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출처=픽사베이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출처=픽사베이

안태현(Tammy Ahn)은 씨티은행 아태지역 투자 전략가였으며, 싱가포르 블록체인 전문 컨설팅 회사 젠가K의 창업자이자 현재 스타트업 리서치 플랫폼인 로드스타트 공동 대표다. 

싱가포르 블록체인협회(BAS) 규제 및 컴플라이언스 분과위원회는 지난 1월27일 웨비나를 개최했다. 2022년 1월17일 싱가포르 통화청(MAS)이 발표한 ‘일반인에 대한 디지털 페이먼트토큰(DPT) 서비스 제공에 대한 가이드라인(MAS Guidelines on Provision of DPT Services to Public)’이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업계 피드백을 취합해 정책 당국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발표된 MAS 가이드라인의 주요 메시지는 두 가지이다.

첫번째는 DPT 트레이딩은 위험하고 일반 대중에게 적합하지 않으므로 DPT 사업자들은 일반 대중들에 대한 마케팅과 광고를 할 수 없으며, 제 3자 마케팅 대행사의 이용이 금지된다. 여기서 DPT 사업자는 지급결제기관, 은행, 기타 금융기관 및 현행 PSA (Payment Services Act) 라이선스 신청자도 포함하고 있다.

두번째, 증권선물법 인가를 받은 거래소가 아닌 DPT 사업자가 DPT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크립토 파생상품 (payment token derivatives, PTDs), 즉 선물이나 마진 거래와 같이 매매 차익만 현금으로 거래하는 CFD(contracts-for-differences)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MAS가 규제는 하지 않지만, 크립토 파생상품이 DPT 트레이딩보다 규제 받지 않는 편리한 대안으로 일반 대중에게 광고되는 것은 금지한다. 

이번 웨비나 패널의 모더레이터는 MAS에서 디렉터를 역임한 이후 MAS 정책 관련 자문을 하면서 블록체인 콘퍼런스에서 자주 싱가포르 규제에 관해 발표하는 니잠 이스마일(Nizam Ismail) 변호사였다. 또 싱가포르 로펌의 변호사, 거래소(업비트 싱가포르) 컴플라이언스 헤드, 레그테크 및 컴플라이언스 컨설팅 회사 대표, DPT 사업자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사뭇 성토대회 같은 분위기였던 웨비나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일반 대중에 대해 광고를 금지한 것은 지나치다. 광고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수 있는가?”

이번 가이드라인은 공공 장소(지하철, 방송, 정기간행물, 소셜 미디어, 퍼블릭 이벤트, 로드쇼 등)에서 DPT 서비스의 마케팅과 광고를 금지하였고, 제3자 웹사이트나 인플루언서 등 제 3자와 마케팅 프로모션 또한 금지하고 있다. 

또한 공공 장소에서 크립토 ATM 기계의 설치가 금지되었는데, 이번 가이드라인이 일반 대중들에게 블록체인 산업 전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과도한 조치라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도대체 DPT 회사에게 허락된 마케팅은 무엇인가?” 

자사 웹사이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자사 소셜 미디어에서 프로모션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DPT 트레이딩의 위험을 고지하지 않거나 축소하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만약 니잠 이스마일 변호사를 우리 회사 어드바이저로 모셔서 그가 우리 토큰에 대해 얘기하는 건 위반인가? 일반인이 참석하는 블록체인 콘퍼런스에서 DPT에 대해 얘기했을 때는? 이처럼 패널, 참석자들의 질문 대부분이 다양한 마케팅 프로모션의 '위반 여부'에 대해서였다. 

2018년 나온 가상자산공개(ICO) 에 대한 MAS 가이드라인은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의 소규모(사적 관계자, 12개월 이내, 500만 싱가포르달러 이하)이거나 사모 (12개월 이내, 50인 이하) 혹은 기관투자가 및 적격투자자에 대한 모집인 경우, 투자 설명서 발부 및 승인 요건이 면제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 경우 광고 규제가 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의 어드바이저가 링크드인에 남긴 메시지를, MAS는 일반 대중에 대한 마케팅으로 판단하고 모집한 투자금을 투자자들에게 반환하도록 지시한 적이 있다. 결국 더 구체적으로 가능한 마케팅 행위에 대한 명시가 필요하다.

싱가포르 머라이언. 출처=Holger Detje/pixabay
싱가포르 머라이언. 출처=Holger Detje/pixabay

“그동안 싱가포르 정부 관료들은 싱가포르를 핀테크/크립토 허브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발표된 MAS 가이드라인은 후퇴한 것 아니냐?” 

내가 처음 싱가포르에 이주했을 2011년 당시 뎅기열이 유행해 각 집에서 화분 등 물이 고이지 않게 하라는 정부의 공지사항이 엘리베이터에 붙어있었다. 며칠 후 정부 공무원이 갑자기 방문해 테라스의 화분을 확인하더니 모기알이 있다며 시정하라고 했다. 

갑자기 민간인의 집에 들이닥친 것도 당황스럽지만 일주일 후 시정조치를 했는지(즉, 물을 비웠는지) 다시 방문을 했던 일은 싱가포르의 정부의 정책과 규제가 얼마나 촘촘하고, 꼼꼼한지를 보여준다.

코인클럽 글로벌 랭킹스(Coinclub Global Rankings)는 싱가포르를 크립토 투자자 및 사업가들이 일하고 살기 가장 좋은 나라로 꼽고 있다(2등은 호주, 3등은 미국).

많은 사람들이 싱가포르를 가상자산에 친화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규제를 하지 않거나 규제 자체가 친화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대신 MAS라는 일원화된 규제기관을 가지고 있어, 여러 부처의 이해 관계에 따라 혼선이 있는 경우가 없고,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지속적으로 시장과 소통하기에 사업자의 입장에서 규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 법인을 두고 있으면서 싱가포르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에도 이 규제가 적용될 것인가?”

온라인 참가자들과 질의가 이어졌고, 나도 이 질문을 했다. 모더레이터인 니잠 이스마일과 패널들은 싱가포르인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다면 이 규제가 적용될 수 없다고 했다. 

ICO가 성행하던 2018년 싱가포르 정부가 처음 MAS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을 당시를 생각하면 싱가포르 블록체인 변호사들이나 컨설턴트들은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꼼꼼하게 모니터링하는 싱가포르 정부가 어디까지 적발하고 징계를 할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법률 및 컴플라이언스 전문가들이 과잉 처방을 했었다.(수임료를 더 받기 위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 후 2~3년이 지나면서 싱가포르 업계 전문가들은 싱가포르 정부가 글로벌 크립토 허브로서의 위상을 무너뜨릴 만큼 규제의 범위를 확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 하다.

MAS 웹사이트를 보면 MAS의 설립 목적은 “인플레이션이 아닌 지속적인 경제 성장 및 건전하고 진보적인(sound & progressive) 금융센터를 촉진하기 위함이라고 써 있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이자 금융감독기관인 MAS는 2016년 핀테크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한 이래, 2019년 샌드박스 익스프레스를 론칭했고, 다른 핀테크 기업과 함께 블록체인 기업들 또한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매년 싱가포르 핀테크 페스티벌을 개최하는데, 특히 2021 싱가포르 핀테크 페스티벌에서 MAS의 매니징 디렉터 라비 메논(Ravi Menon)은 크립토커런시(crypto currency)가 중요한 경제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국의 일반 투자자들을 보호하면서도, 글로벌 블록체인 허브로서 자리매김을 하려는 싱가포르 정부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안태현 젠가K 파트너. 출처=itbc 제공
안태현 젠가K 파트너. 출처=i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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