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데스크 코리아가 2022년 새해를 맞아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업계를 이끄는 리더들의 계획을 듣는 신년 인터뷰를 마련했다.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빗썸, 코인원, 코빗, 스트리미(고팍스 운영사) 등 거래소 외에도 벤처캐피탈(VC),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체불가능토큰(NFT), 온체인 데이터, 게임 산업 리더들도 만나본다. 

2022년은 DAO가 내러티브(서사)를 주도할 것으로 본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지난 24일 코인데스크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서준 대표는 DAO의 대중화(Mass adoption)가 이뤄지는 원년이 올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하락했지만, 하락장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기업과 사람이 더 이상 시장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떠났을 때가 하락장"이라며 "지금은 2018년과 달리 가격이 하락해도 가상자산 생태계에 기업과 사람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지난 24일 해시드 라운지에서 김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가운데 올해 가상자산 시장 전망과 관련한 내용이다. 벤처캐피탈(VC)을 주제로 한 일문일답은 다음 편에서 이어진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김서준 해시드 대표.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가상자산 시장은 내러티브 형성이 중요하다. 올해 내러티브를 주도할 가상자산 분야는 어디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DAO가 올해 내러티브를 주도할 것으로 본다. 지난해 대체불가능토큰(NFT)이 새로운 자산군으로 자리 잡으면서 내러티브를 주도했다면, 올해는 DAO가 대중화되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사실 DAO는 최근 화제가 되기 이전부터 있었던 개념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DAO 그 자체가 주목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의 DAO와 지금의 DAO에 차이점이 있다면.

"예전의 DAO는 커뮤니티 하나 붙어있고 몇몇 제안에 투표를 붙이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데 사실 토큰이라는 인센티브를 가지고 운영되는 경제 조직이 그렇게 단순한 구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기존 법인만 하더라도 회사를 굴러가게 만들기 위한 복합적인 장치들이 있다.

지금의 DAO는 옛날보다 복합적인 구조가 형성됐다. 아직 정밀한 수준은 아니지만 토큰 인센티브가 이전보다 체계적으로 변모했다. 적어도 투표 거버넌스는 투명하게 이뤄지는 DAO들이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

나는 주식회사보다 성숙하고 투명한 DAO가 나오는 원년이 올해가 될 것으로 본다.

이미 수천만원을 넘어 수조원의 자금을 투명하게 운용하는 DAO가 나오기 시작했다. 투박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사용자 경험(UX)만 개선한다면 올해 DAO에 폭발적인 유입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DAO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시선이 여전히 많다. 지속가능한 DAO의 조건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첫째로 DAO에서 개인의 ID(신원)가 더 명확해져야 한다. ID는 꼭 현실의 ID일 필요는 없다. 메타버스의 ID에도 명확성을 부여할 수 있다. 이를테면 내가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메타버스 ID를 가지고 여러 활동을 하게 될텐데, 그 활동들에 연속성을 부여하면 ID가 명확해질 수 있다.

가상자산 생태계를 예로 들면 지금은 ID가 명확하지 않은 사람끼리 모이니까 초창기 토큰 가격 오를 때만 사람이 확 모였다가, 토큰 가격이 빠지면 사람들이 탈주하는 일이 많이 일어나지 않나. 경제적인 이해관계만 있을 뿐, ID의 불명확성으로 사회 구성원 간에 신뢰가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둘째로 DAO 조직 자체가 하나의 ID 레이어가 돼야 한다. 페이스북이 하드포크하듯 갈라진다고 하더라도 갈라진 쪽으로 넘어가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미 페이스북이라는 커뮤니티에 많은 사람들이 애착을 가지고 서로 간에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시장을 사례로 들면 커뮤니티 공간에서 오는 관계성이 없다. 그렇다 보니 커뮤니티에서 이탈해도 사람들이 상실감을 느끼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DAO가 그간 나오기 어려웠던 것은 이런 현상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가격 측면에서 보자면 가상자산 시장 흐름이 좋지 않다. 올해 하락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가.

"최근 가격 하락을 하락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시장에 기업과 사람이 빠져나가면 그때가 진짜 하락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2018년 때는 하락장이 맞았다. 그때는 실제로 '탈(脫)블'을 선언하는 사람이 많았고 새로운 사람도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빅테크 기업들도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들고 블록체인 생태계 자체에도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더리움만 하더라도 현재 이더리움 2.0 로드맵을 위해 많은 개발자들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가격과 별개로 펀더멘탈은 우상향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래도 최근 거시경제의 양적긴축 기조 등에 따라 가격 하락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시장의 펀더멘털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지 않나. 

"물론 유동성 측면에서 가격 하락으로 영향을 받는 요소는 분명 있다. 가령 거시경제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가상자산 시장에 뒀던 돈을 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막 태생한) 인터넷 산업이 1998년 초를 지나고 있는데 거시경제가 조금 좋지 않다고 해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말하는 건 적절한 표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의 가상자산 산업이 인터넷 산업으로 치면 1998년 초를 지나고 있다고 본다. 2018년과 달리 가상자산 생태계의 펀더멘털 개선이 확실한 상황에서 거시경제 악재는 부수적인 요소란 얘기다."  

 

-정리하면 올해 가상자산 시장이 가격 면에서 하락할 수는 있어도, 펀더멘털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인가.

"맞다. 코인마켓캡에 등록돼 있는 코인 시가총액 다 합쳐도 애플 시가총액을 넘지 못한다. 가상자산 시장이 거품에 의해 펀더멘탈적 하락을 겪으려면 지금보다 시가총액이 100배 이상은 커져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 비트코인이 연내 1억원 간다고 했는데 고점은 그보다 조금 못 미친 8200만원 선이었다. 올해는 비트코인이 얼마까지 갈 것이라고 보는가. 

"지난해에는 미국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라는 상징성 있는 이벤트가 있었다. 이는 비트코인이 제도권의 자산군에 완전히 편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가상자산 시장에 중요한 모멘텀이 되는 사건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기반으로 비트코인 1억원을 전망했다.

그러나 올해는 가상자산 시장 전체를 봤을 때 비트코인을 주목해야 하는 해는 아닌 것 같다. 물론 시장에서 비트코인이 가지는 고유한 역할은 여전히 있지만, 가상자산 생태계에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나 NFT 등 실질적인 비즈니스 창출 사례가 너무 많아졌다.

비유하자면 우리가 경제 전반에 대한 전망을 할 때 금값 추이를 분석하는 게 핵심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올해는 비트코인 가격을 얘기하는 게 큰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그만큼 알트코인 생태계가 커졌다는 얘기다.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가.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낮게 유지되는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비트코인 도미넌스의 저하가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 과정에서 디지털 금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도 비례 관계로 가격이 오를 거라고 본다.

다만 디지털 경제라는 신산업이 성장하는 것과 디지털 금이 오르는 것은 별개로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맥락에서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낮게 유지되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김서준 대표가 꿈꾸는 가상자산 생태계의 궁극적인 모습은?

"사람들의 모든 경제 활동과 의사결정 과정이 웹3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것이 가상자산 생태계의 궁극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경제 활동에서는 플랫폼을 사용하는 개인들이 자신의 주식이 한 주도 없는 모순이 존재하고, 조직 내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못한 곳이 많다. 

이를 웹3 방식으로 바꾸면 커뮤니티의 참여자들이 주식과 의결권을 같이 확보하면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다.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에서 자신의 의견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도 있다." 

 

-올해 가상자산 생태계가 그 궁극적인 꿈의 몇 %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도 함께 말해달라. 

"궁극적인 꿈을 100%로 놓고 보면 올해 말 기준으로 5% 정도까지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전 세계 가상자산 이용자 수가 이제 2억명을 넘는다고 하지 않나. 전 세계 인구를 80억명으로 보면 아직 겨우 2.5%만이 가상자산을 이용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2억명의 사람들이 가상자산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냐는 데 있다. 내가 볼 때는 2억명 중 대다수는 중앙화 거래소에서 토큰을 매매하는 것 이상의 경험은 없다.

가상자산 생태계의 목적이 중앙화된 거래소에서 토큰 매매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이는 가상자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하나의 금융 행위 이상은 되지 못한다. 결국 가상자산 생태계의 대중화가 일어나려면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생태계 참여자들이 하나의 디지털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까지는 디파이, NFT 등을 직접 이용해본 사람이 2억명 가운데 1000만명도 되지 않을 거라고 본다. 그런데 올해는 DAO 등의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구축되면서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미 두 가지 방향으로 가상자산 생태계의 대중화는 구체화되고 있다. 

첫째로 기존 가상자산 이용자들이 가상자산 시장 바깥에 있거나 매매 이상으로 가상자산을 활용하지 않는 사람들의 온보딩을 도와주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각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UX·UI 개선 작업이 대표적 사례다.

둘째로 기존 빅테크 기업에서 웹3를 결합하려는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웹2를 이용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웹3를 경험하게 된다. 

올해 이러한 현상이 구체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가상자산을 단순 매매 수단이 아닌 커뮤니티에 효용성을 가질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인터뷰는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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