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대체불가능토큰(NFT), 대체 어떤 사람들이, 왜 사는 거야?" 3년여 전 NFT를 처음 취재할 때부터 지금까지 주변으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복잡한 지갑 주소 뒤에 있는 NFT 컬렉터의 정체, 저도 궁금합니다. 그래서 만나봅니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어떤 NFT를 사고 있는지 직접 만나서 듣다 보면 언젠가 'NFT 컬렉터 지도'도 그릴 수 있지 않을까요?

남중구 변호사(사법고시 37기)는 지난해 10월 이종범 만화가가 웹툰 '닥터프로스트' 완결을 기념해 발행한 '팀프로스트' NFT를 0.355이더리움(당시 약 147만원)에 낙찰 받았다.

낙찰자의 정체를 궁금해하기도 잠시, 오픈시 프로필에 힌트가 있었다. 

'lawyer and bitcoiner.' 

오픈시 계정으로 미뤄봤을 때 그의 성은 '남'씨. 그리고 변호사. 그리하여 디지털리유어스 안에서 그는 '남변'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경매 종료 며칠 뒤, '남변'이 직접 디지털리유어스로 연락을 해 왔다. 이메일을 한 통도 아니고 두 통이나 보냈다.

변호사답게(?) NFT 낙찰자에게 어떤 권리가 이전되는 것인지 묻는 메일이 한 통, 이종범 작가에 대한 깊은 팬심을 대신 전해 달라는 인사를 담은 메일이 한 통이었다.

덕분에 드러난 '남변'의 정체는 법무법인 인헌을 운영하는 남중구 변호사. 디지털리유어스는 지난 11월 말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남변'은 사무실 한켠에 크게 인쇄해서 걸어 둔 '팀프로스트' 그림을 가장 먼저 보여줬다. 

 

이종범 만화가가 웹툰 '닥터 프로스트' 완결을 기념해 진행한 '팀프로스트' NFT 경매의 최종 낙찰자는 남중구 법무법인 인헌 대표변호사였다. 그는 사무실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팀프로스트' 그림을 크게 인쇄해 걸어 뒀다.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 코리아
이종범 만화가가 웹툰 '닥터 프로스트' 완결을 기념해 진행한 '팀프로스트' NFT 경매의 최종 낙찰자는 남중구 법무법인 인헌 대표변호사였다. 그는 사무실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팀프로스트' 그림을 크게 인쇄해 걸어 뒀다.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 코리아

아래는 '남변'과의 인터뷰 전문. 

- 오픈시 프로필에 '변호사'와 함께 '비트코이너'라고도 써 뒀는데?

=워낙 대학생 때부터 주식 투자를 했다. 그 덕에 자연스럽게 비트코인이란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망하겠지' 하고 있었는데 안 망하더라.

2017년 8월 즈음, 400만원 정도일 때 장기 차트가 아주 예쁘길래 조금 샀다. 그게 2400만원 가는 것까지 봤는데, 보고만 있다가 박 모 전 장관님 덕분에 다 잃었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 4년 전 '비트코인 900만원 돌파'를 기념해 글을 올린 게 떴다. 그 때 갖고 있을 걸...

-주식 투자는 언제, 어떻게 시작했나?

=대학교 3학년이던 1999년부터 했다. 당시 삼성증권이 홈트레이딩서비스(HTS)를 만들었는데 이를 굴려 볼 사람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300만원씩을 줄 테니 6개월간 거래를 해 보게 했다. 

친구 셋이 모여 한 팀을 이뤄 100만원씩 가지고 거래를 했다. 사법고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직전이었는데, 20% 손실을 봤다. 그래도 수중에 80만원은 남은 거다.

그때부터 투자에 빠져서 20년간 트레이딩을 했다. 처음에는 우연히 시작했지만 덕분에 공부를 많이 했다. 고시생 때에도 용돈에서 몇십만원을 떼어서 조금씩 넣었다. 오히려 변호사가 되고 나니 시간이 없어서 예전만큼은 투자를 못 했다. 

남중구 법무법인 인헌 변호사가 최근 구입한 한 예술 작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 코리아
남중구 법무법인 인헌 변호사가 최근 구입한 한 예술 작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 코리아

그러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선물 옵션 계좌 중에서도 옵션 매수 전용 계좌라는 게 있었다. 파생시장을 활성화시킨다고 예치금 제한 없이 매수만 할 수 있도록 한 거였다. 옵션 값이 정말 하루에도 몇 십배씩 움직이던 시절이었다.

한 번은 풋옵션이 이틀 연속 상한가를 친 적이 있다. 그러면 싼 종목 기준으로는 천 배 수익이 나는 거다. 나는 그 때 세 배 정도를 먹고 빠졌는데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했다.

항상 단타 위주로 투자를 하다보니 지금까지도 수익률은 그리 좋지 않다. 그래도 주식 등 투자를 하면서 <화폐전쟁>같은 경제 관련 책들을 찾아 읽고 하다보니까 어느 정도 보이는 게 있더라. 

-비트코인이 왜 잘 될거라고 보나?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비트코인의 단 하나의 문제는 살아남느냐 뿐이다. 해킹이 불가능하지 않나.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 네트워크 효과만 생긴다면, 비트코인은 그 자체로 무너지지 않는 속성을 갖고 있다고 봤다. 아니면 그냥 게임 머니로 남는 거고.

그런데 이제는 그 '절대 무너지지 않는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 미국이 가상자산 (선물) 기반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지 않았나.

그렇다고 또 많이 사지는 못하겠다. 지금 비트코인 하나에 벤츠 이클래스 한 대 가격이 넘으니까. 

-다른 암호화폐는 어떻게 보나? 이더리움도 많이 갖고 있나?

=이더리움(에 투자할지 말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고 싶다. 

-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종류가 완전히 다르니까.

비트코인이 부동산, 즉 필수적인 것이라면, 그 이외의 가상자산은 다 기업, 건물, 시스템 등과 같은 거다. 근데 이런 것들은 다 바뀔 수 있다. 국가도 바뀌고, 조직도 바뀌고, 건물도 새로 짓는다. 

그 중 어떤 게 살아남을지 모르는 거다. 비트코인 이하는 전부 벤처 투자라고 본다.

-최근 주목하고 있는 다른 가상자산은 없나? 

=요즘은 솔라나에 주목하고 있다. 이더리움 킬러가 되지 않을까? 사실 이더리움도 지금 본인들이 욕하던 비트코인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비트코인이 안전한 건 알겠는데, 너무 비싸고 느리다. 이래서 사람들이 접근이나 할 수 있겠냐"는 인식이 과거 있었는데, 지금 이더리움이 딱 그렇다. 수수료도 너무 비싸고. 그런데 그동안 쌓인 인지도와 안정성이 있으니 지금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다. 

성능만 놓고 본다면 이더리움은 이제 솔라나와 '잽'이 안 된다. 아마 그래서 이더리움도 이제는 '가치 보전'이라는 컨셉으로 넘어가려 하는 것 같다. 런던 하드포크의 의미가 "우리도 이제 '건전한 화폐(sound money)'야, 이제 사도 돼" 하는 것 아닌가. 

 

남중구 법무법인 인헌 변호사.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 코리아
남중구 법무법인 인헌 변호사.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 코리아

-이종범 작가 '닥터프로스트' NFT는 왜 샀나?

=마지막 화가 올라올 때 즈음에 NFT 관련 공지가 나온 걸 보고 '어, 이거 대박이다' 하고 사기로 했다. 11시에 오픈하자마자 바로 샀다. 그런데 그 뒤로 아무도 안 사더라. 그래서 생각했다. '아, 망했구나...' 

경매 종료 직전에 누가 0.2이더에 입찰을 올렸길래 '아, 이 정도인가...' 했다. 그리고 예의상 0.3이더로 올려서 산 거다. 당시 0.3이더가 150만원 정도였는데, 그 정도 가치는 있다고 봤다.

-그럼 투자 목적은 아닌 건가? 

=사실 150만원짜리 예술품을 사면서 '이게 나중에 몇 배가 될까' 생각하진 않는다. 미술 시장은 그런 시장이 아니다. 투자 목적이었다면 NFT 예술품이 아니라 디지털 컬렉터블 종류 NFT를 샀겠지. 

낯뜨거운 이야기이지만, '닥터프로스트'는 정말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그런 작품의 NFT라면 하나 갖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강했다. 

-'닥터프로스트'의 어떤 점에 매료됐나?

=시즌1부터 쭉 보면서 아주 좋아했다. 기본적으로 인간 심리에 관한 내용인데, 그게 아주 재미있게 극으로 잘 풀려 있다. 예전부터 인간 심리에 관심이 많아 관련 소설이나 책 등을 여럿 봤는데, 웹툰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잘 표현 돼 있다고 봤다.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기 자신이나 남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게 있어서 계속 봤다. 에피소드식 스토리 전개 방식 덕분에 읽는 데 부담이 안 된다는 점도 좋았다. 

특히 세월호 사건에 대해 다룬 에피소드에서 감동을 되게 많이 받았다. 누군가는 세월호 사건을 정쟁에 이용하지만, 닥터프로스트는 그보다는 당사자들의 상처에 집중했다. 사실 당시 (유가족뿐 아니라) 전 국민이 상처를 입은 건데, 그 상처가 어디에서 온 거고, 그게 어떻게 풀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정말 잘 표현해 주셔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사실 어느 정도 어른이 되면 자기 나라, 한국 사회에 대해 다들 관심이 있다. 관심을 가지면 갈증이 생기게 되고. 그 갈증을 뉴스로 플 수도 있지만, 이종범 작가는 웹툰을 통해 그걸 적시에 잘 만져주는 게 좋았다. 

나는 또 작화도 중요하게 보는 편인데, '닥터프로스트'는 작화 또한 훌륭하다. 

이종범 작가에 대해서는···이번에 NFT를 사면서 찾아봤는데 웹툰 작가 치고 잘 생기셨더라(웃음). 작가를 좋아해서 작품을 보기보다, 작품이 좋으면 보는 편이라서 이전엔 잘 몰랐다. 

-오픈시 계정의 컬렉션을 보니 이전에도 다른 NFT를 구매한 이력이 있던데?

=NFT에 관심이 많아서 몇 개 사 보자는 생각으로 마음에 드는 시리즈를 좀 샀다. 그런데 다 '폭망' 했다. 

오픈시에서 산 것들 외에도 솔라나 계열에서 가장 유명한 '디제너레이티브에이프클럽'과 '솔펑크'를 하나씩 샀다. 

-NFT를 살 때 기준이 있나?

=NFT 시장은 미술 시장과 비슷하다. 유명한 것들만 그나마 재판매가 된다. 

그런데 디지털 수집품 유형의 NFT엔 미술과 코인의 성질이 결합돼 있다. 바닥 가격에는 언제든 팔 수 있다. 그래서 인기가 좋다고 본다. 

그게 아닌 단독 NFT는 그냥 기도하는 마음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코인은 90% 손실을 보고서라도 팔 수 있는데, NFT는 물리면 팔 수도 없다. 그래서 애초에 나중에 유동화 해야 하는 돈으로는 NFT를 안 산다. 그나마 컬렉터블만 사는 거지. 

디제너레이티브에이프클럽과 솔펑크 모두 한창 비트코인 가격이 많이 오를 때 풍족한 마음으로 샀던 것들이다. 나중에 비트코인 값이 폭락하면서 마음이 급해진 바람에 모두 손해 보고 팔았다. 그래도 솔라나가 그 사이에 많이 올라서 다행이다.

'닥터프로스트'는 이종범 작가가 10년 후에 10배 가치로 만들어준다고 했으니까 그걸 믿고 샀다. 

-NFT를 두고 '봉이 김선달 대동강 물 파는 것'이라고 안 좋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인식의 근원에는 크립토 시장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다. 오프라인에 원화가 존재하는 경우라면 실물을 누구나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반면 가상자산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중요한 면은, 가치를 보관하는 실물을 온라인 상에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이 점을 이해한다면 사실 (NFT를 이해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모양도 똑같고, 심지어 데이터 파일의 내용도 같더라도, NFT라는 인증서가 있고 없고는 천지차이라는 걸 이해한다면 NFT의 가치를 받아들이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라고 본다. 

-NFT 인기가 앞으로도 계속 될거라고 보나? 

=NFT는 몰라도 적어도 크립토 세계는 이제 인터넷이랑 똑같다. 앞으로 더 커질 일만 남았다. 더 많은 사람이 이해할 시간만 남은 거다. 


애초 한시간 정도를 생각한 만남은 예정에 없던 점심 식사로까지 두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소위 '방언'이 터진 사람을 직접 보면 이런 기분일까 생각이 들었다.

"이 동네(법조계)에 있으면 가상자산 이야기 나눌 사람이 워낙 없어서요. (웃음)" 

알고보니 남중구 변호사는 주변에 가상자산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어서, 가상자산을 비롯한 돈 이야기를 전문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까지 팠을 정도로 이 판에 '진심'이었다.

기자가 아직 주식과 코인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자, 남 변호사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 중 아래 영상을 꼭 보라고 당부했다. 

*이 콘텐츠는 '디지털리유어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리유어스는 다양한 NFT 아트를 이야기합니다.

정인선 한겨레신문 정인선 기자입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년여간 코인데스크 코리아에서 블록체인, 가상자산, NFT를 취재했습니다. 일하지 않는 날엔 달리기와 요가를 합니다. 소량의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클레이(KLAY), 솔라나(SOL), 샌드(SAND), 페이코인(PCI)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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