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디지털자산시장의 현황과 주요 이슈' 세미나에서 스테이블 코인 등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권오익 한국은행 부연구위원, 김준우 크로스앵글 대표,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동향분석실장, 김도현 미래에셋증권 경영혁신본부 본부장, 안수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민혁 금융위원회 사무관,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출처=함지현/코인데스크 코리아
24일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디지털자산시장의 현황과 주요 이슈' 세미나에서 스테이블 코인 등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권오익 한국은행 부연구위원, 김준우 크로스앵글 대표,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동향분석실장, 김도현 미래에셋증권 경영혁신본부 본부장, 안수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민혁 금융위원회 사무관,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출처=함지현/코인데스크 코리아

금융 전문가들이 이번 ‘테라·루나 사태’를 토대로 알고리듬 스테이블 코인은 ‘스테이블 코인’의 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사태로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의 '탈중앙성'이 취약성으로 드러났으며, 탈중앙화의 성격에도 책임 주체는 명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테라·루나 사태란 테라폼랩스(대표 권도형)가 개발한 알고리듬 기반 스테이블 코인 UST(테라USD)와 거버넌스·스테이킹 토큰 LUNA(테라)가 이달 초 폭락하며,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 침체를 재촉한 현상을 말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투센터 3층 불스홀에서 ‘디지털자산 시장의 현황과 주요 이슈’를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24일 자본시장연구원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함지현/코인데스크 코리아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24일 자본시장연구원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함지현/코인데스크 코리아

“알고리듬 스테이블 코인, 스테이블 코인 아냐”

금융 전문가들은 UST처럼 미국 달러 등 법정화폐를 담보로 하지 않고 알고리듬을 통해 그 가치를 유지하는 ‘알고리듬 스테이블 코인’을 스테이블 코인으로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선영 동국대 교수는 “BTC(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이 심해서 지불수단으로 부적절하다는 점을 보완하고자 스테이블 코인이 나왔고, 탈중앙화 형태의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고자 ‘알고리듬 스테이블 코인’이 출시됐다”며 등장 배경 설명을 했다.

이어 “그러나 베이시스 캐시, 엠티 달러 세트(Empty Dollar Set) 등 현재까지의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며 알고리듬 스테이블 코인의 불안정성을 지적했다.

김갑래 연구위원은 “유럽에서는 알고리듬 스테이블 코인에 ‘스테이블 코인’이란 법적 지위를 주지 않는다”며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권오익 부연구위원도 토론 발표를 통해 “스테이블 코인 범위를 안전자산을 담보로 하는 한정해야 한다”며 “스테이블 코인 발행 범위를 은행이나 예금보험공사에 가입한 업체로 한정한 미국 대통령 실무 그룹의 제안을 참고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빅테크 업체가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에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때 네트워크를 통해 결제 관련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빅테크 업체의 집중 리스크가 심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을 획일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수현 교수는 “일본은 스테이블 코인도 암호자산의 성격과 전자화폐 성격으로 구분해서 전자에는 증권성에 따라 증권법 또는 자금결제법을, 후자에는 은행에 상응하는 자격을 갖춘 곳만 발행할 수 있게 한다”며 “유럽연합(EU)도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스테이블 코인과 그렇지 않은 것을 차등화해서 규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이처럼 스테이블 코인을 서로 다른 법 체계에 따라 규율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24일 자본시장연구원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함지현/코인데스크 코리아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24일 자본시장연구원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함지현/코인데스크 코리아

"디파이의 취약성은 '탈중앙성'"

이번 테라·루나 사태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의 구조적인 취약점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박선영 교수는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을 인용해 “테라·루나 사태를 촉발시킨 사건과 이를 전파시킨 구조적 취약성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선영 교수에 따르면, UST(테라 스테이블 코인)의 '디페깅(달러와의 가치가 깨지는 현상)'은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사건이지만, 디파이 자체의 취약성인 ▲탈중앙화 ▲정보 공개 두 가지가 이번 사태를 전파시켰다.

박 교수는 “탈중앙화 특성상 모든 코드와 알고리듬, 담보물 규모까지 다 공개되는데 담보물 규모를 역산하거나, 알고리듬을 계산해서 해킹 공격을 할 수 있다”며 “탈중앙화 세계에서는 ‘뱅크 런(지급불능 사태)’을 방지하는 예금자보호 기구나 테라폼랩스 같은 업체를 구제금융할 수 있는 중앙기구가 없다. 금융안정망이 없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김갑래 연구위원은 디파이는 법적 책임 주체가 없을 것 같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디파이 네트워크에서 이익을 보는 주체가 분명히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테라 사태를 통해 (디파이 서비스와) 관련해서 이익을 보는 사람, 블록체인을 제어할 수 있을 정도의 막강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 존재한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디파이에서도) 공시 주체로서의 발행인의 범위와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연구위원은 테라 백서에 투자 위험성을 알리는 부분이 없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테라 백서는 증권 신고서와 달리 낙관적인 전망만 담고 있으며, 원문이 영어라는 점에서 언어적 장벽도 있다”며 “법적 분쟁 발생 시 그 증거 자료는 영어 원문이 될 수밖에 없는데 모호한 표현이 많다”고 짚었다.

 

"가상자산 거래소, '게이트키핑' 기능 강화해야"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게이트키핑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갑래 연구위원은 "현재도 일부 거래소에서 LUNA가 거래되는데 자본시장에서는 이는 '정리매매'에 해당한다. 그런데 가상자산 시장에는 관련 규제가 없다"며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경쟁 매매를 통한 투기적 수요가 발생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상장 승인에 대한 권한을 거래소가 아닌 금융당국에 줘야한다. 거래소에는 최소한 (가상자산) 퇴출의 기회를 주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선영 교수도 "이번 사태를 통해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도 문지기(게이트키퍼)로서 상장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함지현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아라"라는 명언을 알면서도 늘 반대로 하는 개미 투자자이자 단타의 짜릿함에 취해 장투의 묵직함을 잊곤 하는 코린이입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이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게끔 시장 이슈를 보다 빠르고 알차게 전달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투자의 대부분은 BTC(비트코인)와 ETH(이더리움)입니다. 현재 이더리움 확장성 개선 프로젝트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SOL(솔라나), ROSE(오아시스 네트워크), AVAX(아발란체), RUNE(토르체인) 등에 고등학생 한 달 용돈 수준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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