨센서스 2022는 다양한 주제의 세션을 제공하는데 나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에 집중했다. 그 중 '다가오는 디지털 화폐 전쟁'(The Coming Digital Currency Wars) 세션은 CBDC가 실행되면 각 국가마다 어떤 형태로 만들어질지에 대한 토론이 펼쳐졌다. 물론 대부분의 얘기는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진행됐다. 

CBDC는 어떤 기술로 만들지도 중요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어떤 국가에서 만드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현재 패권 싸움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을 예로 들자. 중국은 이미 디지털 위안화를 개발했으며, 지난해 4월부터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CBDC를 개발할지 말지조차 확실하게 안 밝힌 상태다.

중국 정부는 정책 방향을 일방적으로 정하고 정책이 정해지면 바로 실행으로 옮길 수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 없이. 독재와 전체주의의 장점이다. 미국과 대한민국을 포함한 민주주의 국가는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긴 과정을 거쳐야 실행이 가능하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프라이버시를 무시한다. CBDC로 국민의 모든 거래내역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미국은 조금 더 복잡하다. 마음만 먹으면 모든 국민을 감시할 기술과 능력은 있되 노골적으로 그렇게 못한다.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 실제로 그렇지 않더라도 표면적으로는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시스템으로 보여야 한다.

이게 중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다: 프라이버시를 노골적으로 침범하느냐 은밀하게 침범하느냐.   

'다가오는 디지털 화폐 전쟁' 연사로 참여한 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J.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는 프라이버시에 관한 흥미로운 얘기를 던졌다. 중국 CBDC는 중국에서만 쓰일 게 아니라 국민의 모든 금융 활동을 감시하고 통제할 의향이 있는 국가로 퍼질 가능성이 높으며, 해당 기술과 시스템을 러시아나 베네수엘라 같은 독재 국가에 수출할 것이라는 게 지안카를로의 전망이다. 분명 그런 측면에서 이 기술에 대한 수요는 있을 것이다.

반대로 미국이나 프랑스, 독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런 수요가 없을까? 대한민국은? 지안카를로는 중국 CBDC 기술은 독재 국가로만 수출될 거라고 말했는데, 나는 그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수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중국 기술을 그대로 활용하지 않더라도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만일 우리(미국)가 CBDC 개발을 제대로 한다면 디지털 달러는 세계에서 프라이버시가 가장 보장받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J.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틀린 말은 아니다. 근데 정말 '제대로 된' CBDC 개발이 이뤄질까? 지안카를로는 이용자가 민간 기업보다는 미국 정부를 더 믿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헌법의 통제를 받는데 민간 기업은 이런 통제에서 훨씬 더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과 이론은 언제나 다른 법. 미국 헌법은 무소불위의 중앙 연방 정부를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 연방 정부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없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CBDC 개발에 어떤 기술이 들어가느냐보다 어떤 국가가 개발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근데 미국 정부도 결과적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할 보장이 없다면 중국이든 미국이든 무슨 상관인가. 

이유 역시 앞서 말했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프라이버시를 무시한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논의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 미국이 CBDC를 개발한다고 미국 국민의 금융 프라이버시가 보호될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중국은 프라이버시가 없을 거라는 보장을 이미 하고 있다. 살 보장이 없는 게임과 죽음이 보장되는 게임 중 어떤 것을 택하겠는가.

어쩌면 디지털 프라이버시란 말은 애초부터 모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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