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블리츠랩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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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블록체인 위크 2022' 행사가 지난 3월28일부터 30일까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Dubai)에서 열렸다. 게임파이(GameFi),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Metaverse) 웹3(Web3) 등의 분야에 관심있는 업계 관계자와 규제 기관 등이 모이는 행사였다. 

이번 행사의 가장 주요한 의제는 게임파이였다. 게임파이란 기존 게임에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와 NFT를 결합한 개념에 가깝다. 지난 2020년부터 이어진 액시 인피니티의 기록적인 성공은 크립토 산업에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Play to Earn, P2E)'는 새 카테고리를 만들어버렸고, 이제 게임파이를 통해 새로운 후발주자들이 제2의 액시 인피니티를 꿈꾸고 있다. 

현장 부스를 둘러보니 게임파이와 관련해서는 베트남 출신 프로젝트들이 많았다. 전반적으로 2017년 말 한국 크립토 시장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베트남은 동남아 지역의 주요 크립토 소비시장이자 P2E 중심지 중 하나로 꼽힌다. 부스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들과 열정이 돋보였지만 그들이 가는 방향이 정말 미래에 생존 가능한 것인지, 적합한 방향일지는 침착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과거와 비교했을때 국제 크립토 행사의 성격이 정말 다양해졌다는 것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차이점이었다. 원래 지금까지의 크립토 행사는 그 장소가 어디든 탈중앙화와 디지털 자산의 미래를 굳게 믿는, 일종의 독특한 크립토 감성이 베어 있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으로 한동안 오프라인 콘퍼런스가 열리지 않게 된 후로는 이런 분위기를 느끼기가 쉽지 않아졌다. 2021년 NFT가 유행하고 난 뒤에 열리기 시작한 크립토 행사들은 좀 더 대중적인 느낌을 준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열린 NFT NYC 행사같은 경우는 NFT를 매개로 한 문화적 축제에 가까웠다. 4월9일부터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BTC & NFT Miami' 행사도 이와 비슷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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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바이낸스 블록체인 위크 2022는 NFT NYC에 비해 좀 더 '크립토스러운' 연사들이 모여서, 보다 크립토적인 의견을 나누고 이벤트를 즐겼다. 비슷한 시기, 같은 도시에서 열렸던 'ETH Dubai' 행사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최근 둘러본 몇 개의 콘퍼런스에서 느낀 것은 이제 예전처럼 세계 어디를 가나 똑같은 크립토 행사가 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 NFT가 유행한다고 해서 모든 행사가 NFT 중심으로 끌려가지 않는다. 지역에 따라, 참가하는 사람들에 따라, 시장에 따라 크립토 행사의 성격이 다양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국제 콘퍼런스를 따라다니다 보면 크립토 시장의 규모가 과거보다 커져 있음을 자주 체감한다. 과거에는 크립토 시장에 생산자와 소비지가 어느정도 나눠져 있었지만, 이제는 그 구분도 희미해지고 있다. 유럽, 베트남, 인도 등 세계 어느 곳에서든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크립토 프로젝트들이 만들어진다. 

지역(local) 시장의 분위기도 프로젝트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모양새다. 가령 베트남 시장의 크립토 개인 투자자들은 '어떤 방법이든 돈을 버는 게 우선'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이렇다 보니 베트남 출신의 프로젝트들도 이 부분에 역량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 밖에 투자 자본이 밀집하는 규모, 설립자들의 태도나 아이디어 등에서도 지역색이 짙게 묻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이번 행사가 개최된 두바이는 UAE의 토후국 중 하나다. UAE는 총 7개의 토후국으로 이뤄져 있는데, 가장 면적이 넓은 아부다비에서 나는 막대한 석유자원(세계 6위)으로 전체 연합국과 국민들이 넉넉한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는 구조다. 그래서 경제의 많은 부분은 이주 노동자들이 담당한다. 총 1000만명 가량인 UAE 인구의 90% 남짓을 외국인이 차지한다. 실제로 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두바이 거리를 돌아다녀보면 기본적인 사회 서비스들을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필리핀계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의 전담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이런 국가적 분위기가 반영된 탓일까. 두바이는 최근 10여년 동안 경제자유구역(Free-economy zone)을 앞세워 한국의 코엑스(COEX) 같은 대형 무역 센터들을 확장하고 세계 각국에서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그러나 2년 전 코로나19 사태가 세계를 강타하면서 비지니스의 많은 영역이 비대면으로 바뀐 후부터는 상주하는 인원들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번 방문에서도 건물마다 비어있는 공실들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화려해 보이는 비즈니스 허브를 자처하지만 정작 그 안에 자국 사기업들은 의외로 많지 않은 모습이다. 있더라도 생존과 성장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풍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외국인 사업가 없이도 이 허브가 작동할 수 있을까. 넘치는 천연자원 탓에 그동안 풍족한 생활을 해왔지만, 석유 이후의 미래에 대해서는 당연히 불안함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중동 국가들의 심정이 공감되는 지점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는 최근 5000억달러(약 550조원)을 들여 100% 신재생 에너지로만 유지되는 탄소배출 제로 도시를 짓기 시작했다. 여기도 비슷한 맥락이 작용했을 것이다. 

최근 크립토 업계에서는 메타버스가 주요한 미래 키워드로 거론되고 있다. 두바이에 머무는 동안 이 곳이 바로 현실 속에 있는 하나의 메타버스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여러 차례 들었다. 멀리서 보면 중동 사막 한복판에 위치한 영락없는 이슬람 국가지만, 가까이서 보면 서구권에서 유행하는 최신 빌딩 양식들과 부르즈 칼리파 앞의 인공 호수, 콘도 미니엄 등이 눈에 들어온다. 온라인 세상에나 있을법한 이질적인 문화와 환경이 실제로 같은 공간에서 경계없이 이어진다. 이 사회와 경제 체계를 지탱하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어떤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문화적 다양성을 제공해주는 용광로(melting pot)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두바이는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는 크립토 메카(Mecca)의 지위를 얻을 수 있을까.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글로벌 거래소인 바이낸스(Binance)를 비롯해 다양한 블록체인 기업들을 데려와서 도시의 부흥을 꿈꾸는 두바이의 노력이 결실을 맺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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