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허위 거래, 이 판례가 판단 기준
미니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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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전지성 2022년 1월9일 09:39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출처=대법원 홈페이지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출처=대법원 홈페이지

가상자산 거래소 임직원이 디지털 거래 시스템을 운영할 때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선을 넘으면 범죄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는 2020년 8월 27일 거래소 코미드 사건 확정 판결로 그 선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그었다. 코미드 대표 최모 씨에겐 징역 3년을 확정했다.

최 씨 등은 디지털 거래 시스템에 5개 이상의 차명 계정을 조작해서 만들고 전산 조작을 통해 애초에 없는 원화나 코인을 가짜로 채워 넣은 혐의(사기, 사전자기록등위작) 등으로 기소됐다.

이렇게 해서 실제로 고객들이 가상자산 거래를 하는 것처럼 꾸몄고 다른 이용자들이 거래소에 원화나 코인을 입금하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코미드 판례는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임직원의 사기, 사전자기록위작 등 사건(2020노367)에도 판단 기준이 된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이승련 엄상필 심담)는 2021년 12월 22일 두나무 사건 항소심 재판을 1년만에 재개하면서 코미드 판례를 언급했다.

두나무 변호인은 그러나 두 사건이 구체적 사실관계가 달라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다투고 있기 때문에 코미드 판례 적용 여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코미드, 허위 가상자산 거래 최초 형사 판례”

 

코미드 판례의 쟁점은 두 가지(판결문엔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임직원이 거래소의 디지털 시스템에 접근 권한이 있다고 해도 시스템에 없는 데이터(원화나 코인)를 있는 것처럼 꾸미거나 사실과 다르게 바꾸면 ‘형법 제232조의2’ ‘위작(위조의 디지털 개념)’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거래소 임직원이 거래소 디지털 시스템 접근 권한을 가지고 시스템 데이터를 위조한 결과, 거래소나 투자자들에게 아무런 손해가 생기지 않았다고 해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전합은 대한민국 법원의 최고 재판 기구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이 모두 참여한다. 대법원이 인권, 노동, 환경, 정치, 사회, 경제의 뜨거운 쟁점과 논란에 원칙과 기준을 명확하게 세울 때 전합을 구성한다.

코미드 전합 판단은 특별한 사정만 없다면 앞으로 뒤집히지 않는다. 전합은 원칙이고 기준이기 때문이다. 판결문은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웹페이지에서 사건번호(2019도11294)만으로 검색할 수 있다. 비슷한 사건들도 코미드 판례 때문에 앞으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출처=Bermix Studio/ Unsplash
출처=Bermix Studio/ Unsplash

“디지털 매체 범죄 처벌 범위 넓혀”

 

대법원은 코미드 사건을 확정하면서 몇 가지 개념을 명확하게 정리했다. 읽어보면 당연해 보이는 내용도 있지만 이 당연한 정의가 없었기 때문에 비슷한 사건들도 유무죄가 엇갈렸다.

이를 이미 위에서 두 가지 쟁점으로 요약했다. 판결문은 이를 네 가지로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 가운데 '4) 디지털 매체 ‘위작’ 개념 확립'은 특히 새롭다. 이 개념 때문에 대법원이 디지털 매체 범죄의 형사처벌 범위를 넓혔다고 평가받고 있다.

네 가지 쟁점을 풀어 쓰면 아래와 같다.

1) 디지털 정보 허위 입력

우선 디지털 거래 시스템(판결문엔 ‘전자기록에 관한 시스템’)에 허위 정보를 입력하는 행위를 간결하게 정의했다.

이는 거래소 임직원이 거래 시스템에 입력한 정보(허위 원화나 코인)가 사실과 달라서 이용자들을 결과적으로 속이게 되는 경우(그 전자기록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를 말한다.

거래소가 허위 계정에 기록한 원화나 코인을 실제로 보유했는지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 다른 이용자들이 속은 사실을 몰랐거나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해도 상관 없다.

은행이나 증권사가 내가 입금한 돈을 내 계좌에 넣지 않고 은행이나 증권사 법인 계좌에 보관하면 문제가 되는데 그것과 이치가 같다.

2)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

대법원은 거래소 임직원들이 허위 계정의 허위 정보로 자신들을 실제 이용자처럼 속여서 다른 이용자들과 거래하면 그 자체로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 있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자기 거래소나 다른 이용자에게 손해가 벌어지지 않아도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임직원이 인사 불만 탓에 악의를 품고 거래 시스템을 망가뜨리거나 고장내는 행위와는 다르다.

허위 계정에 허위 정보를 입력해서 거래 시스템을 운영하면 결과적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방해되기 때문에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출처=대법원 홈페이지
출처=대법원 홈페이지

3) 거래소 임직원과 거래소는 별개다

거래소 자체와 거래소의 대주주·대표·임직원은 별개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거래소 임직원을 “권한을 위임 받아 그 업무를 실행하는 사람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거래소 임직원은 거래소 운영 주체지만 자기 거래소에 허위 정보를 입력해서 허위 거래를 벌이면 타인이나 다른 법인에 피해를 입히는 것과 같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사실 이건 익숙하다. 대기업 대표나 임직원이 자기 법인에 손해를 끼치면 배임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 그것과 구조가 같다. 그러나 가상자산 산업과 시장이 새롭고 가상자산 거래소가 새로운 종류의 법인이라 정리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4) 디지털 매체 ‘위작’ 개념 확립

위의 세 가지 쟁점을 종합해서 디지털 매체 ‘위작’ 개념을 새롭게 확립했다. 간단히 말하면 디지털 매체 위작 혐의를 문서 위조와 달리 보기 시작해서 형사처벌을 피할 여지를 줄였다.

이 판단 때문에 코미드 판례가 디지털 매체 범죄의 형사처벌 범위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법원은 코미드 사건에서 거래 시스템 접근 권한을 가진 임직원이 시스템을 위·변조한 경우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았다. 앞으론 이게 기준이다.

대법원(다수의견)은 “거래 시스템(전산망 시스템) 구축과 설치·운영엔 고도의 기술성·전문성·신뢰성이 필요해 허위 전자기록(허위 원화, 코인)을 작성한 경우엔 처벌 필요성이 문서 위조보다 훨씬 더 크다”고 밝혔다.

또 “거래소 임직원이 거래 시스템 접근 권한을 남용해 허위 정보를 입력하는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과학기술 발전과 시대적·사회적 변화에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그렇다고 해서 처벌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문서위조와 디지털 매체 위작은 다르다"

 

이전까진 달랐다. 문서 위조 혐의와 디지털 매체 위작 혐의를 대체로 비슷하게 다뤘다.

문서 위조 혐의는 그 문서를 다룰 권한이 없는 사람이 위조할 때(유형위조)에만 대체로 처벌했다.

그 문서를 다룰 권한이 있는 사람이 위조하는 경우(무형위조)는 선별적으로 처벌했다.

코미드 판례로 디지털 매체에 대해선 무형위조도 형사처벌 대상이 됐다.

 

"디지털 매체 '위작' 개념, 치열한 다툼"

 

이 쟁점을 두고 대법관들 전원이 치열하게 다퉈서 소수 의견도 나왔다. 판결 당시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 노태악 대법관(5명)은 소수 의견을 내고 디지털 매체 ‘위작’ 혐의를 문서 위조와 달리 봐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소수 의견 대법관들은 ‘위작’이란 (전자기록의 생성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거래 시스템에 정보를 입력하는 경우(유형위조)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래소 임직원은 거래 시스템 접근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위작은 문서의 무형위조처럼 다뤄야 한다는 뜻이다. 이 주장이 다수 의견으로 인정됐다면 거래소 임직원들이 거래 시스템을 건드렸다 해도 형사처벌을 피할 여지가 생긴다.

재판 현장에선 대체로 코미드 판례를 존중하는 분위기다. 형사 판사들은 “코미드 판례는 가상자산 거래소 범죄 외에도 널리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요즘은 디지털 매체의 정보를 위·변조하면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디지털 관련 사업자들이 내부 디지털 시스템을 운용할 때 극도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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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 2022-01-10 17:36:37
편의를 이용하여 조작이나 하고.. 이게 바로 짜고 치는 고스톱인가? ~ 제대로 된 처벌을 해라 ! 고작 3년이 뭐니..

피드백 2022-01-10 15:02:02
이것이 바로 세상 물정이다, 나쁜 짓 했으면 대가를 받는다, 하지만 돈이 있으면 권력을 매수할 수도 있겠지, 퉥~

쉴드 2022-01-10 14:40:02
없비트는? 조용하게 논란 덮어져 나가는 건가?

kiki 2022-01-10 12:32:59
그래서 업비트 심판은.......

김 걸 2022-01-10 12:30:22
소비자에게 허위사실을 알리는건 분명히 범죄이니 좋은 례로 남을수 있을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