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가 '내 가수' 이미지 망칠까 걱정?‥"부캐가 있잖아요"
[인터뷰] 박태순 에브리싱글모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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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선
정인선 2022년 3월12일 07:30

"위험성 짙고, 팬들이 진입하기 힘든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어비스가 업계 선두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면, 최소한 팬들을 대상으로 납득할 만한 설명을 어떤 방식으로든 제공하고,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노력들을 꼭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가수 선미가 참여한 제너레이티브 아트 대체불가능토큰(NFT) 프로젝트 '선미야클럽'을 두고 공식 팬클럽에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NFT·가상자산 사업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선미의 소속사인 어비스컴퍼니가 선미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NFT 사업에 나서는 이유를 팬들에게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BTS) 공식 팬클럽 '아미'도 지난해 말 BTS의 소속사 빅히트 뮤직의 최대주주인 하이브가 NFT 사업 진출을 선언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BoycottHybeNFT', '#ARMYsAgainstNFT'등 해시태그를 이용해 반대 운동에 나섰다. 팬들은 전기 에너지를 많이 쓰는 가상자산 채굴 산업이 평소 BTS가 노랫말 등에서 강조해 온 기후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이든, 팬들은 섣불리 NFT 사업을 펼쳤다가 '내 가수'가 그동안 쌓아 온 성과가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문제를 "본캐는 본캐대로 현실 세계에서 활동하게 하고, 디지털 세상에선 완전히 다른 '부캐'가 활동하도록 해" 해결하겠다는 팀이 있다. 클레이튼 기반 NFT 프로젝트 '레이빙고블린'을 만드는 웹3 디지털 아트 그룹 에브리싱글모먼트(ESM)다.

박태순 에브리싱글모먼트(ESM) 대표.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 코리아
박태순 에브리싱글모먼트(ESM) 대표.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 코리아

지난달 말 코인데스크 코리아와 만난 박태순 ESM 대표는 "레이빙고블린스라는 '부캐 NFT'를 통해 팬과 아티스트가 공동 창작자로 관계 맺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초 화이트리스트 대상 프라이빗 세일에 이어 12일 퍼블릭 세일을 앞둔 레이빙고블린스는 우주 외행성에 사는 상상의 외계 생명체 '고블린(도깨비)'를 토대로 한 NFT 프로젝트다. 고블린들은 음악과 예술, 우주를 중심으로 한 세계관을 가진 가상 세계 '뮤지카'에서 음원을 발표하고 공연을 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여러 음악 장르 중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이 가상자산, NFT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EDM'에서 알파벳 하나만 바꾼 'ESM'으로 지었다. 

"EDM은 다른 장르와 달리 랩톱만 있다면 한 사람이 작곡부터 프로덕션까지 혼자서 다 할 수 있어요. 그래서 EDM은 사이퍼펑크가 원하는 디지털 대전환 정신에 가장 잘 어울려요. 실제로 해외 NFT '씬'(세계)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뮤지션들은 EDM 디제이들이고요." 

출처=레이빙고블린 공식 웹사이트
출처=레이빙고블린 공식 웹사이트

유명 힙합 DJ 저스틴 블로우(3LAU)는 지난해 음악 전문 NFT 플랫폼 '로열'을 설립해 앤드리센호로위츠(a16z) 등으로부터 총 7100만달러 가량을 투자 받았다.

BTS와 협업해 국내에도 이름을 알린 DJ 스티브 아오키도 지난해 NFT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는 올 초 한 행사에서 "10년동안 번 음원 수익보다 지난해 NFT를 발행해 돈 번이 더 많다"고 말했다. 

"스티브 아오키가 최근 NFT 홀더를 위한 메타버스 공간 '아오키버스(A0KIVERSE)를 만들었어요. NFT 홀더를 등급별로 나눠서, 페스티벌에 참가할 권한을 차등적으로 나눠줬어요. 등급이 높은 홀더의 경우 본인과 곡 작업까지 할 수 있게 했고요. 그런 걸 보면서 'EDM의 장르적 특성이 NFT와 잘 맞는구나' 하는 확신이 한 번 더 들었어요." 

유명 DJ 스티브 아오키는 직접 발행한 NFT 홀더를 위한 메타버스 '아오키버스'를 만들었다. 출처=@stiveaoki/트위터
유명 DJ 스티브 아오키는 직접 발행한 NFT 홀더를 위한 메타버스 '아오키버스'를 만들었다. 출처=@stiveaoki/트위터

해외의 여러 앞선 사례에서 영감을 받은 ESM은 레이빙 고블린 홀더를 대상으로 한 '브레이킹 다운' 페스티벌을 올해 여름 개최할 계획이다. '여명을 깨운다(break dawn)'는 의미와 힙합 가사에 자주 등장하는 'break it down'의 의미를 동시에 담았다.

서울 이태원과 제주 성산 등의 클럽과 호텔에 NFT 홀더만 입장 가능한 라운지를 만들어, NFT와 음악을 결합한 경험을 선사할 계획이다. 

지난달 서울 이태원의 한 호텔 외부 전광판에 레이빙 고블린 광고 이미지가 띄워져 있다. 출처=ESM 제공
지난달 서울 이태원의 한 호텔 외부 전광판에 레이빙 고블린 광고 이미지가 띄워져 있다. 출처=ESM 제공

음악은 누가 트냐고? 고블린에 빙의한 현실 아티스트들의 '부캐'가 튼다.

"이제는 펭수 인형 옷 속에 누가 있는지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잖아요. 본캐가 궁금하지 않은 부캐가 된 거예요. 고블린도 그렇게 만들려고 열심히 연습을 시키고 있어요." 

 

1987년생, 올해 서른 다섯인 박 대표는 유년기를 인도에서 보냈다. 미국으로 대학을 진학해 경영학을 공부한 뒤, 홍콩과 중동, 한국 등에서 전문경영인, 벤처캐피털 파트너 등으로 일했다. 

박 대표는 2011년 국내 한 대기업에서 신기술 동향을 조사해 임원들에게 보고하는 일을 하던 중 가상자산을 처음 접했다. 정확히는 근거리무선통신(NFC)과 같은 모바일 결제 관련 기술을 조사하다가 비트코인을 얼핏 들어봤다. 당연히 별 관심 없이 넘겼다.

그러다가 2017년 미국 IT 매체 테크크런치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연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비탈릭 부테린이 처음 큰 무대에서 이더리움을 설파한 바로 그 행사였다.

당시 비탈릭의 이야기를 함께 들으러 가자는 친구들의 이야기에도 가지 않았던 그가 이후 가상화폐에 '완전히 온보딩' 하기까지는 6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당시 어울리던 친구들 중 가장 똑똑한 애들이 다들 이더리움을 공부해야 한다고 해서 들여다보기 시작했는데, 탈중앙화라는 아이디어가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이더리움 스마트 계약이 등장하고, 거기서 다양한 서비스가 파생되어 나오는 걸 보면서, 단순히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대중의 화폐'를 넘어 사람들이 정말 생활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들이 나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럼 음악에는 왜 꽂힌 걸까? 

"한 눈에 보기에도 제가 예술을 하는 사람같은 이미지는 아닐 거예요.

국내 대기업의 중동 법인에서 일하며 케이팝 콘서트를 연 적이 있는데, 정말 놀랐어요. 40도가 넘는 날씨에 어린 친구들이 '내 가수'를 보려고 히잡을 쓴 채 몇 시간을 기다리는 거예요.

그걸 눈으로 보고 나니까 '음악을 듣는 걸 넘어 직접 경험한다는 것 자체가 종교만큼 대단한 거구나, 앞으로도 사라지진 않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ESM은 앞으로 NFT 홀더들이 뮤지카 내에서 직접 음악을 만들고 이를 통해 좋아하는 가수와 공동 창작까지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워너뮤직코리아, 하이어뮤직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 및 소속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모색 중이다. 

"방구석 아티스트들을 밖으로 끌어내고, 팬과 아티스트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다양한 창작을 지원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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