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Executiu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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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은 졸탄 포자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 단기 금리 전략 헤드가 발표한 새로운 통화 질서에 관한 짧은 글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해당 글의 전문은 언뜻 보기에는 비트코인과 관련 없는 이야기 같다(나중에 더 자세히 다룰 것이다).

포자는 “제3차 브레튼우즈 체제의 탄생 – 동양의 원자재 기반 화폐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통화) 질서는 기존의 유로달러 체제를 약화시키고 서양의 인플레이션 세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내다봤다. 만약 이러한 전망이 맞다면 그 함의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이 비트코인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이미 알고 있긴 하지만, 브레튼우즈란 무엇인가?

브레튼우즈 체제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인 1944년 구축된 국제 통화 관리 체제로, 국가 간 금융 관계에 관한 규칙을 설정하였으며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및 세계무역기구(WTO)를 출범시켰다. 간단히 말하면, 브레튼우즈 체제는 각 국가의 중앙은행과 정부가 금융 분야에서 따르는 원칙을 규정한 시스템이다.

브레튼우즈 체제를 다룬 책들은 아주 많기 때문에 이번 기사가 이제까지 일어난 일들을 전부 다 설명해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기사는 적어도 어떻게 제1차 브레튼우즈에서 제2차 브레튼우즈 체제가 탄생하게 되었는지 설명해줄 것이다.

먼저 중요한 개념 하나를 이해해야 한다. '국가의 준비자산(countries’ reserves)'이라는 용어는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사용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국가의 준비자산이란 정부들이 각종 경제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종류의 통화, 증권 또는 원자재(즉, '물건')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국가의 통화가 약세라면, 외국 통화를 팔고 자국 통화를 사는 것이다. 준비자산에 '물건'이 없다면, 정부와 중앙은행은 시장에 대응할 수 없다. 국가들은 저마다 원하는 종류의 물건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할 수 있다.

제1차 브레튼우즈 체제는 미국 달러를 기축 통화로 하는 금환본위제도였으며, 금 1온스를 35달러(현재 가격보다 약 5600% 절하)로 교환할 수 있었다. 바로 여기서 “미국 달러가 금에 고정되어 있다”는 잘못된 관념이 시작된 것이다. 1971년 미국은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 통화를 변경했고, 이에 따라 달러는 큰 폭으로 변동했으며 정부의 완전한 신뢰와 신용, 더불어 막대한 군사력과 오일 달러를 등에 업게 되었다.

이로부터 미국 달러가 여전히 지배적이나 '내부 자금(inside money)'을 대체로 사용하는 제2차 브레튼우즈 체제가 탄생했다. 외부 자금은 누구의 부채도 아닌 자금인 반면, 내부 자금은 타인의 부채인 청구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자금 체제가 부채를 바탕으로 형성되었다는 뜻이다.

중국이 미국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는 내부 자금이다. 러시아가 금을 매수하기 위해 미국 달러를 판다면, 이는 외부 자금이다.

왼쪽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오른쪽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Flickr
왼쪽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오른쪽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Flickr

우리가 여태까지 살아온 체제에서는 많은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중국이 미국의 채권을 보유해 중국에 많은 빚을 지는 것이 미국인들에게 꼭 나쁜 일일까? 맞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러한 빚 역시 미국이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국채는 결국 외부 자금이다).

제2차 브레튼우즈 체제에서는 또한 국제 경제의 작동 방식이 짜증날 정도로 복잡해진다. 경제 강국들은 상대 국가의 강력한 경제 기반에 의존하면서도, 산업을 막론하고 치열하게(때로는 더러울 정도로) 경쟁한다. 이는 중국이 미국 국채 1조1000억달러를 준비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로 증명된다.

우리는 한편으로는 함께 살 수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가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비트코인은 외부 자금인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전 세계 국가들은 러시아가 보유한 준비자산의 상당 부분을 압류하는 조치를 취했다. 캐슬 아일랜드 벤처(Castle Island Venture)의 닉 카터가 말한 것과 같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에 금융 핵을 투척했다.”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를 고려할 때, 러시아를 에너지 관련 결제 시스템에서 제명하겠다는 중대한 결정이 내려졌다.

이러한 결정이 중요한 이유는 석유나 밀 등의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현재의 원자재 위기 국면에서 자국의 화폐를 강화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원자재 수출국이며, 현재 제재로 인해 러시아산 원자재는 다른 국가들의 원자재에 비해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압류 가능한 미국산 내부 자금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중국 인민은행은 '비우량(subprime)' 러시아산 원자재의 구매 자금 조달을 위해 방어적으로 미 국채를 매도할 수도 있다. 이러한 조치는 중국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권을 주는 것을 넘어 원자재 부족과 서방 국가들의 경기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

이것은 결코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다. 비록 러시아가 지난 수 년 간 미국 달러를 팔아 금(그리고 다른 물건들, 아래 차트 참조)을 사들였지만, 제2차 브레튼우즈 체제의 기반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외화, 금 보유액. 출처=러시아 중앙은행
러시아의 외화, 금 보유액. 출처=러시아 중앙은행

러시아의 스위프트(국제 은행 거래를 지원하는 결제망) 일부 퇴출을 미국의 내부 자금과 연관된 새로운 압류 위험과 결합한다면, '제3차 브레튼우즈 체제'라는 새로운 통화 체제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각국이 준비자산 보유량을 늘리면서 금이나 기타 원자재 같은 외부 자금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혹은 그러한 관심은 비트코인으로 되돌아올지도 모른다.

바로 이것이 포자가 이번 주제로 글을 기고하게 된 핵심적인 이유다. 기사 말미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 전쟁이 끝나고 나면, 돈은 절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비트코인(그 후에도 여전히 존재한다면)은 이번 사태로부터 수혜를 입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비트코인을 지지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가진 한 마디임에는 틀림없다.

영어기사: 김예린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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