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행 고팍스 대표. 출처=스트리미 제공
이준행 고팍스 대표. 출처=스트리미 제공

코인데스크 코리아가 2022년 새해를 맞아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업계를 이끄는 리더들의 계획을 듣는 신년인터뷰를 마련했다.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빗썸, 코인원, 코빗, 스트리미(고팍스 운영사) 등 거래소 외에도 벤처캐피탈(VC),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체불가능토큰(NFT), 게임 산업 리더들도 만나본다. 

"올해 1분기 원화(KRW) 마켓 재개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전북은행 등과도 다시 논의하고 있고요. 원화마켓을 다시 열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겠습니다."

이준행 스트리미(고팍스 운영사) 대표는 "올해는 지난해와 별 다를 바 없는 나날"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새해가 됐다고 해서 거창한 포부를 내세우지 않고, 지금까지 그래왔듯 꾸준히 노력하겠다는 의미다. 

스트리미는 지난 2015년 문을 연 이후 7년 동안 수많은 좌절을 겪었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2016년 비트코인(BTC)을 활용한 해외 송금 서비스 스트림와이어를 내놓고 홍콩에서 송금 라이선스까지 땄으나, 중국 정부가 가상자산과 관련된 법인 계정을 동결하는 규제를 내놓자 사업을 접어야 했다. 

스트리미는 2017년 11월 거래소 고팍스를 출시했다. 신한은행의 내부 심사를 통과하며 실명계정 발급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또 시련이 닥쳤다. 2018년 초 정부가 강도 높은 규제를 발표하자 신한은행이 실명계정 신규 발급을 중단한 것이다. 고팍스는 이때 실명계정을 확보하지 못했다.

2018년 중소기업벤처부가 가상자산 거래소를 벤처기업 업종에서 제외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고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마감일인 9월24일 전북은행과의 실명계정 계약 논의가 막판에 엎어졌다.

이준행 고팍스 대표. 출처=스트리미 제공
이준행 고팍스 대표. 출처=스트리미 제공

-2021년은 고팍스에게 아쉬운 해였을 것 같다.

"아쉽지만 동기 부여가 되는 해였다. 

지난해는 전북은행을 포함해 은행 실사를 4곳이나 받았고, 평가 점수도 나쁘지 않았다. 고팍스는 명분이나 역사에서나 원화 입출금 실명계정을 받지 못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자금세탁방지(AML) 평가도 좋았고, 해킹당한 전적도 없었고 누가 봐도 법의 취지에 맞게 거래소를 운영했다. 그런데 막판에 계약이 무산됐다. 

2019년 '한국에서 고팍스처럼 망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게 떠올랐다. 남들이 하는 대로 하지 않은 게 문제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원화마켓 중단 소식을 알린 후 응원 메시지뿐 아니라 손편지까지 받자 사명감이 생겼다. 정부가 정한 원화마켓 종료일(9월17일)보다 일주일 늦게 원화마켓을 종료한 만큼 소송이 몇 백개 들어오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던 때였다. (이용자들이) 우리가 하는 시도들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주는 것 같았다. 이런 이유로 동기부여가 많이 된 한 해였다."

-올해 원화마켓 재개는 기대해도 되나? 전북은행도 다시 가능성이 있는지?

"전북은행 등과 (원화 실명계정 관련해서) 다시 논의를 하고 있다. 1분기, 늦어도 상반기 안으로는 원화마켓 재개를 기대하고 있다."

-한동안 원화마켓을 중단했던 것 때문에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과 거래량 격차가 상당히 벌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좁히기 위한 대안이 있나.  

"원화마켓을 재개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 (격차를 줄이기 위한) 기가 막힌 아이디어, 차별화 이런 건 기대하지 않는다. 

2017년도 말에 시작해서 온갖 악조건을 헤쳐왔다. 그동안 원화 계정을 사수하는 게 힘들었고,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가 아닌 거래소로 (업계의) 프레임이 잡히다보니 마케팅도 어렵고, 실명계정이 없으니 투자를 받기도 어려웠다. 

계속 그래왔던 것처럼 어떤 특별한 전략 없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 고객이나 커뮤니티에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을 계속 이어가겠다.”  
 

-아직도 해외 사업 계획이 있나?

"자체 커스터디(수탁) 솔루션 '다스크(DASK)'를 해외 업체에 제공하고 있다(고팍스는 2018년 다스크를 출시했다). 다스크는 고팍스에 가상자산을 예치할 때 쓰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커스터디 프로세스를 총괄하는 개념이다. 커브(Curv)에서 제공하는 커스터디 서비스와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커스터디 관련해서 특별히 영업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불(BULL)·베어(BEAR)' 토큰*의 거래 지원을 종료했다. 올해 불·베어 토큰을 다시 상장하거나 유사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 있나

(*고팍스는 2020년 4월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을 추종하는 '불(BULL)토큰'과 '베어(BEAR)토큰'을 상장했다. 이후 2021년 9월 초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앞두고  불·베어 토큰 총 26종을 상장폐지했다.
·베어 토큰은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을 추종하는 토큰으로, 가상자산 가격이 1배 오르거나 내리면 각각 세 배까지 수익을 낼 수 있다. 불·베어 토큰은 알라메다 리서치가 만든 토큰을 고팍스가 상장만한 것. 따라서 가상자산을 활용한 파생결합상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전혀 없다. 2020년에 차별화 시도를 위해 상장했는데, 시장 변동성이 심한 상황에서 위험성이 높은 상품이라고 느꼈다. 이용자들도 잘 모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 컨설팅을 받으면서 거래 지원을 종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불·베어 토큰이 파생결합상품은 아니어서 법적인 문제는 없었지만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 내리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고팍스를 대표하는 상품으로는 예치 서비스 '고파이(GoFi)'*가 있는데 성과가 어떤지 궁금하다.
(고팍스는 2020년 12월 가상자산 예치 상품 '고파이'를 출시했다. 미국 디지털커런시그룹(DCG)의 장외거래 전문기업 제네시스와 제휴를 맺고, 제네시스의 머니마켓 서비스를 ‘고파이’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고파이에) 상시 예치된 금액은 5300억원에 달한다. 고파이 출시 이후 지난해 말까지 1년 동안 누적된 금액은 2조원을 넘어섰다. 예상보다 이용자들이 신뢰를 많이 보내주고 있다. 예치 상품 이외의 다른 디파이(탈중앙화금융, DeFi) 서비스도 선보이고 싶다." 

-자금이동규칙(트래블룰, Travel Rule) 시행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준비는 잘 되고 있나.

"코드(CODE)와 람다256의 솔루션 둘 다 열심히 쓰면서 안전하게 출금할 수 있는 범위를 최대한 늘리겠다."

-트래블룰 적용 시 어려운 점은 없었나

"국가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은행들이 판단해 규칙을 만들다보니 (코인원의 화이트리스트 제도와 같은) 조치들이 나온 것 같다. 과도기에는 (실명계정을 발급한) 은행에 따라 상이한 출금 기준으로 운영하다가 국제기구의 가이드라인이나 해외 솔루션들이 하나 둘 나오면서 보편적인 룰이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

-올해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키워드는? 

"'탈중앙화자율조직(DAO)'이다.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가치를 지닌 디지털 자산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그곳들이 자연스럽게 DAO를 만들어내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자금조달 방식이라고 본다.

이전의 암호화폐공개(ICO)와는 다르다. ICO의 프로젝트 재단은 법인과 성격이 유사했지만, DAO는 불특정 다수가 자발적으로 만든 공동체다. DAO와 같은 디지털 경제 공동체가 사람들의 인식에 쉽게 박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 코인데스크 코리아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BTC(비트코인), ETH(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는데, 아직도 그 포트폴리오를 유지 중인가.

"전체 포트폴리오의 95%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다. 다만, 매매를 하지 않고 보유만 하고 있다. 비트코인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긴 한데, 최근 이더리움 비중도 늘었다. 이더리움이 일종의 플랫폼이 되면서 가격도 더 안정적이라고 느꼈다. 비트코인의 몇 년 전 과거를 보는 것 같다. 기관들이 2021년에 이더리움에 보낸 관심이 2018년에 비트코인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지난해 말부터 비트코인이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 현상을 어떻게 보는가.

"지금은 다지기 구간이라고 생각한다. (요새의 횡보세는) 이전 사이클과는 다른 느낌이다. 비트코인이 4년마다 반복한 사이클을 탈피한 것 같다. 비트코인 가격이 밑을 다지면서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본다."

-비트코인이 지난해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었다. 이제 안전자산이 됐다고 볼 수 있을까

"가격이 안정적으로 됐다. 다만, 안전자산은 아니다. '모험적인 안전자산'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안전자산이 되고 싶은 위험자산이라는 의미다." 

-2022년을 맞아 포부가 있다면?

"올해는 기대와 성원에 보답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이용자, 언론, 직원들에게 고마운 게 많았다. 이처럼 받은 게 있으면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화마켓도 빨리 재개하고 서비스도 많이 보강하고자 한다."

함지현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아라"라는 명언을 알면서도 늘 반대로 하는 개미 투자자이자 단타의 짜릿함에 취해 장투의 묵직함을 잊곤 하는 코린이입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이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게끔 시장 이슈를 보다 빠르고 알차게 전달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투자의 대부분은 BTC(비트코인)와 ETH(이더리움)입니다. 현재 이더리움 확장성 개선 프로젝트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SOL(솔라나), ROSE(오아시스 네트워크), AVAX(아발란체), RUNE(토르체인) 등에 고등학생 한 달 용돈 수준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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