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14일(미국시간)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암호화폐 규제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미국 상원 은행·주택·도시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개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출처=미국 상원 은행·주택·도시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전 기사에서는 장기적으로 실행 가능한 디파이(탈중앙화금융, DeFi) 프로토콜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도전과제를 다루었다.

디파이 세계에는 블록체인으로 표상되는 자산 거래에서 중개자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이러한 중개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규제당국을 대신하여 단속조치를 시행해왔다.

즉, 앞으로 시행될 디파이 규제는 현재의 증권 및 금융 규제와 내용과 방식 면에서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발상의 전환이 실제로 일어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미국 규제당국이 그 사이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게리 겐슬러 위원장이 디파이 프로젝트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새로운 규제가 공식화되기 이전에 디파이를 타겟으로 한 단속조치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고 있다.

이러한 단속조치는 사기나 돈세탁과 같이 디파이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명백한 범법행위들을 우선적으로 규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탈중앙화가 갖는 법적 시사점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탈중앙화가 많이 진행되지 않은 디파이 체제를 운영하는 이들에게는 아주 복잡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오늘 기사에서는 변호사, 전 규제기관 종사자 및 디파이 업계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를 기반으로 향후 디파이 규제와 관련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3가지 요점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새로운 규제가 수립되기 전에 단속조치가 먼저 시행될 것이다.

디파이 규제와 관련한 첫 번째 불편한 진실은 규제가 늦게 시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니스왑(UniSwap)이나 셀시우스(Celsius) 같은 디파이 서비스는 전통적인 금융 규제 영역에 도전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지만, 규제당국이 현실에 순응하는 모델로 빠르게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와 달리 디파이 업계는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며, 자연히 디파이 서비스에 대한 조사도 한층 강화될 것이다.

미국 로펌 데이비스, 폴크 앤드 월드웰(Davis, Polk & Wardwell)의 금융거래 및 시장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제이 마사리 파트너 변호사는 이렇듯 불편한 진실들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3가지 단계를 일컬어 “비통한 규제의 3단계(Stages of Regulatory Grieving)”라 명명했다.

그녀는 “단속조치의 시행이 규제 수립보다 쉬우므로, 먼저 단속조치가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단속조치는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과 스테이블코인 테더(Tether)에 높은 벌금을 부과한 형태와 유사할 확률이 높지만, 개인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규제당국은] 디파이 관련 활동을 기존의 규제 범주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성공할 확률은 낮아 보이며, 꽤 지저분하게 끝날 수도 있다고 본다."

달리 말하면, 마사리 변호사는 규제당국이 사각형을 원에 끼워 맞추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실제 디파이가 작동하는 방식에 부합하는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가 수립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이는 SEC와 기타 금융 규제기관들 간의 관할권 싸움을 의미한다.

다수의 가상자산 운영주체들은 규제 마련에 앞서 단속조치를 시행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어느 정도 우선순위를 전환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다.

트럼프 행정부 산하에서 규제당국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가상자산과 디파이의 영향력이 두드러지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 영역에서 미미한 진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규제당국이 가상자산과 디파이의 증대된 영향력을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들이 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처럼 현재의 가상자산 업계가 규제가 없었던 서부 개척시대(wild west)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뜻을 같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로펌 킹 앤드 스팔딩(King & Spalding)의 금융서비스 공동 부문장인 캐서린 컬크패트릭은 주장한다.

즉,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과 주변 동료들은 전속력으로 달리는 종마에 올가미를 씌우려 하고 있으며, 이는 강력한 디파이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전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소속 직원이자 현재 로펌 와일리 로(Wiley Law)에서 근무하고 있는 두안 포자 파트너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전통적인 법률 집행 도구를 활용하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가장 터무니없는 일을 해결하겠다는 관점에서 규제를 취하고 있다. 지금 상태로는 디파이 산업에 제약이 너무 없어지기 때문이다.”

출처=Peggy und Marco Lachmann-Anke/Pixabay
출처=Peggy und Marco Lachmann-Anke/Pixabay

2. 수사기관은 탈중앙화의 “법인격을 부인할 것”이다.

원칙적으로 디파이 프로토콜은 어떠한 소유자, 리더 또는 관리자 없이 운영된다. 비트코인과 같은 맥락에서, 프로토콜은 원칙적으로 유동성 이자(liquidity yield)와 비용을 거두면서 중립적으로 거래를 중개하는 노드 운영자 혹은 검증인들의 집단에 의해 운영된다.

프로토콜 변경과 같은 거버넌스 결정 역시 원칙적으로는 사용자들이 관리할 수 있지만 실제 사례는 많지 않다. 현실에서 디파이는 실질적으로 책임이 있는 핵심 리더(core leader) 집단의 눈속임 도구로서 사용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명백한 증거는 계정, 토큰 또는 전체 “탈중앙화” 시스템이 작동 중단되는 사례들이다.

“자동화 시스템의 설계상 필요한 결정 중 하나는 킬 스위치(kill switch) 기능을 포함시킬지 여부다.” 로펌 앤더슨 킬(Anderson Kill)에서 가상자산 규제 분야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스티븐 팔레이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킬 스위치가 가진 문제는 이를 통제하는 사람의 책임이나 노출 문제는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이다. 진정한 시스템 자동화를 달성하려면 킬 스위치 기능을 포함해서는 안 된다. 킬 스위치가 포함되었다는 것은 설계자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디파이와 법적 현실 사이의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디파이 관리자(administrator)들은 문제적 활동을 통제하기 위해 직접적인 조치를 취해왔지만, 자신들이 책임의 주체라는 명백한 증거를 법 집행기관에 제공함으로써 타겟의 대상이 되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나 디파이 플랫폼과 연관된 사법 기관이 없는 경우에는 규제당국 및 수사기관이 “법인격을 부인하는” 단속조치를 시행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법인격 부인(Piercing the veil)”이란 법인 자체만이 아니라 개별 직원들을 타겟으로 기업 범죄를 조사하는 검찰행위를 의미하는 법률 용어다.

최근 두 건의 검찰조사에서 SEC 등 수사기관은 전통적인 기업 구조를 가진 가상자산 기업의 법인격을 부인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하나는 CEO 브래드 갈링하우스를 포함한 리플(Ripple) 직원들을 미등록 증권 발행 혐의로 고소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CEO 아서 헤이스를 포함한 비트멕스(BitMEX) 직원들을 돈세탁 관련 혐의로 형사 고발한 것이다.

디파이 시스템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 개인들을 대상으로 이와 비슷한 조치가 취해질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미 디파이 세계의 탈중앙화 현상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디파이 규제 시행을 위해서는 킬 스위치의 사용과 더불어 프로토콜 팀이 공공 분야에서 갖는 통제 및 책임, 그리고 다중서명 월렛 키(multisig wallet key)의 통제권과 관련한 증거가 필요할 것이다.

출처=Executium/ Unsplash
출처=Executium/ Unsplash

3. 모든 것이 분명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디파이가 제공하는 개방된 접근성, 직접관리형 보관(self-custody) 및 민주적인 거버넌스 등의 기술적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디파이 서비스를 활용해 발생할 수 있는 사기나 돈세탁 같은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규제를 고안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만약 새로운 규정이 이러한 애로사항을 반영하여 신중하게 마련된다면 장기적으로는 큰 이득이 될 것이다.

“우리가 규제를 조금 더 창의적이고 열린 사고방식으로 바라본다면 훨씬 더 바람직한 결과가 탄생할 것”이라고 마사리 변호사는 주장한다. “가장 최선의 방식은 한 발짝 물러서서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정책적 목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는 수 년이 걸릴 것이다. 그 사이에 단속조치는 강화되어 디파이 업계의 크리에이터 및 관리자들은 신기술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없는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에도 스스로를 방어하기 어려운 상태에 처하게 될 수 있다.

그 때가 된다 하더라도, 효과적이고 잘 만들어진 규제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지난 여름 발표된 미국 인프라 법안의 보고 요건에서 발견된 허점에서 볼 수 있듯이, 입법당국과 규제당국 간에는 기술적 지식에 있어 큰 격차가 있으며 이로 인해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

“기술적 지식의 부족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두안 포자는 지적했다. “입법자들은 해야 할 일이 무수히 많다. 우리가 디파이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다.

물론 인프라 법안이 어느 정도 경종을 울렸다고는 생각한다. 적어도 캐피톨 힐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새로운 기술에 대해 배우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전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의 금융 시장 관계자들은 불편한 현상 유지 상태를 겪고 있다.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르는 기간 동안 미국 금융 규제당국은 디파이의 작동 방식을 온전히 수용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규제당국은 단속조치를 시행함으로써 디파이 업계에 권한이나 통제권을 가진 이들의 삶을 굉장히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조만간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디파이 업계의 혁신은 미국 외 국가에서 가속화되어 바이낸스나 비트멕스 등 큰 규모의 중앙화된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미국 외 시장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용이해질 것이다. 일부 디파이 크리에이터들은 이미 자신들의 법률 고문에게 이러한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팔리 변호사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고객들의 업무와 관련된 일부 법안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내가 [미국 상품거래위원회나] SEC는 아니다. 나는 그저 한 명의 변호사에 불과하기 때문에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미국 말고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한다. 나도 이렇게 하기는 싫지만, 이것이 가장 효과적인 조언이다.”

영어기사: 김예린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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