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arkus Spiske/Unsplash
출처=Markus Spiske/Unsplash

금리가 나날이 치솟는 가운데 펀드가 가진 개성이나 매력보다 성과가 중시되고 있다. 하지만 앤드리슨 호로위츠는 다시 한번 펀드의 ‘카리스마’에 패를 걸었다.

현재 자본 시장은 잔인한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주된 원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동여맸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 4월 초 이래로 무려 42% 하락한 테슬라(Tesla)와 같은 기술주를 포함한 ‘성장’ 혹은 ‘혁신’ 기반의 자산들은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테슬라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의 야심 찬, 때때로는 과장된 선전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현혹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벤처 캐피털 펀드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 Andreessen Horowitz)는 상상을 뛰어넘는 혁신과 리더의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시장에 큰 한 방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는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이 그 대상이다.

지난 5월24일 a16z가 위워크(Wework) 창업자이자 전 최고경영자(CEO)인 아담 뉴만(Adam Neumann)을 통해 신규 스타트업 설립에 필요한 투자액 7000만달러를 유치했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플로우카본(Flowcarbon)’이라는 블록체인 서비스에 관한 것으로 탄소 크레딧의 판매, 교환 및 추적이 주된 서비스 내용이다. 뒤이어 지난 5월26일 a16z는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투자 펀드에 450억달러를 조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소식은 완전히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사실 이번 투자 유치는 경제 상황이 지금과 같이 악화되기 이전에 이루어졌을 확률이 높다. 뉴만은 그동안 언론과 대중 선동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왔지만, 금리가 치솟고 있는 현시점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달성하지 못했다. 바로 실제적인 순수입, 즉 오랫동안 잊혔던 ‘수익’이라는 성과 지표다.

간단히 말하면, 지난 2010년 뉴만은 ‘위워크’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대공황 이후의 부동산 침체라는 특수한 상황을 활용하여, 사무용 공간을 장기 임대한 후 이를 다시 작은 유닛으로 나누어 스타트업과 하도급 업자에게 재임대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많은 비평가들은 이 같은 사업모델이 위험이 크고 장기적으로 수지가 맞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2019년 위워크가 상장에 실패하면서 비평가들의 우려는 현실화되었다. 전반적인 재정상태와 사업 부실로 인해 위워크의 기업공개(IPO)는 무산되었고, 뉴만은 CEO 자리에서 퇴출당했다. 투자자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손해를 입힌 위워크는 지난 10년간 가장 끔찍한 기업 실패로 기록됐다.

되돌아보면, 위 사건은 현재 우리가 당면한 과다부채로 인해 발생하는 붕괴의 전조에 불과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DJIA)는 코로나19 정점과 비교하여 약 14% 하락했다. 그러나 테크 산업의 몰락은 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차마스 팔리하피티야(Chamath Palihapitiya)가 이끄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의 주가는 고점 대비 70% 하락했으며, 캐시 우드(Cathie Wood)가 이끄는 ‘아크 이노베이션(ARKK Innovation)’ 펀드의 주가도 60% 하락했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Netflix) 주가는 73%, 우버(Uber) 56%, 코인베이스(Coinbase) 81%로 일제히 폭락했다.

위 회사들의 공통점은 향후 수익성이 불확실한 것들을 만드는 사업, 즉 돈을 잃거나 가까스로 수익을 내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위 회사들이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출 금리가 저렴했고 투자자들에게 더 나은 선택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전한 투자수단이 조금이나마 높은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하면서, 수익성이 낮은 성장 기반의 회사들에게 대출은 점차 어려워졌고 높은 금리가 적용되었다.

물론, 낮은 금리만이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누군가에게 자본을 계속해서 빌릴 수 있으려면 그 자본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일례로 와이차트(Ycharts)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독특한 성격은 테슬라 주가가 테슬라 실적보다 688배 높은 평가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일반적으로 20배 정도만 되어도 높다고 평가된다.

뉴만의 플로우카본은 정확히 ‘투기성 내기’로 분류할 수 있다. 탄소 크레딧을 추적하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완전히 허무맹랑한 아이디어는 아니다. 향후 10, 20년간 더욱 많은 국가들이 탄소 크레딧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확대할 것이라고 충분히 가정할 수 있으며, 적어도 겉보기에 이는 신뢰가 필요하지 않은 블록체인이 활용될 수 있는 초국가적인 사례다.

출처=Charles Koh/Unsplash​
출처=Charles Koh/Unsplash​

하지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존재하며, 탄소 크레딧 시스템이 현실화되더라도 플로우카본은 클리마다오(KlimaDAO) 같은 비슷한 프로젝트들과 경쟁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뉴만은 현재 진행 중인 프라이빗 토큰 세일을 포함한 최근의 투자 유치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무능한 스타트업 리더에 블록체인 관련 경험이 전무한 그에게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중요한 점은 투자 유치는 상당 부분 현재 자본 시장의 붕괴 규모가 드러나기 이전에 진행되었을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뉴만과 같은 카리스마형 리더가 시장 국면을 바꾸고 자산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었던 2010~2021년 시장의 법칙이 지금도 그대로 통용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상자산과 자본시장 모두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수익이 투자자들의 우선순위로 떠오르면서, 이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이야기가 되었다. a16z가 450억달러 상당의 가상자산 벤처 펀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은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아주 소수의 가상자산 회사나 프로토콜만이 ‘수익성이 있다’고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들은 자체적으로 가증권(scrip)을 발행하기 때문에,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수익’이 무엇인지 판단하기란 매우 어렵다.

아서 브라이트만(Arthur Breitman) 테조스(Tezos) 공동 설립자는 최근 블룸버그(Bloomberg)의 ‘오드 랏츠(Odd Lots)’라는 팟캐스트에서 작은 마을을 비유로 들어 이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블록체인을 마치 마을 사람들(=생태계 이용자들)이 이용하는 레스토랑처럼 내부 경제 활동이 일어나는 일종의 마을과 유사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진짜로 중요한 것은 체인 또는 서비스가 그곳에 ‘살지 않는’ 사람이나 회사들의 외부 수요를 창출하는지 여부다. 위의 비유에서 이는 ‘수출’을 의미한다.

정확히 어떤 것이 블록체인 ‘수출’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비록 몇몇 블록체인 회사들은 투기자들에게 판매되는 대형 토큰 블록을 전통적인 수입원으로 보고 있기는 하지만, 투기자들에게 판매되는 대량의 토큰이 여기에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 투기가 아니라 개인적인 수집 목적으로 구매하는 경우, 대체불가능토큰(NFT)은 이러한 블록체인 수출의 가장 쉬운 예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가상자산 회사들은 더 이상 자체적으로 돈을 찍어내는 방식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이들은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아담 뉴만이 주도하는 a16z가 이를 잘 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영어기사: 김예린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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