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지(KLAYG) 차트. 출처=빅원 거래소 캡처
클레이지(KLAYG) 차트. 출처=빅원 거래소 캡처

13일 아침 또 하나의 사기 의혹이 불거졌다. 빅원(bigOne)이라는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클레이게임즈(KLAYG)'라는 토큰이 전날 683달러에서 36달러로 94% 폭락한 것이다. 현재 KLAYG를 살 것을 종용하던 커뮤니티 방장들이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 중 일부는 토큰 명칭의 'KLAY'만 보고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와 관련이 있다고 오인해 뛰어 들었다. 2018년 카카오뱅크 이미지를 도용하고, 백서에 그라운드X 대표를 최고경영자(CEO)로 기재했던 '카카오 네트워크 코인(KON)' 스캠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피해가 확산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수익 인증이었다. 가상자산 투자로 200억원을 벌어들인 치과의사라고 소개한 인물이 KLAYG가 유망하다고 홍보했기 때문이다.

수익 인증 사진은 사기 사건의 주요 미끼로 활용되곤 한다. '얼마를 벌었다'는 말에 신빙성을 더해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로 받아 들여져서다.

하지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수익률을 조작할 수 있다.

  1. 가상자산 거래소 앱에서 매수 평균가를 수정한다
  2. 포토샵으로 수익률을 고쳐 넣는다
  3. 개발자도구를 활용해 웹사이트의 숫자를 바꿔준다

여기서 1번과 2번은 눈썰미가 좋으면 금방 잡아낼 수 있다.

문제는 3번이다. 방법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데다, 사진에는 조작 정황이 남지 않는 만큼 다른 사람을 속이기도 쉽다.

크롬 등 브라우저에서 수익률 공개 페이지에 접속하고 단축키(F12)를 눌러 개발자 도구 창을 열어준다. 이후 HTML 코드 화면에서 수익률 숫자만 다시 입력하면 된다. 

개발자 도구를 이용해 조작한 기자의 수익률. 출처=함지현/코인데스크 코리아
개발자 도구를 이용해 조작한 기자의 수익률. 출처=함지현/코인데스크 코리아

정상적인 거래소라면 송수신된 데이터를 토대로 금방 수익률을 원래대로 고쳐놓는다. 사기꾼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오프라인 상태에서 작업하면 수익률이 원상복구되지 않는다. 애초 거래소 자체가 가짜 웹사이트라면 입력한 그대로가 수익률로 잡히니 조작하기가 더 용이하다.

수익 인증 사진으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사건은 수차례 있어 왔다. 다른 사람이 돈을 벌어들일 때 자기만 그렇지 못했다는 포모(FOMO) 심리가 강하게 작용해서다. 이럴 때를 대비해 이것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개발자 출신이 아닌 기자조차도 개발자 도구를 활용해 수익률 8000%로 둔갑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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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현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아라"라는 명언을 알면서도 늘 반대로 하는 개미 투자자이자 단타의 짜릿함에 취해 장투의 묵직함을 잊곤 하는 코린이입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이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게끔 시장 이슈를 보다 빠르고 알차게 전달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투자의 대부분은 BTC(비트코인)와 ETH(이더리움)입니다. 현재 이더리움 확장성 개선 프로젝트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SOL(솔라나), ROSE(오아시스 네트워크), AVAX(아발란체), RUNE(토르체인) 등에 고등학생 한 달 용돈 수준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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