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가상자산 제도(PSA)의 현실과 오해
싱가포르 법인에서 코인을 발행한 기업을 위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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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영
박서영 2022년 1월16일 17:19
싱가포르 머라이언. 출처=Holger Detje/pixabay
싱가포르 머라이언. 출처=Holger Detje/pixabay

싱가포르 금융당국은 최근 라인, 카카오의 싱가포르 블록체인 법인을 ‘디지털 결제 토큰’ 라이선스 취득 면제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이에 대해 두 회사는 “지불결제 사업을 하지 않아 라이선스 취득 대상이 아니”라며 현재 진행 중인 블록체인 사업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한국인 변호사가 현지 제도를 풀어서 설명해드립니다.

박서영 변호사/변리사는 싱가포르 법무법인 운앤바줄(OON & BAZUL)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 싱가포르 ‘디지털 페이먼트 토큰’ 라이선스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저희는 싱가포르 국민에게는 토큰을 팔지 않고요, 한국에서만 영업을 합니다. 그러면 라이선스가 필요없다고 들었는데요?”

싱가포르에서 디지털 토큰 사업을 하려는 회사들을 상담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입니다. 싱가포르의 법률이나 규제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해줄 수 있는 변호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싱가포르 법에 대해서는 비전문가들로부터 나오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굉장히 많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초 싱가포르 통화감독청(MAS)으로부터 디지털 페이먼트 서비스 라이선스를 신청한 170건의 신청 중 오직 3건만이 승인되었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라이선스 취득에 실패한 법인들 중 일부는 ‘우리가 라이선스를 신청하긴 했지만, 취득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하에 스스로 취득을 포기했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우선은 정말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더라도 국내에서 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면 라이선스 취득이 필요없는지에 대해서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출처=라인, 카카오
출처=라인, 카카오


2. 한국에서만 사업하는 싱가포르 법인도 라이선스가 필요한가요?

지불서비스법(PSA, Payment Services Act 2019) 제5조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페이먼트 서비스를 영위하는 법인은 해당 서비스에 필요한 라이선스를 취득하거나, 또는 이와 관련된 라이선스의 취득을 면제받아야 합니다. 

이 조항은 ‘싱가포르가 아닌 나라에서 사업을 영위한다면 라이선스가 필요없다’고 읽혀질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MAS는 PSA와 관련한 공식질의응답(FAQs on the Payment Services Act 31 March 2021, Question 13)에서 “어떠한 회사가 ‘싱가포르에서’ 페이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되는지”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답변하고 있습니다

(1) 법인이 싱가포르에 물리적인 소재지를 두고 페이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거나, 또는 
(2) 법인이 주로 싱가포르에 상주하는 직원과 함께 페이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즉, 싱가포르에서 법인을 설립하고 디지털 토큰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한국 고객을 대상으로만 토큰을 발행하더라도 PSA에 따른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는 것을 MAS가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PSA라이선스와 관련하여 MAS의 제재 조치가 내려진 적이 거의 없습니다. PSA 자체가 시행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법이고, MAS는 PSA 시행 후 오랜 기간 동안 라이선스 취득을 유예해주었으며, 그리고 한국 등 외국에서만 사업을 진행하는 법인의 경우 현실적으로 사업 진행 여부 자체를 감독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감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라이선스의 취득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싱가포르에 설립된 법인이 PSA의 적용 대상이 되는 디지털 토큰을 발행하는 한, 언제든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음에 유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단지 지금까지는 실제로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뿐이죠.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출처=픽사베이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출처=픽사베이

3. 그렇다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토큰을 발행하면 반드시 라이선스가 필요한가요?

PSA 제6조에서는, ‘디지털 페이먼트 토큰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법인은 관련된 라이선스를 취득하거나, 그 취득을 면제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 ‘디지털 페이먼트 토큰 서비스’가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PSA의 First Schedule에서 
(a) 디지털 페이먼트 토큰의 거래와 관련된 서비스, 또는 
(b) 디지털 페이먼트 토큰의 거래를 돕는 서비스
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PSA의 First Schedule에 따라 라이선스의 요구사항에서 면제되는 유일한 디지털 페이먼트 토큰 서비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중앙은행 또는 금융 기관에 의해 다루어지는 중앙은행 디지털 페이먼트 토큰(Central Bank Digital Payment Token)을 거래하거나 그 교환을 보조하는 서비스; 또는
(2) 제한된 목적의 디지털 페이먼트 토큰을 취급하거나 교환을 보조하는 서비스.
이 때 ‘제한된 목적’이란 대표적으로 고객에 대한 비금전적인 보상 또는 마일리지, 게임머니 등으로서, 
(a) 발행자에 의해 환수되거나, 금전으로 교환되지 않으며 
(b) 오직 발행자 또는 발행자가 지정한 판매자가 제공한 상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지불 목적으로(간단히 말해 마일리지라면 마일리지 결제 상품의 구입에만 사용되어야 하며, 게임머니라면 게임 내의 아이템 구입 등에만 사용되어야 합니다)만 사용될 것을 의미합니다.  

신현성(왼쪽), 권도형 테라 공동창업자는 싱가포르 법인 테라폼랩스를 통해 LUNA(테라)를 발행했다. 출처=테라 제공
신현성(왼쪽), 권도형 테라 공동창업자는 싱가포르 법인 테라폼랩스를 통해 LUNA(테라)를 발행했다. 출처=테라 제공


4. 아니 그럼 대체 그렇지 않은 토큰이 어디있어요?

아마도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그럼 한국에서 발행을 준비하는 토큰들은 대부분 다 PSA에서 정하는 라이선스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니냐’ 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입니다. 지금 발행되고 있는 토큰들의 상당수는 증권형 토큰인 경우 Capital Market Services(CMS) 라이선스를 필요로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PSA에서 정하는 라이선스를 필요로 합니다. 싱가포르 국내에서 판매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말이죠.

현재 싱가포르에 설립된 많은 법인들이 이러한 라이선스 취득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편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적어도 현재까지는 감독기관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편법들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편법은 결국 편법일 뿐입니다. 싱가포르에서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디지털 토큰 사업을 운영하시기 위해서는 결국 라이선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 항상 유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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