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um Memories. Refik Anadol. 2021 / Generative Art
Quantum Memories. Refik Anadol. 2021 / Generative Art

최근 글로벌급 국제 미술 박람회인 ‘아트 두바이(Art Dubai)’가 블록체인 기반 예술을 다루는 디지털 섹션을 신설했다.

대체불가능토큰(NFT)과 제너러티브 아트(Generative Art) 분야가 이 섹션의 핵심이고, 큐레이터는 웹3 예술 프로젝트 전략가인 크리스 퍼스너(Chris Fussner)가 맡았다. 아트 두바이에서는 기존 예술가 작품 지원활동(Residency)에 추가적으로 블록체인 예술을 후원하고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한다.

단순히 NFT 장사를 하는 게 아니라 블록체인 예술가 양성을 지원한다. 크립토 아트 얘기만 나와도 여러가지 이유를 들며 경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원로 예술가들이 아직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트 두바이의 이러한 행보는 다소 이색적이다. 

그러나 문화적인 배경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가지 숨겨진 작용점이 보인다. 

우선 이슬람교권에서는 종교적인 우상 숭배를 엄격히 금지하는 문화가 있다. 같은 이유로 사람이나 동물을 그리는데 제약이 많다. 굳이 생물을 그리고 싶다면 작품 내 신체 일부에 줄을 그어 알라의 창조물을 감히 모방한 것이 아니라는 증거를 남겨야하는 식이다. 

이렇다 보니 과거부터 아라베스크 같은 식물 이미지 기반의 기하학적인 장식예술이나 아랍어 서예 같은 대체예술이 발달했다.

중동권 예술가들이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제너러티브 아트 같은 디지털 추상 이미지에 강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중동 지역에 형성되어 있는 이런 문화적 경로들은 NFT와 상당히 궁합이 잘 맞는 측면이 있다. 

아트 두바이가 위치한 아랍에미리트가 오래전부터 크립토에 상당히 호의적인 국가였다는 것도 연결점이다.

두바이 세계무역센터(DWTC)는 지난 7일(현지시간) “규제, 운영, 거래 등의 측면에서 암호화폐를 위한 완전한 구역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마땅한 국적을 찾지 못하던 세계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지난 12일 업무협약을 맺은 곳 역시 DWTC다. 파인더 리서치(Finder Research) 연구에 따르면, 이 나라 국민 중 NFT를 보유한 사람 비율은 세계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서 암호화폐 대중화가 많이 진전됐다고는 하지만, 크립토 전반에 부정적인 태도를 여전히 견지하고 있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중동 지역에서 유독 크립토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중동 나라들의 주력 상품이 여전히 석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 산업을 다각화하는 측면에서 크립토 산업 육성이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아트워크 중심의 NFT 보다는 프로필용 NFT(PFP NFT)쪽에 주목도가 쏠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중동 시장에서라면 전통적인 아트워크 NFT가 통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 지역에서 예술품을 사들이는 중동권의 부유층들이 그동안 세계의 예술품을 끌어가면서 보여줬던 사치품에 대한 고급스러운 취향과 재력 때문이다. 아트 두바이가 블록체인 예술가 작품 지원활동에 투자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겠다.

만약 국내 블록체인 업계에서 크립토 아트나 NFT를 공략하고자 한다면 중동 시장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예술가는 돈을 필요로 하고, 돈 많은 중동은 예술가를 필요로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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