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사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가상자산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로 모금한 가상자산을 신뢰받는 제3자가 관리하고, 그 3자가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 따라 백서에 기재된 대로 프로젝트 팀에 지급하는 게 좋은 제도"라는 제안이 나왔다.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 회장(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은 19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새 정부 디지털자산 정책의 쟁점과 전망’ 국회 토론회에서 ‘가상자산 형사 판결 2000건에 나타난 가상자산 범죄의 경향과 특징’을 주제로 세번째 발표를 맡아 이렇게 발혔다. 발표는 이석준 서울회생법원 판사(블록체인법학회)와 함께 했다.

이정엽 회장과 이석준 판사는 2017년 4월부터 2022년 4월까지 5년간 발생한 판례 중 '코인'으로 검색된 4640건을 분석했다. 이처럼 가상자산 형사 사건 데이터를 통해 가상자산 범죄의 경향과 특징을 정리한 시도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현재 블록체인법학회 소속인 이정엽 회장, 이석준 판사, 김성인 밀양지원 판사가 공동으로 가상자산 판례 백선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4640건 중 '사기'가 들어간 사건은 2399건으로, 그 비중이 전체의 51.70%에 달했다. 형사 사건뿐 아니라 민사·행정 사건을 아우르면 그 건수는 2742건으로 늘었다.

코인, 해킹을 포함한 검색 결과는 89건(민사·행정 포함 146건), 코인·자금세탁을 포함한 검색 결과가 52건(민사·행정 포함 56건)임을 고려하면 코인 범죄 중 사기 사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코인 범죄 가운데 사기 사건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났다는 뜻이다. 

코인 사기 사건은 다른 범죄와 많이 결합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코인·사기·유사수신 포함 278건(민사·행정 포함 348건) ▲코인·사기·유사수신·방문판매(다단계) 결합 120건(민사·행정 포함 127건) 등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판례로 브이글로벌 사건이 주목을 받았다. 이 사건은 투자자가 1계정당 600만원을 브이캐시에 투자하면 최대 1800만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고 하위 투자자를 유치하면 각종 수당을 지급한다고 투자자를 속인 것으로 알려진 사건이다.

생소한 사건도 있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서 사들인 금화로 캐릭터를 구매하면 매월 5%씩 가치가 높아지고 그 캐릭터를 '아마존 코인'으로 판매할 수 있다고 속이며 피해자를 유인한 사건이다. 

사기·유사수신·방문판매법 위반 범죄는 편취 수단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됐다.

우선 원화 등 법정화폐를 빼돌리는 경우, 가상자산거래소의 코인에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유인하거나, 돈을 입금하면 그 돈으로 대신 투자해 매월 일정 금액 이상을 지급하겠다는 식으로 피해자를 속이는 경우가 가장 많았ㄷ다. 

두 번째로 가상자산을 편취하는 경우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을 보유한 사람에게 ICO를 통해 사기성 프로젝트에 투자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 회장(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이 20일 코인데스크 코리아,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희곤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한 '새 정부 디지털자산 정책의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열린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박범수/코인데스크 코리아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 회장(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이 20일 코인데스크 코리아,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희곤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한 '새 정부 디지털자산 정책의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열린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박범수/코인데스크 코리아

이정엽 회장은 "가상자산을 편취하는 범죄는 이미 가상자산에 투자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원화 편취 유형보다 강하게 규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제트가 한국에서 많이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고가 터지기 전 미리 사기성 있는 프로제트를 거를 수 있는 수단을 강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가상자산을 이용한 사기, 유사수신은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범죄유형이고 이런 유형 분석을 통해 사기, 유사수신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를 디자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인과 보이스피싱이 결합된 사건도 605건(민사·행정 포함 692건)으로 전체의 13%를 차지했다. 

​이석준 서울회생법원 판사(블록체인법학회 소속)가 20일 코인데스크 코리아,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희곤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한 '새 정부 디지털자산 정책의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열린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박범수/코인데스크 코리아
​이석준 서울회생법원 판사(블록체인법학회 소속)가 20일 코인데스크 코리아,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희곤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한 '새 정부 디지털자산 정책의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열린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박범수/코인데스크 코리아

공동발표한 이석준 판사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등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에게 실명확인 계정 이용을 의무화했는데도 보이스피싱 범행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이스피싱은 피해자에게 미치는 금전적 영향이 매우 클 뿐 아니라 일반인을 고액의 알바 명목으로 모집해 송금책으로 활용함으로써 일반인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금융실명 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도록 하는 등 그 해악이 극심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래소에 실명확인 계정 도입 조항이 강제됐는데도 이로 인해 보이스피싱이 전혀 근절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그 범행 방법과 양상이 더욱 정교해졌다"고 말했다.

이석준 판사는 "실명계정만으로는 보이스피싱 등을 막을 수 없으며, 전자금융거래법위반에 대한 단속과 금융계정 양도 금지 관련 홍보, 수사기법의 최신화 등과 보조를 맞추며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다만 "자칫 가상자산 관련 법제를 잘못 설계한다면 혁신의 물결에 뒤처질 수 있다"며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가상자산 관련 법제를 만드는 것보다 다른 나라 법제의 문제점을 보고 이를 개선하는 게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코인데스크 코리아와 국회 정무위원회 여야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회사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원하는 최대공약수를 반영해 일단 가상자산의 법적 기반이라도 마련하는 게 20대 국회의 역할이라고 보고 가상자산법 입법을 위해 국민의힘과 계속 협업하겠다"고 말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개회사에서 "소비자를 보호하되 산업 혁신의 싹을 자르지 않는 방향에서 가상자산법을 속도감 있게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국회가 산업 관계자와 소비자들 이야기를 다양하게 듣겠다"고 덧붙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시장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보니 가상자산의 의미가 뭔지, 왜 중요한지,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지를 두고 혼란이 크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다양한 논의를 통해 법과 제도를 정비해, 국민들이 공정한 시장 질서 안에서 마음 놓고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병관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축사에서 "가상자산인지 암호화폐인지 개념 정의도 이뤄지지 않았을 정도로 안정되지 않은 산업을 육성하고 보호하기 위한 법을 따로 만드는 데에 다소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스캠, 다단계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 잘 마련돼 있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인데스크 코리아,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희곤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새 정부 디지털자산 정책의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열린 국회 정책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석준 서울회생법원 판사, 김병관 국회의장 비서실장, 유신재 코인데스크 코리아 대표, 김희곤 의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병욱 의원, 황석진 동국대 교수,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변호사,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 이수환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안수현 한국경제법학회 회장, 김승주 고려대 교수,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 회장. 출처=박범수/코인데스크 코리아
코인데스크 코리아,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희곤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새 정부 디지털자산 정책의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열린 국회 정책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석준 서울회생법원 판사, 김병관 국회의장 비서실장, 유신재 코인데스크 코리아 대표, 김희곤 의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병욱 의원, 황석진 동국대 교수,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변호사,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 이수환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안수현 한국경제법학회 회장, 김승주 고려대 교수,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 회장. 출처=박범수/코인데스크 코리아

이날 토론회 좌장은 안수현 한국경제법학회 회장(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맡았다. 이정엽 부장판사, 이석준 판사 외에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주제발표를 했다.

토론에는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변호사,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이수환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참여했다.

토론회는 코인데스크 코리아코싸인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아래에서 원하는 자료를 클릭하면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 주제발표문
전체 자료집
-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발표자료 수정본

토론문 전체

함지현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아라"라는 명언을 알면서도 늘 반대로 하는 개미 투자자이자 단타의 짜릿함에 취해 장투의 묵직함을 잊곤 하는 코린이입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이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게끔 시장 이슈를 보다 빠르고 알차게 전달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투자의 대부분은 BTC(비트코인)와 ETH(이더리움)입니다. 현재 이더리움 확장성 개선 프로젝트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SOL(솔라나), ROSE(오아시스 네트워크), AVAX(아발란체), RUNE(토르체인) 등에 고등학생 한 달 용돈 수준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