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hun Idota/Unsplash
출처=Shun Idota/Unsplash

이번 기사에서는 탈중앙화 시스템에서 수수료가 정해지는 방식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두 가지 블록체인을 다룰 것이다. 미국 동부 시간 기준으로 토요일 저녁, 솔라나 네트워크는 봇을 이용해 대체불가능토큰(NFT)를 발행(민팅)하려는 해커들의 스웜(swarm) 공격을 받고 7시간 동안 마비됐다.

다음 날 유가랩스(Yuga Labs)가 가상토지 NFT의 판매를 개시하면서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수수료는 치솟았고, 그 결과 NFT 매수를 희망하는 구매자들은 7만1000ETH(약 2억달러)에 달하는 수수료를 지불하기에 이르렀다.

즉 솔라나 사용자들은 무려 7시간 동안 블록체인을 아예 사용할 수 없었고, 그동안 수많은 트랜잭션과 다른 금전적 기회들을 놓쳤다. 반면 이더리움 사용자들은 유가랩스가 한창 판매를 진행할 때에도, 다른 금전적 기회들을 포기하고 큰돈을 쓸 의지만 있다면 체인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이는 블록체인의 트랜잭션 수요를 처리하는 두 가지 접근방식을 보여줬다. 하지만 두 방식 모두 바람직한 균형점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혼돈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이 있다는 것이다. 솔라나와 이더리움은 모두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이다.

솔라나 네트워크가 마비된 후 무려 11%나 급락한 솔라나 토큰의 놀라운 판매 가격도, 사실 꽤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 토큰 가격이 기술 스택의 오류와 트래픽을 처리하는 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하락했다는 사실은, 조엘 모네그로(Joel Monegro)의 ‘팻 프로토콜(fat protocols)’ 이론을 넘어서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산업 전체를 관통하는 수많은 원리원칙을 반대로 검증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10년 간 과장, 소문 등이 토큰 시장을 지배해온 것과는 다른 신선한 변화다.

 

공짜 점심은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트랜잭션 수요의 급증에 대한 두 시스템의 서로 다른 접근방식은 매우 중요하다.

두 시스템 모두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지난 한 주 동안 일어난 사건들은 디지털 결제 시스템에서 수수료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었다. 모든 블록체인의 트랜잭션 블록은 제한된 공간을 갖고 있고, 수수료는 최소한 각 블록을 악성 스팸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수수료가 없다면, 어떤 시스템이라도 별다른 이유 없이 스팸이나 악성 봇 등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이더리움은 이러한 문제를 비교적 간단한 수수료라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더리움 사용자들은 블록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수수료를 입찰한다. 메타마스크(MetaMask)에 원하는 수수료 범위를 설정하면 수수료 입찰이 시작된 것이며, 보통 낮은 수수료를 설정할수록 공간을 확보하고 검증될 때까지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시장의 트래픽이 급증하면 수수료 역시 대폭 상승할 수 있는데, 지난 일요일 유가랩스의 수수료가 거의 24달러까지 치솟은 사건보다 더 최악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와이차트(Ycharts)에 따르면 비교적 최근인 작년 겨울만 보더라도, NFT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인해 이더리움의 수수료는 몇 달 연속으로 10달러 가까이 기록했으며, 지난 5월에는 수수료가 7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솔라나는 다른 접근방식을 택하고 있다. 솔라나의 수수료 역시 높은 트래픽에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실시간의 입찰 시장이 아니라 최근에 사용된 블록 공간을 바탕으로 수수료 알고리즘이 설정되어 있다. 공급에 비해 블록 공간의 가격을 낮게 설정한 탓에 지난 토요일 네트워크가 마비되면서 이러한 접근방식은 실패로 돌아갔다.

네트워크가 승인했지만 밸리데이터가 처리해야 하는 거래량이 너무 많았고, 그 결과 포크가 빠르게 프루닝(가지치기)되지 못해 네트워크 컨센서스가 무너지고 결국 사람이 개입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출처=Pete Alexopoulos/Unsplash
출처=Pete Alexopoulos/Unsplash

눈여겨볼 점은 솔라나 마비 사태의 책임이 ‘봇’에게 돌아가긴 했지만, 실제로 악성 공격이 일어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동화된 봇들은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합리적인 경제적 주체의 사고방식에 따라 캔디 머신(Candy Machine) 댑을 통해 NFT를 민팅하려고 했다.

솔라나의 트랜잭션 수수료 부과 방식을 보면, 이러한 봇들이 솔라나 체인에 있는 수백만 개의 트랜잭션에 ‘스팸’ 공격을 가하는 것은 전적으로 합리적인 결정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캔디 머신의 개발자인 메타플렉스(Metaplex)가 댑 자체에 ‘보팅 페널티(botting penalty)’를 주겠다고 발표한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나름대로 관용적인 처사였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솔라나는 다른 모든 합법적인 블록체인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며, 단순히 댑 하나를 바꾼다고 다른 누군가가 정교한 도구를 사용해서 전체 네트워크를 마비시키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현재 솔라나의 수수료 부과 방식이 더욱 근본적인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솔라나의 수수료 구조를 바꾸는 것은 시스템 후원자(backer)들에게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다른 수많은 ‘이더리움 킬러’들처럼, 솔라나는 세컨드 체인(Second Chain)보다 더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인기를 얻었다. 현재 솔라나 홈페이지에는 ‘언제까지나 저렴한 비용. 솔라나는 뛰어난 확장성을 바탕으로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0.01달러 이하의 트랜잭션 수수료를 제공합니다’라는 홍보 문구가 쓰여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수료는 너무 인위적으로 낮게 설정된 것처럼 보인다. 작년 9월 솔라나는 트랜잭션의 급증으로 인해 지난 일요일과 유사한 시스템 마비를 겪은 바 있다. 사건 이후 개발자들은 해당 사고가 ‘사실상의 네트워크 마비’, 혹은 넓은 관점에서 트랜잭션에 대한 스팸 공격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를 남겼다. 최근 몇 달 동안 봇을 이용한 공격과 스팸으로 인해 솔라나 네트워크는 열댓 번도 넘게 마비되었다.

따라서 비록 이더리움의 수수료가 24달러, 70달러, 혹은 앞으로 더 오르더라도, 그렇게 높은 수수료가 네트워크 컨센서스를 마비시키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면 괜찮은 거래일지도 모른다.

트랜잭션 수요가 블록 공간보다 많으면 네트워크가 붕괴될 수 있지만 수수료가 낮은 체인과, 안정적이지만 예측 불가능하고 때로는 수수료가 매우 높은 체인. 당신은 두 가지 독배 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여기서 희소식은 샤딩(sharding)과 파라체인(parachain) 등 위와 같은 딜레마를 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솔루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해결책은 보어드에이프(Bored Apes)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독자적인 레이어 1 블록체인을 실행하는 것인데, 이는 이미 유가랩스의 계획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역시도 그 자체로 리스크가 큰 일종의 크로스체인 브릿지를 포함하고 있다는 단점이 있다.

영어기사: 김예린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