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XPO 2021.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DAXPO 2021.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위드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15~16일 양일간 부산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박람회(DAXPO) 2021행사에 참여했다. 아무런 홍보 부스가 없었던 DAXPO는 오롯이 콘퍼런스에 집중하면서 행사가 주려는 메시지를 곱씹을 수 있는 자리였다.

최근 블록체인 행사장에서 '밋업방 방장입니다'라고 소개하면 '밋업방'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블록체인 행사를 캘린더에 넣어 두고 매일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그 사람들이 뭉쳐서 행사 내용을 정리하던 과거도 코로나와 함께 사라진거다. 

그 과거가 완전히 돌아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오랜만에 그때 그 느낌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에 속하지 않은 '개미 투자자'의 입장에서 DAXPO가 어땠는지를 전해주고 싶다. 모든 세션을 듣지는 못했는데, 인상 깊었던 몇 가지 위주로 소회를 남기려고 한다.

왼쪽부터 조정희 변호사, 이해붕 두나무 투자자보호센터장, 백명훈 스트리미 이사.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왼쪽부터 조정희 변호사, 이해붕 두나무 투자자보호센터장, 백명훈 스트리미 이사.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투자자 보호, 투자자가 알아야 할 것과 그 한계

첫날 오후 진행된 다양한 대담 중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방안' 주제는 단연 손꼽힐만 하다.

증권 관련 규정도 모르고 코인 투자를 시작한 사람 중 하나로서, 증권에서 말하는 '자기책임투자의 원칙인 정보에 입각한 투자 철학'이라는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

투기는 브로커에게 돈을 벌어주는 행동이고 투자가 자기 돈을 버는 행동이라면 투자는 곧 금융수익 약속을 사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 때 나에게 약속을 걸어오는 이가 누구인지, 어떤 약속을 하는 것인지, 약속대로 이행이 되는지 살피고 진짜로 그렇게 된 지를 제3의 독립 기관도 감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한다.

투자 환경을 좀먹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고 종종 이와 관련한 문제를 지적하는 입장임에도 이미 기성 시장에 이런 큰 틀이 있고 바탕으로 규제가 조성될 수 있다는 무지함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규제에 대한 좋은 건의는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에 대한 학습 없이는 나올 수 없을 것임을 실감하게 된다. 또 행사에서 언급된 대로 외국에서 우선시하는 규제 편입 흐름에 '투자 교육'과 '공시와 같은 정보제공'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점, 앞으로도 많은 관련 논의가 오갈 것임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또 '투자자 교육은 결국 자기주도 학습이어야 된다'는 이야기는 많은 논쟁거리를 남길 것 같다. 사실상 이 의견은 정부의 입장과 비슷할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바로 다음 세션의 웁살라시큐리티 발표는 '과연 무지한 피해자가 자기주도 학습만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를 보여줬다. 

패트릭 김(김형우) 웁살라시큐리티 대표.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패트릭 김(김형우) 웁살라시큐리티 대표.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개인적으로 웁살라시큐리티의 의견에 공감한다. 나는 올 8월 2개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문제를 칼럼으로 지적했다. 이후 산더미 같은 반박을 받아 들어야 했고, 투자자로서 재반박도 애매했다.

얼마 전에는 코인 유통량 논란이 난 프로젝트의 지갑을 분석해서 글을 썼다. 이를 두고 거래소 공지로 반박 입장도 올라왔다. '시장 교란을 목적으로 허위 선동을 하는 채널에 밋업방이 속하는 것 같은지'까지 돌아봐야 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세밀하게 살피고 문제를 인식하고 의혹을 깊이 고찰하는 투자자도 '모든 자료를 까 보지 않으면' 확언하기 어려운 어느 지점이 존재한다. 투자자가 거래소의 데이터나 팀이 가진 주요 사실관계 모든 것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한계 속에서 의혹을 말하기에 불리해지고, 입지가 좁아지고, 법적 대응 불사 같은 답변을 받기 쉬운 위험에 늘 처한다. 

과연 투자자가 자기주도 학습을 한다 해서 의혹 이상의 명확성을 갖고 시장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분위기일까? 업계는 조금 더 투자자의 입장에서 어려움에 대한 공감과 사실 규명 의지를 갖춰야 할 것이다.

그 외 첫날 짚어볼 포인트

'커스터디, 기관 진입의 필수 조건' 대담에서는 개인 투자자는 잘 모를 수 있는 '법인, 기관 투자자는 커스터디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하는 이유' 정리가 인상적이었다.

개인은 코인을 거래소나 개인 지갑에 넣어 놓는 등 재량대로 자산 관리가 가능하지만, 법인은 자유로운 활용이 어렵고 투자 규모가 커 '안전하고 투명한 관리'의 필요성이 압도적으로 커진다.

또 커스터디는 은행의 예금과 비슷한 것이라 개인 투자자가 거래소에서 투자에 임하는 패턴과 달리 '보관만 하는 역할'을 메인으로 수행한다는 점, 커스터디가 단순한 보관에서 한 단계 진일보하면 자금 운용사가 붙어 운용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자본시장법의 수탁사와 운용사 분리 지시가 가상자산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의 내용이 나왔다.

전체적으로 금융권의 노련하고 준비된 주장이 돋보이는, 훌륭한 대담이었다.

끝으로 한국은행의 'CBDC의 현재와 미래' 발표도 CBDC는 '코인 호재'라는 무한 낙관론을 가진 이들에게 생각해 볼거리를 던진다.

특히 CBDC 아이디어가 102년 전인 1919년 독일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실현하는 가상의 화폐로써 처음 등장한 그런 내용은 대부분 투자자는 모를 내용이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0년대 초반 이미 보고서를 통해 '정부와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에 개입하면 익명성과 개인정보 보호를 침해'한다고 했고, 미국이 '빅브라더'가 되는 현상을 경계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는 설명도 흥미로웠다.

주로 CBDC가 일으킬 수 있는 부정적 시나리오에 집중하면서 '한국은 연구만 하지 당장 시작할 주제가 아니'라는 의견은 많은 반박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사회 현상의 양면을 생각해 보고 따져 보는 힘이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시선이 주는 시사점도 무시할 수 없다. 긍정론으로 마냥 덮기에는 톺아볼 주제라 느껴진다.

김태권 디지털리유어스 편집장.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김태권 디지털리유어스 편집장.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NFT가 세상을 파고들 힘

둘째 날은 최근 가장 핫한 주제인 대체불가능 토큰(NFT)을 전면적으로 다루었다. 지난 몇 년간 죽다 살아난 코인 투자자로서, 평소 긍정적 이슈에 매혹되기보다는 부정적 이슈에 조심성을 갖자는 생각을 먼저 하는 편이다.

NFT에서 이어지는 러그풀, 내재가치 확보 전에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NFT-디파이, 신종 사기, 무분별한 복제 프로젝트 난립, 특히 NFT 말만 하면 떡상하는 주가와 같은 여러 현상을 보고 있자면, NFT가 자리 잡기 전에 이루어지는 이른 화제성에 대한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NFT 시장이 어떻게 순수하게 커질 동력을 갖고, 시장 미래를 긍정적으로 볼 이유가 생기는지 대한 생각을 여러 지식재산권(IP) 보유자에게 들으면서 '이런 면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볼 기회를 얻은 것이 둘째 날의 소득이다.

먼저 첫 순서였던 '미술사에서 컬렉터의 지위와 NFT' 발표가 강하게 시선을 잡아끌었다.

파비올라 초상을 단순히 수집하는 걸로 전시회를 하는 현대 미술가, 무려 고대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 있었던 현대 미술 같은 '미술품 가챠 뽑기' 사례, 그림에 여기저기 낙관을 찍어대며 컬렉터의 흔적을 무시무시하게 남겼던 과거 사례를 중심으로, '현재 NFT 아트의 특성은 예술의 본령, 특히 인간의 본성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 NFT 아트가 잘 될 이유라는 내용이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왼쪽부터 김민지 아트앤테크 커뮤니케이터,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이정봉 서울옥션블루 대표, 이대형 에이치존 디렉터, 이정인 아트토큰 CSO.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왼쪽부터 김민지 아트앤테크 커뮤니케이터,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이정봉 서울옥션블루 대표, 이대형 에이치존 디렉터, 이정인 아트토큰 CSO.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그 뒤 다양한 IP 보유자의 NFT에 대한 견해도 이어졌다. 어떻게 이런 섭외를 했을까 생각이 드는 다양한 사람들이 의견을 설파했다. 도대체 NFT에 왜 끌리고 이 많은 사람이 왜 NFT 관련 사업을 하려고 뛰어드는지가 요즘 계속 고민하고 궁금해하던 부분이었다. 

'전통 미술 산업과 NFT' 대담에서는 전통 미술 관점을 다뤘다. 단순히 영세 미술가에게 새로운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고 막연히 생각하던 것을 넘어섰다. NFT 시장을 가만히 지켜보면 기존 시장의 커뮤니티나 작가의 움직임은 아주 다르지 않았다. 미술과 문화에 대한 재화로써 NFT가 사용된다는 점은 처음 등장한 콘셉트가 아닌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왼쪽부터 권혁주 교수, 김형석 작곡가, 천재용 대표, 찰스 장 작가, 미스터 미상 작가.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왼쪽부터 권혁주 교수, 김형석 작곡가, 천재용 대표, 찰스 장 작가, 미스터 미상 작가.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NFT와 디지털 아트' 대담에 출연한 김형석 작곡가는 "NFT는 국가 경계가 없고 지갑만 있기에 시장 확장성이 훌륭하고, 곡의 코드와 같은 설계도의 형태로 접목되는 등 다양하게 엮일 수 있는 기술인 점"을 언급했다.

'블록체인과 NFT가 다시 쓰는 게임의 새질서' 대담에 등장한 NFT뱅크 김민수 대표는 YGG 코파운더 개비의 발언인 'NFT 게임은 금융화된 게임이다'를 인용했다. 즉 금융으로 접근하는 게이트로써 금융을 재미있게 하는 자리에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또 조직 구성, 새로운 메커니즘의 개발 및 발견과 같은 '밍글링' 행위를 금전과 결부시킴으로써 새로운 창의력을 발산하게끔 하는 NFT의 독특함이 시장 잠재력의 이유라는 것이다.

주재범 픽셀아트 작가.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주재범 픽셀아트 작가.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전체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콘퍼런스

이해도가 높은 전문적인 발표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DAXPO 같은 콘퍼런스는 한국에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부 어젠다에 옥의 티가 존재하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챙길 것이 많은 행사의 정석을 보여줬다. DAXPO와 함께 부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또 행사 내용이 자세히 공유되면서, 현장에 있지 않았던 코인 투자자 커뮤니티도 '콘퍼런스란 어떤 것이고 무슨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가'를 생각할 기회를 얻게 되기를 바란다. 
 

스존은 '블록체인 밋업 정보교류방'의 방장이다. 밋업을 다니고 코인을 투자하며 느끼는 부분들을 블로그에 적던 것이 소소하게 인기를 끌었다. 특기를 살려, 칼럼을 쓰기로 했다. '비트 1억 갑니다, 풀매수 하시죠' 같은 식상한 이야기보다는 투자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업계 인사이트에 대한 공감과 비판을, 전세계에서 개최하는 블록체인 행사를 바탕으로 이야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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