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룰, 가상자산사업자, 개인지갑
[한서희의 로우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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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희
한서희 2022년 1월16일 12:19
자금이동규칙. 출처=Markus Spiske/Pexels
자금이동규칙. 출처=Markus Spiske/Pexels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의 트래블룰(자금이동규칙) 시행일은 2022년 3월25일이다. 금융위원회는 아직 세부 지침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금법 가상자산 관련 규정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의 관련 부분을 근거로 제정한 것이다. FATF 규정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FATF는 2021년 10월 '가상자산과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최신 지침(Updated-Guidance-VA-VASP)'을 발표했다. 권고 16조(Recommendation16)가 트래블룰을 규정하고 있다. 182항은 송금을 담당하는 가상자산사업자(VASP·원문엔 originator)는 다음의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a. 보내는 사람의 정확한 전체 이름

b. 보내는 사람의 지갑주소(wallet address of the VA)

c. 보내는 사람의 물리적 주소 또는 국가에서 부여한 신원정보 또는 생년월일. 이때 주소는 KYC(고객신원확인) 절차에서 실제 주소임이 확인된 것이어야 함

d. 받는 사람의 이름. 이 이름과 관련하여 주문하는 기관에서 이를 판별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지만 STR(의심거래보고)과 sanction screenig(제재)의 관점에서 검토를 거친 것이어야 함

e. 받는 사람의 지갑주소

 

트래블룰은 FATF가 부과한 의무지만 아직 대부분의 국가에선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4월7일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 '가상자산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관리·감독(Supervising cryptoassets for anti-money laundering)'을 보자.

이 보고서는 “많은 국가에서 규정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솔루션이 개발될 때까지 사업자들이 트래블룰을 부과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또 조사에 참여한 한 국가의 관계자는 “기술 솔루션이 일반적으로 수용되지 않거나 상호 운용되지 않을 경우 트래블룰 준수가 여전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대부분 국가는 아직 기술 솔루션을 개발하지 못해 트래블룰을 제대로 이행하기 어렵다고 한다.

 

유럽이 그렇다. 2021년 10월1일 독일은 가상자산 이전 조례 (Kryptowertetransferverordnung, KryptoWTransferV)를 발효했다. 조례의 목표는 신용·금융 기관(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CASP)이 수행하는 가상자산 전송에 대해 강화된 고객 실사 요구를 부과해 자금 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 행위를 막는 것이다(조례 § 1).

조례는 유럽연합(EU) 규정 2015/847(전신 송금 규정)에 따라 지불 서비스 제공자에게 부과되는 의무를 가상자산 전송에도 확대 적용한 것이다.

조례는 사업자가 자금 세탁 및 테러 자금 조달 위험을 평가하고 이러한 위험을 관리·완화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거래 참여자의 이름과 주소를 수집·저장·확인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4).

다만 상당한 유예기간을 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아직 관련 기술을 개발하지 않은 경우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조례의 요구 사항 전부 또는 일부를 이행할 수 없다면 당사자는 2021년 11월30일까지 독일 연방 금융 감독청(Bundesanstalt für Finanzdienstleistungsaufsicht·BaFin)에 그 사실을 알려야 했다.

이때 사업자는 최대 24개월까지 연기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사업자는 기술적 장애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한다. 또 자금 세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대신 어떤 조치를 달리 취하고 있는지 명시해야 한다(§ 5).

또 최근 유럽에선 FATF의 가상자산 개정 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가상자산과 펀드의 전송 정보 제공에 대한 유럽연합 규칙(REGULATION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n information accompanying transfers of funds and certain crypto-assets)’을 제안했다.

이 규칙 개정안엔 트래블룰 권고 16조 관련 내용이 있는데 2024년까지 개정이 이뤄진다.

 

싱가포르는 2020년부터 관련 규칙(Notice PSN02 Section 13)을 통해 트래블룰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거래소 간 거래에 대해서만 트래블룰을 적용한다. 거래소와 개인의 거래에는 원칙적으로 트래블룰을 적용하지 않는다.

 

‍미국도 아직 트래블룰을 강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국(핀센·FinCEN)이 2020년 12월23일에 제안한 규칙(입법안)이 있다.

그에 따르면, 거래소 이용자가 자신의 계정에서 개인지갑(Unhosted Wallet)으로 전송하거나 그 지갑에서 이용자의 거래소 계정으로의 전송 자체를 금지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다만 앞으로 가상자산사업자는 서비스 이용자가 (상대방) 개인지갑으로 가상자산을 전송하거나 그로부터 가상자산을 전송받을 경우 (상대방이 아니라) 서비스 이용자의 거래 해쉬값과 이름 등 신원 정보를 보관할 의무를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the proposed rule would cause banks and MSBs to generate reports containing the transaction hash and identity of persons holding wallets engaging with unhosted or otherwise covered wallets engaging in transactions across multiple financial institution).

 

한국 규제 당국은 아직 트래블룰을 상세하게 확정하진 않았다. 다만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개인지갑으로 전송을 금지하면 가상자산 활용은 크게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

어떤 가상자산을 유틸리티 코인(특정 네트워크에서 사용하기 위해 발행한 가상자산)으로 활용하려면 다른 인가된 플랫폼(또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지갑으로 전송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지갑 전송도 가능해야 한다.

만일 거래소 간 전송만 허용한다면 그 가상자산은 투자자산에 불과하게 된다. 그러나 가상자산은 태생적으로 블록체인 위 댑(Dapp·탈중앙 분산 애플리케이션)에서의 활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아직까지 유용한 댑이 많진 않다. 그래도 대체불가능토큰(NFT)과 플레이투언(P2E) 게임과 관련해 여러 종류가 나오고 있다.

 

대부분 국가들은 이처럼 트래블룰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와 개인지갑 거래에 트래블룰을 적용해 금지하는 국가도 없다. 또 FATF 권고도 송신자가 수신자 지갑 소유자를 검증(verify)할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한국이 3월에 트래블룰을 시행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국만 나서서 규제를 적용하면 산업을 규제에 억지로 끼워맞추는 결과가 벌어질 수 있다. 트래블룰 제도를 정밀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산업이 황폐해질 수 있다.

트래블룰을 구현할 기술이 충분하게 발전했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충분한 기술 발전을 확신하기 전이라면 적어도 개인지갑과 거래소간 거래에 대해서는 트래블룰 적용을 유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서희 파트너 변호사는 법무법인 바른의 4차산업혁명대응팀에서 블록체인, 암호화폐, 인공지능(AI) 등을 맡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자문위원이다.
한서희 파트너 변호사는 법무법인 바른의 4차산업혁명대응팀에서 블록체인, 암호화폐, 인공지능(AI) 등을 맡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자문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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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기사 2022-01-17 18:40:43
설명과 설득의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네요.

Kim Eileen 2022-01-17 12:47:45
금융당국이 트래블룰의 적용 대상과 적용 범위 등에 대한 해석을 내 놓을 필요가 있는것 같네요.

황 보라 2022-01-17 11:35:49
개인지갑 사용 차단은 사유자산의 통제와 다를 것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