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ohamed Nohassi/Unsplash
출처=Mohamed Nohassi/Unsplash

가상자산에 대해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은 것 같은데 업계에 계속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올해 가상자산 시장이 호황을 맞이하면서 종종 들었던 말이다. 가상자산을 취재하는 기자니까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니까 속내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실제로 나는 올해 대유행 중인 대체불가능토큰(NFT) 열풍에도 부정적으로 접근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이 기능적인 부분에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Social Impact)을 미치는 측면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인 A씨로부터 가상자산을 접한 지난 2017년 1월에는 가상자산 자체를 '한탕' 하기에 좋은 수단으로만 인식했다. 

그럼에도 내가 가상자산 시장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곳엔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조금 여유가 생긴 2017년 여름, 나는 가상자산 시장의 밝은 미래를 확신하는 A씨의 강력한 요청에 딱 한 번만 가상자산 스터디 모임에 참석해보기로 했다.

이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뭉쳐서 블록체인 기반 사회관계망(SNS) 사이트 스팀잇에 만든 탈중앙조직(DAO)이 킵잇(Keepit)이었다. 공부한 내용을 스팀잇에 올려서 블록체인 생태계에 기여하고 보상도 얻어보자는 취지였다. 나는 이미 가상자산에 대한 학습이 완료된 기존 구성원들을 따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킵잇에 합류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작은 DAO가 내일을 만들어 낼 힘은커녕 당장 유의미한 보상조차 창출하기 어려울 거라고 봤다. 다만 가상자산을 공부해보니 평소 내가 관심을 가졌던 역사, 경제, 테크와 같은 분야가 동시에 자극되는 즐거움이 있었고, 구성원이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판단이 서서 활동을 계속했다.

기적은 얼마 지나지 않은 2017년 겨울 무렵 일어났다. 글 하나를 쓰면 수십만원 상당의 가상자산이 보상으로 주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아가 그 가상자산을 모은 킵잇 내 구성원이 말라위 현지 대학생의 스팀잇 글을 추천해서 역으로 보상을 주는 일이 생겨나기도 했다. 

개인의 보상은 물론 가지고 있는 가상자산의 일부만 가지고 글을 추천해도 말라위 대학생에게는 큰 돈이 된다는 사실을 경험하면서 나는 가상자산으로 내일을 꿈꿀 수 있었다. 

물론 오래 지나지 않아 스팀잇은 지속가능한 DAO를 유지하는 데 실패하면서 생태계에 금이 가고 말았다.

하지만 무너진 자리에 새로운 공간이 끊임없이 생겨나면서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일들이 가상자산 시장에는 유독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지난해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가 그랬고, 올해 NFT와 P2E(Play to Earn)가 그랬다. 

요즘 청년 세대를 두고 희망이 없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사회 대부분의 공간이 이미 완성된 상황에서 청년들이 자기 힘으로 새로운 내일을 개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세대라는 수식어가 이를 입증한다. 

그런 측면에서 가상자산은 여전히 개선해나가야 할 점이 많고 불확실한 것 투성이지만, 삶의 원동력인 희망이 가장 강하게 발현되는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내일을 꿈꾸는 이들이 블록체인이라는 공간 안에서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에 대한 궁금증. 그것이 내가 가상자산 시장에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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