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olal Ohayon/Unsplash
출처=Solal Ohayon/Unsplash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지난 몇 주 동안 나는 UST(테라USD)를 매의 눈으로 지켜봤다. 먼저 UST가 왜 붕괴할 것인지에 대해 글을 썼다. 그리고 UST는 내가 쓴 그대로 몰락했다. 엄청난 비극이 초래됐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그의 지지자들은 이번 사건을 더 큰 성공을 위한 일종의 과속방지턱에 불과하다고 규정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미 다수의 민·형사 소송이 제기됐고, 이들은 UST를 사기로 의심하고 있다. 사기와 실패 사이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면서 사람들은 권 대표를 희대의 사기꾼,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즈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늘 나는 이 방정식의 전혀 다른 측면에 집중하고자 한다. UST 디페깅 현상의 원인에 대해 일각에서는 ‘공격,’ ‘공동 공격,’ 심지어 ‘적중 공격’ 등의 단어를 사용했다. 이런 프레임은 UST의 근본적인 건전성을 방어하려는 이들에게서 나온다. 그러나 알고리듬 스테이블 코인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이미 수년 전부터 나왔다. 

테라 페그를 무너뜨리기 위해 전략적으로 대규모 자본이 배치되었다는 관점에서 보면, UST 디페깅 현상이 부분적으로는 ‘공격’의 결과였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 단계 더 깊이 내려가면, 그 자본의 배치 아래에는 잘못된 ‘방향’이 존재한다. 이를 두고 익명의 비판자들이 ‘권도형보다 더 악의적’이라고 날을 세우는 데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블랙록(Black Rock)이나 시타델(Citadel) 같은 대형 헤지펀드 업체가 공격의 배후에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겨냥하는 지점과 다소 차이가 있다. 

이러한 방어적 소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UST의 붕괴는 진정한 실패라고 볼 수 없다. 대형은행과 월가에서 가상자산을 싫어했고, 이들의 방해로 몰락한 것이다.” 

그러나 금융 시장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일고의 대응 가치도 없다. 그 와중에 UST의 논리적 결점을 명쾌하게 지적한 트윗을 발견했다. @pitchbend라는 계정에 올라온 내용이다.

“공격은 없었다. 설계에 결함이 있으면 빨리 무너질수록 좋다. 당신이 공격이라고 부르는 것은 일종의 ‘스트레스 테스트’였을 뿐이다. 테라는 그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했다.” 

권도형 테라(Terra) 공동대표.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권도형 테라(Terra) 공동대표. 출처=김동환/코인데스크코리아

시장은 자비도 없고 악의도 없다

이보다 더 정확할 수는 없다. 위 트윗을 좀 더 확대해보면, 시장은 도덕성이 없다. 같은 맥락에서 마케팅 분야의 석학 뉴욕대학교 스캇 갤러웨이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시장은 자비도 없고, 악의도 없다. 당신의 거래자는 당신이 누구인지 상관하지 않는다. 당신이 어떤 위치(포지션)에 있는지만 알고 싶다.”

물론 예외는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과 빌 애크먼이 건강보조식품 제조업체 허벌라이프를 놓고 논쟁을 벌였을 때처럼 말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금융시장의 유일한 ‘공격자’는 누군가의 실수로부터 이익을 얻을 기회를 노리는 사람이다. 이는 공매도 대상이 콩고에서 아동 착취를 통해 생산된 다이아몬드건, 과부와 고아를 위해 만든 기금이건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저 돈 냄새가 나면 달려든다.

테라 붕괴와 가장 유사한 사례는 지난 1992년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의 파운드화 공매도 사건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조지 소로스가 영국 파운드화를 공격한 건 그가 단순히 영국을 싫어했기 때문이 아니다. 당시 그의 생각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에게 그건 별로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그가 공매도를 결정한 이유는 파운드의 재정 상태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 공매도의 잠재적 가능성, 그리고 그가 승리할 가능성. 그뿐이다.  

테라의 경우 잠재적 수익이 엄청났다. 정확한 수치는 안 나왔지만, 한 분석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발생한 수익은 약 8억달러로 추산된다. 이런 돈을 추구하기 위해 가상자산이나 테라 혹은 권도형을 싫어할 필요는 없다. 

더블록의 이고르 이감베르디에브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UST 페그 방어에 사용된 비용은 6억8250만달러에 이른다. 이러한 지출 규모는 테러의 몰락이 악의적 공격자들의 음모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무너뜨린다. 페그 공격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것, 즉 시장의 규칙을 위반한 것이라면 점프가 디페깅 현상 방지를 위해 왜 시장 메커니즘을 사용했는가?

가상자산이 주류 시장과 만나면? 주류가 이긴다

여기서 몇 가지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첫째, 가상자산을 투기로 접근하는 수많은 사람은 금융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가상자산을 둘러싼 여러 문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이 업계를 깊게 들여다본 사람들은 가상자산 기술과 생태계가 얼마나 실험적인지, 잘 알려진 프로젝트가 얼마나 자주 실패하거나 퇴색하는지 잘 알고 있다.

시장의 위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싶은 본능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동시에 애당초 가상자산의 비전은 전통적인 벤처캐피털(VC) 펀드에 기여할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 자본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개방성은 초기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부유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

그 후 이들은 가상자산 생태계를 더욱 확장하는 신생 기업과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했다. 높은 수준의 통제가 적용되는 주식 시장에서는 이 정도의 성과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두 번째 사실도 꽤 복잡하다. 블랙록과 시타델에 대한 소문은 단지 소문일 뿐이지만, 일부 대형 주류 헤지펀드가 테라 디페깅에 연루되었다는 것은 매우 그럴듯해 보인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한 양날의 검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가상자산은 주요 금융시장이 이를 의도적으로 공매도시킬 만큼 충분히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생태계로 간주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많은 공매도의 출현은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대한 의심을 거둠으로써 장기적으로 가상자산 생태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주류 금융시장이 이번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점은 가상자산의 순수했던 지난 10년이 일단락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주류 금융시장은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 수수료를 징수하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을 매우 기쁜 마음으로 해왔다. 그러나 거대 자본을 위시한 대규모 거래자가 가상자산의 허점을 이용해 이익 볼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면 시장 여건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영어기사: 최윤영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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